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하수처리 등 국가 환경기초시설 총파업 초읽기
전국환경노동조합 24일부터 28일까지 총파업 예고
저가낙찰에 따른 인건비 삭감·고용불안 정면 제기
폐기물 소각과 자원순환, 하수처리 등 전국의 환경기초시설 노동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어서 환경산업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환경노동조합(위원장 박진덕)은 오는 9월 24일 0시부터 28일 오전 8시까지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파업 기간 가동 중인 일부 소각시설의 운영이 중단될 경우 폐기물 반입량이 일시에 시설에 집중되면서 지역별 폐기물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파업에는 폐기물처리시설과 자원순환시설, 소각시설, 하수처리시설 등 환경기초시설 운영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서울지역에서는 마포자원회수시설을 비롯해 강남·양천·은평자원회수시설 등이 참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위탁운영사로는 한종산업개발, 환경에너지솔루션, 리뉴어스, 수비올, 거미, 동부엔텍, HL에코텍, 삼종나비스, 아이제이엔솔, 두현이엔씨, 티에스산업, 보원씨엠건축사사무소, 동명기술공단, 삼정테크이엔씨, 에이스이엔지, 유창알앤씨 등이 포함된 것으로 노조 측은 밝히고 있다.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은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환경기초시설의 민간위탁 구조와 저가경쟁, 노동자의 고용승계 및 안전 문제다.
노조는 “24시간 365일 폐기물 처리와 하수 정화, 자원순환 현장을 지키고 있지만 국가와 도시를 지탱하는 환경기초시설 노동자들은 국가의 책임 밖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환경기초시설의 현대화와 대보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불안을 주요 문제로 지적한다. 시설 현대화 공사로 운영이 중단되면 기존 노동자의 고용이 끊길 수 있고, 시설이 재가동된 이후에도 기존 인력에 대한 고용승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수처리 위탁시장도 고시 개정 이후 ‘저가낙찰’로 인한 인건비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하수처리장 위탁운영 시장에서는 업체 간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낙찰이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2026년 하수도 위탁운영 입찰 사례에 따르면 12개 용역의 낙찰자 평균 투찰률은 85.9% 수준이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 사업은 70%대까지 투찰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평창 공공하수처리시설 71.7%, 평택 2권역 70.6%, 고양시 수질복원센터 71.0%, 여주시 72%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문제는 하수처리장 운영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낮은 낙찰률은 결국 노동자의 직접노무비와 인력 규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관리대행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정 인력과 임금, 안전·예방정비, 수질 및 서비스 수준, 공공자산과 데이터는 보호하고, 약품·에너지 최적화와 운영혁신, 설비개선 및 검증된 성과는 경쟁과 보상으로 연결하는 제도적 재설계가 절실하다.
노조는 “사업장마다 적정인력과 임금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가경쟁이 반복되면서 숙련된 전문인력 대신 임시·저임금 인력 중심의 운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한 노동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소각과 하수처리의 전문성과 관리의 안정성, 환경사고 대응능력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환경기초시설은 일반적인 민간위탁 사업과 성격이 다른 만큼 ‘가장 싼 운영자’가 아니라 ‘위험을 관리할 운영자’가 필요한 분야이다.
소각장은 하루라도 정상 운영이 중단되면 생활폐기물이 쌓이고, 하수처리장은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수질오염으로 직결될 수 있다. 특히 소각·하수처리·자원순환시설은 고도의 기술과 숙련도가 요구되는 대표적인 환경기초시설이다.
그럼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절감과 민간위탁 경쟁 과정에서 운영비를 낮추는 것이 우선될 경우, 가장 먼저 압박받는 부분이 인력과 인건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안전에 필요한 시설개선과 예산도 후순위로 밀리고 있으며, 그 위험을 현장 노동자가 떠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민간위탁 과정에서 사용자와 노동자 간 교섭이 이뤄져도 위탁운영기관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 계약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다시 민간업체에 책임을 넘기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정부 역시 시설물에 대한 각종 지침과 기준은 마련하면서도 그 시설에서 실제로 일하는 노동자의 고용과 안전을 보호하는 책임은 충분히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전국환경노동조합은 환경기초시설의 공공성을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유지해서는 안 된다며 다음과 같은 요구를 제시하고 있다.
▲시설 현대화 및 대보수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의 고용 보장 ▲직접노무비에 대한 낙찰률 적용 폐지 ▲환경기초시설별 적정인력 및 임금기준 마련 ▲환경기초시설 안전기준 마련과 시설개선 예산 보장 등이다.
기본소득당 오준호 대표도 환경기초시설 노동자의 고용승계와 적정임금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 대표는 “수천억 원의 국비를 투입해 시설을 현대화하면서 10~20년 숙련을 쌓은 노동자를 해고 위험에 내몰아서는 안 된다”며 국고보조 신청 단계부터 고용유지와 근속승계 계획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민간위탁 과정에서 저가낙찰 경쟁으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노동자의 임금 삭감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직접노무비 100% 반영과 낙찰률에 따른 감액 대상 제외, 폭염과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재활용·선별 노동자를 위한 국가 차원의 표준 노동기준 마련 등을 제안했다.
이번 총파업은 환경기초시설을 둘러싼 오랜 구조적 문제가 노동현장을 통해 표면화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환경기초시설 민간위탁의 핵심 평가지표가 ‘얼마나 싸게 운영할 수 있는가’에 치우쳤다면, 이제는 얼마나 안정적으로, 안전하게,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하수처리와 소각은 일반적인 서비스 구매와 달리 운영 실패의 비용을 시민사회와 환경이 부담한다. 인력 감축과 숙련인력 이탈로 당장의 위탁비용을 낮출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수질사고와 시설고장, 안전사고, 환경서비스 품질 저하라는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파업을 단순히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둘러싼 분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환경기초시설 민간위탁 제도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환경기초시설은 가장 싼 업체를 선정하는 시장이 아니라, 시민의 환경안전과 시설의 위험을 가장 안정적으로 관리할 운영자를 선정하는 공공서비스 시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24일부터 시작될 총파업이 실제 환경서비스의 중단으로 이어질 경우 그 부담은 결국 시민에게 돌아간다. 이제 정부와 지자체가 파업의 책임을 묻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왜 환경기초시설을 지키는 숙련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저가낙찰 구조가 환경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서정원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