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거사비
이상적(李尙迪)
떠나는 원님 기린다며 비석 새길 돈 마구 걷네
백성은 이곳저곳 떠도는데 누가 돈 걷게 하는가
비석은 길가에 말없이 서 있는데
새로 온 저 원님도 구관 같이 어진 이인가?
題路傍去思碑(제노방거사비)
去思橫斂刻碑錢(거사횡렴각비전) 編戶流亡孰使然(편호유망숙사연)
片石無言當路立(편석무언당로입) 新官何似舊官賢(신관하사구관현)
[어휘풀이]
-題路傍去思碑(제노방거사비) : 거사비는 지방 고을을 다스리던 수령이 떠난 뒤에 그가 재임 했을 때의 공덕을 기리며 세우는 비석이다. 송덕비(頌德碑)와 같은 의미이다.
-橫斂(횡렴) : 무법으로 세금을 징수함
-編戶(편호) : 호적을 편성하거나 호적에 편입함. 집집마다 짝을 지음.
-流亡(유망) : 일정하게 사는 곳 없이 떠돌아다님.
-片石(편석) : 조각돌, 비석
[역사이야기]
이상적(李尙迪:1804~1889)은 조선 순조 때의 서도가(書道家), 시인, 역관(譯官)으로 호는 우선(藕船)이다. 청나라에 열두 번이나 드나들며 명사들과 교유하고 백화(白話)로 대화하였으며 우리나라보다 중국에 더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대대로 통역을 담당한 집안으로 헌종 임금이 그의 시를 읊었으므로 문집 이름을 『은송당집(恩誦堂集)』이라 했고, 은송당(恩誦堂)을 그의 호호 쓰기도 했다.
출처 : 한시와 함께하는 우리나라 역사 『노을빛 치마에 쓴 시』
지은이 : 고승주. 펴낸 곳 : 도서출판 책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