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3수원컵국제청소년대회에서 수비 위주의 안정된 경기운영을 한 슬로바키아를 공략하지 못하고 0-0으로 비겼다. 세계선수권에서 맞붙을 독일을 염두에 둔 슬로바키아를 상대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한 한국은 골 결정력 향상의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 3월 말레이시아전부터 이어온 3연승 행진을 마감한 한국은 최근 9번의 평가전에서 4승4무1패를 기록했다.
골 결정력이 아쉬웠다. 정조국(안양)과 김동현(오이타) 투톱을 앞세운 한국은 전반부터 슬로바키아의 거친 몸싸움과 압박에 시달렸다. 약간만 바짝 붙어도 공격수들이 허둥대며 흐름을 잃어버린 점은 시급히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게다가 골키퍼 김영광(전남)이 가까스로 막아내긴 했지만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슬로바키아의 긴 패스 한방에 그대로 수비라인이 뚫리며 상대 스트라이커 로만 유르코에게 단독 골찬스를 내준 장면도 아찔한 ‘티’였다.
한국은 정조국이 전반 4분과 16분에 각각 문전 헤딩슛과 페널티구역 정면에서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무위에 그쳤다. 이어 34분에는 김동현이 정조국과 골문 앞에서 호흡이 맞지 않아 찬스를 놓치는 등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날카롭지 못했고 결정력도 떨어져 슬로바키아 수비를 크게 위협하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은 전반 31분 스테판 조삭이 아크 정면에서 때린 25m짜리 중거리슛이 왼쪽 골대를 맞고 나가는 가슴철렁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후반들어 한국은 남궁웅(수원) 대신 조진수(전북)를 투입, 전술 변화를 노렸으나 번번이 마지막 패스가 좋지 않아 이렇다할 슛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26분 김동현이 골지역 오른쪽에서 맘먹고 슛을 쐈지만 수비 몸맞고 퉁겨나갔고 10분 뒤에는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프리킥 찬스를 잡았지만 권집과 박주영(청구고), 조진수 사이에 사인이 맞지 않아 슛도 쏘지 못하는 등 세트플레이에 미숙한 면모도 보였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콜롬비아가 에르윈 카리요와 빅토르 몬타뇨의 골로 앤터니 덴즈가 1골을 따라붙은 호주를 2-1로 꺾고 첫승을 신고했다. 한국은 6일 콜롬비아와 2차전을 치르고 슬로바키아는 호주와 맞붙는다.
▲박성화 한국 감독=대체로 만족한다. 앞선 일본전에서 수비 불안을 보여 집중적으로 연습했는데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협력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아 골 결정력의 약점을 드러낸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본선 진출까지 단련하면 좋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 권집과 이호가 예상 외로 잘해줬다. 패스미스도 많이 줄었다고 여긴다.
▲피터 폴락 슬로바키아 감독=아주 좋은 경험을 했다. 한국은 좋은 선수가 많고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경기 내내 한국이 적극적으로 달려들 것으로 예상하고 수비에 중점을 뒀다. 한국은 왼쪽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위협적이었고 인상 깊었다. 물론 우리 공격수들도 골을 터뜨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