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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돌과 비비추
 
 
 
카페 게시글
동산*문학관* 스크랩 소금쟁이 아저씨 외 / 김내식 김귀녀 부부시인
동산 추천 0 조회 3,385 14.12.25 12:23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김내식 김귀녀 부부시인 / 다음 카페  '허돌과 비비추'   

 

 

소금쟁이 아저씨 / 김내식

 


가볍다
뜬다
그 물에 살아가도 젖지 않는다
한 낱 소금쟁이보다 못한
나의 인생
쓸모 없는 지식과 욕심으로
자꾸만 가라 앉는다
초월의 긴 다리로 이승을 건너가는
소금쟁이를 바라본다
무안하다
구름 한 번 바라본다
허허 웃는다

 

 

 

 

 

 

바위 채송화 / 김내식

 


뜨거운 햇빛에 금이 간 바위의 상처

바람 속의 먼지가 날아 내린

절망의 구덩이에 씨앗이 떨어져

외로운 이들끼리 서로 돕는다

 

먼지는 바위의 풍화를 막아주고

꽃은 먼지를 씻어내는 비를 막아 보호한다.

무심한 바위도 뿌리가 미끄러질 때

약한 손을 잡아주며 위로한다


밤마다  바다위에 날아 내리는

달과 별을 바라보며 기도하여

꽃피우는 소망을 이루어 내는

기적의  현장이다


배부른 갈매기 우연히 날아가며

찍- 하여 물똥을 갈겨주니

양식에서 나오는 냄새가 고약하여

얼굴이 노랗게 핀다

 

 

 

                                                                                  

 

 

콧등치기국수 / 김내식



깊은 산골 보릿고개
밀가루도 귀하였네
시래기를 보태 삶아 쇠죽처럼
거뭇한 면발

태어난 죄 밖에 없는 여린 콧등
냅다 한번 후려치고는
입속으로 빨려들던
뭉툭한 면발

호롱불 출렁이는 국숫물로
올챙이 배가되어
참으라던 오줌을 누면
도로 푹 꺼져

소쩍새 핏쭉 배 고파 우는 봄밤
어메. 밥 주게 하니
외양간 송아지도
따라 움메- 하더라니

 

 

 

 

 

 

가마골 다랑이논 / 김내식

 


마른 논에 물을 대니
산이 내려와 드러누워 팔을 벌린다.

그 품에 개구리 뛰어들어
사랑하고 알을 슨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저녁놀 곱게 물든 서편의 구름
물위에 둥실 뜬다.

새들도 지저귀는 이승의 부귀영화
잔치 한마당.

 

 

 

 

 

 

 

 

 

 

 

 

 

 

 

 

 

 

 

 

 

 

 

 

 

 

 

 

 

너도바람꽃 / 김내식


구름 사이 비추는 햇살
노란 복수초 살짜기 웃고
얼음이 녹아 흐르는 계곡
서늘한 물바람 타는
별처럼 초롱초롱
희고 작은 꽃

외로울 때 찾아가던
정든 계곡 떠나온 후
늦은 밤  전등을 끄고 누워
은밀히 다시 찾으니
귀속에 소곤거린다

나도 바람꽃
너도 바람꽃
흔드는 바람을 피하기 보다
차라리 즐기며
살아 가잔다

 

 

 

 

어부 아내의 노래 / 김내식

 

 

빈 배와 해당화

거기에 무슨

말 못할 사연 숨어있기에

 

갈매기 떼

자유와 평화를 물고 날으는

동쪽 바닷가

 

온몸에 가시를

곧추 

세우고

 

해풍에 휘둘리는

등 굽은  

그녀의 삶  

 

 

 

                                                              김내식 시인

 

 

어머니가 심어놓은 강낭콩 / 김귀녀

 

- 소천하신 어머니를 그리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지
열흘도 되지 않았는데
담장 위에 강낭콩
단풍이 든다

연분홍 색깔
가을볕에 익어가니
립스틱 바르며 단장하시던
어머니 모습 닮았다

언제 심어 놓으셨을까
못다 준 자식사랑
남기고 가신 걸까
주렁주렁 많이도 매달렸다

조석으로 따다가
밥솥에 앉혀
아이처럼 마알 간
어머니의 마음을 먹는다

 

 

 

  

 

 

자주감자꽃 / 김귀녀



나도 한 떨기 꽃이라면
아마도 자주감자 꽃일게야

어릴 적에는 부모님 틀에 맞추다
내 식으로 살아가는 신랑 만났네
나의 색 찾을 수 없었네

어디 있을까
한참을 헤매고 길을 잃기도 했었네
산길을 걷다가
향이 없는 자주 감자꽃
가슴에 앉아 뿌리를 내리네

알덩이 술술 기도를 낳고
사랑 속에
소망을 실었네
후회는 말아야지

춥고 외로운 비탈 밭에서
스치는 바람과 아침이슬 가는 비 맞으며
땅 밑으로 영그는
홍조 띤 자주감자

펄펄 끓는 가마솥 무른 감자처럼
타인의 맛 받아들이는 투박하고 둥근 삶
오롯이 받는
나는야, 자주감자꽃
 

 

 

 

 

    김내식 김귀녀 부부 시인 / 다음 카페  '허돌과 비비추'  

 


시집을 읽다가 / 김귀녀  



누군가 너를 키우고 있다고 느껴지는구나“ *
라는 시 한 구절을 읽을 때 슬며시 눈물이 흐른다

흐릿한 눈물에 비치는 벚꽃
무엇이 그리 바빠
창문 밖 한번 내다 볼 시간이 없었을까
꽃봉오리, 이제야 발견했다
참새 한 마리 햇살 만지며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폴짝 폴짝 뛰어오르며 새로이 돋아나는 봉오리에다 입맞춤한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칼잠 자면서도 깨알 같은 꽃눈 내고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잘 다듬어져  있다
세상을 보는 분홍빛 꽃을 바라보며
내 아이들의 하루도 그 분 품에  안겨
행복할 거라고 벚꽃을 보며
화사하게 웃는다 


*도종환 시집에서

 

 

 

                                            

 

               

히말라야 삼나무 / 김귀녀 
 

 

200년 후에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 연인으로 만납시다

불쑥!
담담하면서도 진지하게
말을 건네는 한 사람을 만났다

그 말이 어린아이처럼 하도 순수해 웃음으로 답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짝사랑 했나보다
강산이 변해도 여러번 변했을 텐데
오래 동안 나를 잊지 않고 있었나보다

지금의 내 마음
나도 모르지만
고마운 마음이다

수십년이 지나도록 가슴에 나를 품고 있었다니
 

 

 

 

 

 

                                                             

 


'여보' 참 좋은 말인데 / 김귀녀  



여보라는 말
참 좋은 말인데
30년이 넘도록 한 번도 불러보지 못했다

부르고는 싶은데
마음만 있지
부를 수가 없다. 부끄러워서

여보 여보라고
남들은 숨도 안 쉬고 잘도 부르던데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똑같이 부끄러워 부를 수가 없다고 말한다
정말 부끄럽나보다 그이도

아마! 사는 날 동안
못 불러보고 죽을지도 모른다
죽기 전엔 한 번만이라도 꼭! 불러봐야 하는데
나 혼자 속으로 입술로만 달싹
여보! 라고 불러본다
  

 

 

 

 

 

 

 


고등어를 구으며 / 김귀녀 

 


고등어를 손질한다
비늘을 벗기고
내장까지 드러내도
사라지지 않는 비린내
비린 가슴으로 몸이 되어 버린
고등어 한 마리 속에는
할머니로부터 내려오는
수천, 수만의 푸르름이 있다
유년의 그리움 
속살까지 파고드는
비릿한 바다가 있다
은밀하게 중년까지 감추어 둔
추억을 함께 굽는다
보는 이 없어도
푸른 기억이
노랗게 익어 간다

 

 

 

 

 

 

 

이별 - 떠나는 겨울 / 김귀녀 
 


텅 빈 낚시터에 주인 없는 의자
싸늘한 바람에 쓰러지고
겨우내 움츠린 마음 일어설 줄 모르네
새봄은 오시는데

바람은 아직도 쟁쟁한 울음소리를 내고
언제부터인지 낚시터 갈대숲에선
새봄이 밀려온다
겨울은 어디론가 떠나려는 듯
외투를 집어 들고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얼어붙은 갈잎 하나 못가에 남겨둔 채
떠나기 싫은가
뚝방 가에서 서성거린다
 

 

 

 

 

  

淸韻詩堂을 찾아 / 김내식

 

 

시공을 초월
인터넷 글방에서만 자주 만나던
동산 최병무 시인을 만나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옛집을 찾아
워 워 소 잔등 빌려 타고
느지렁 느지렁
청주라 무심천에
다리를 건너
시끌벅적 재래시장에서 발산하는
삶의 에너지를 충전 받고
혹 방전이 될까
두터운 솜바지도 하나 사 입고
지금은 집에 돌아와
남 몰래 따라온
소 고삐 잡고
청빈하고 따스한 그의 인품을
질겅질겅 되새김
하는 중이다 

 

 

 

***********************************************

 

어제, 김시인 내외분이 다녀가셨다.

강릉에서 다시 안성으로 몇 년째 벼르다 금년이 가기전에

만나기로 하고 청주로 오셨다.

 

부부시인으로 알려진 두 분께 나는 반가움과 함께 두 분이

한 길을 가는 부러움에 평소 마음에 품었던 질문을 했다.

(시인의 아내들은 남편의 시를 읽을까?)

이 질문에서 벗어나 계신 두 분께, 나는 '아내가 읽어주는

시를 쓸 때' 시인이라는 단정을 했다.

 

청주근교의 <운보의 집>을 돌아보고 내년 봄엔

안성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어젯밤, 길 위에서 쓰셨을 이 시를 다시 읽어본다.

 

시인께서 끌고가신 운보의 소, 건필을 기원합니다  _()_

 

/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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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4.12.25 14:00

    첫댓글
    내 인생에
    이렇게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다 받아보다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동산 시인님!
    공연히 수고를 끼치게 되어
    미안하고요.
    덕분에
    좀 더 분발하여
    가물거리는 시심에 불을 밝히려
    좀 더 노력을
    하겠습니다.

  • 작성자 14.12.25 21:37

    _()_

  • 14.12.25 15:31

    시인님, 아름다운 선물 받고 보니 얼굴이 붉어 부끄럽습니다. 비비추의 졸시를 빛나게 하셨으니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고맙습니다. 즐거운 성탄에 귀한 선물 감사합니다

  • 작성자 14.12.25 21:37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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