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가사키는 먼 옛날부터 유명한 국제항이었던 관계로 일본이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이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이후 수백년간 심한 박해로 공동체가 뿔뿔이 흩어지고 교세도 많이 약해졌지만 그래도
카쿠레키리시탄(숨은 그리스도인)과 같이 신앙을 유지해 나가는 공동체가 있어 교회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저번 5월에 다녀왔던 사진들을 가갤 형제자매님들과 나누어봅니다.
참고로 나가사키 교구의 모든 성당은 경내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내부 사진은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전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있는 오우라 천주당입니다. 외국인 한정으로 가톨릭 신앙이
해금된 이후 프티장 신부에 의해 지어진 성당입니다.
사적지이자 관광지로 관리되고 있으므로 일반 신자의 미사 참례는 진행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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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당이 지어진 이후, 카쿠레키리시탄 공동체는 프랑스 절에 성모님이 계시다며 견학을
핑계로 신부님을 만나 성당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은 성모상이 어디 있는지 신부님께 물어보았고, 신부님이 이들을 안내하자 곧바로 성모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이 사건을 "신자 발견" 이라고 하여 기적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기념물 안에 묘사되어 있는 작은 성모상은 경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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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 발견을 기념하여, 성당 입구 앞에는 일본의 성모님이라는 이름으로 성모상이 세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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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북쪽으로 올라와 니시자카 언덕쪽으로 오면, 이러한 기념물과 함께 26성인 순교기념관이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 박해 초기 교토로부터 나가사키까지 끌려온 26성인들을 기념하는 곳으로, 일본
가톨릭의 역사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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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기념품점에서는 여러 성물들을 취급하고 있고, 상주하고 계시는 신부님도 계시므로
축복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분이시므로 대화가 잘 통해서 축복기도를 요청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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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북쪽으로 조금만 더 올라오면, 우라카미라는 동네로 오게 됩니다.
우라카미는 예나 지금이나 나가사키 내에서도 가톨릭 교세가 강한 곳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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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금만 더 걸으면, 우라카미 대성당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때 동양 최대의 대성당이었지만, 1945년 8월 9일 원자폭탄에 거의 직격하다시피 하여 현재
세워져 있는 것은 다시 지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폭심지는 성당에서 500m 언저리에 떨어져있으며, 이 당시 우라카미 가톨릭 신도들의
70%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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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까닭인지, 나가사키의 교회들은 전쟁과 폭력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제가 참례했던 교중미사에서도 교구장 명의로 어머니의 날 (마침 그 시기였습니다.) 및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강론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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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에 피폭되어 100m 가량 날아간 종탑 또한 보존되어 둘러볼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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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당시 같이 피폭되어 부서진 종과 성인상, 천사상 등도 보존되어 근처 전시관에서 전시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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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카미 천주당에서 대략 5분정도 걸으면, 나가사키의 성자라고 불리는 나가이 타카시 박사
기념관과 나가이 박사님이 사셨던 한칸짜리 오두막인 여기당(如己堂)이 나옵니다.
"네 몸을 내 몸 같이 하라" 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진 여기당은, 원자폭탄 피폭 당시 나가사키
의과대학 교수였던 나가이 박사님이 봉사와 집필 활동을 진행했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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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집의 크기는 1평 정도로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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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는 당시 모습이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나가이 박사님께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얼마나 검소한 삶을 살았는지 보여줍니다.
근처에 지어진 기념관에서는 나가이 박사의 사상과 피폭 당시의 기록들, 또 부인이었던
미도리 여사의 녹아 붙은 묵주 등 여러가지들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대략 5일 정도의 짧은 여행이었어서 교구 내의 모든 성지를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올해 연말에는 나름대로 넉넉하게 여행기간을 잡아 소토메와 같은 카쿠레키리시탄 사적지나
시마바라와 같은 역사적인 장소들도 둘러볼 계획입니다.
여느 일본의 유명 관광지들이 그렇듯, 한국어 자료는 제공되고 있으니 여유가 된다면 나가사키에
한번 들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출처: 인터넷 셔핑 중에......
첫댓글 미국이 투하한 원자 폭탄의 피해가 처절한 모습으로 남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