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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8.18 야근을 할 때면, 아침에 퇴근을 하는데, 통근버스 안에서 '인간극장'을 시청하게 된다.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사람이 진솔되게 살아가는 모습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보여주는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사랑, 우정, 가족, 그리고 부부...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 특별하게 살아가지는 않지만, 차암 진솔되게 사는구나, 어쩌면 저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하는 부러움이 일고, 그렇게 그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이번에는 부부다. 강원도 홍천에 아주 아주 골짜기에 사시는 노 부부의 이야기다. 내 어린시절에 그랬는데, 냉장고가 없어 동네 우물에 김치며 반찬가지들은 줄에 매달아 넣어두었고, 밥솥이 없어 아궁이에 불을 지펴 가마솥에 밥을 했으며, 막디맑은 개울물은 식수며, 놀이터였다. 이 분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어린 시절은 그렇게 보낸 나는 지금, 21세기 물질문명속에서 문명의 이기들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 부부는 아직도 나의 어린시절에 머물러 살고 계신다. 보고 있는 동안 나는, 시간의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향수나 어린시절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부부의 모습을 말하고 싶다. 한마디로 사랑스럽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모습을 그 어디에도 없다. 제대로 된 길도 없는 산골, 전기도 없고 오래되고 낡은 집, 낡은 옷을 기워입고 살지만,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다. 할아버지의 말 속에는 사랑과 배려가 녹아있고, 할머니는 지극정성으로 할아버지는 보필하며 살아가신다. 그렇다고해서, 가부장적이거나 권위적이지 않고, 아내 역시 계산적이거나 백치미의 여인이지도 않았다. 손 잡아주고, 업어주고, 먹여주고, 기다려주고, 안아주고, 등 두드려주고, 도와주고, 이야기 들어주고,,, 이런 모습들이 여느 부부의 모습이지 않느냐싶지만, 실상 주위에 보면 그렇지 못한 게 태반이다. 그들의 모습은 한 평생을 같이 살아온 친구의 모습이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한 이불 덮고 자는 친구, 서로를 배려하고, 챙겨주며, 아껴주는 친구, 그들의 모습에는 부부라는 말보다, 친구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듯 했다. 나도 모르게 '참 좋은 친구를 두셨구나'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는 이내 나는, 내 모습, 내 아내, 우리 부부의 모습에 대해 생각을 해 봤다. 가부장적이며 권위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라온 나는, 나도 모르게 그런 남편이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아버지상을 닮아가고 있었다. 나에게도 아내에게도 필요한건 그런 것이 아니라 친구가 필요한 거였다. 그러고보니, 내가 남편으로써 있을 때보다, 친구로써 곁에 있을 때, 아내는 더없이 사랑스럽고, 편안해 했었던 것 같다.
아내에게도 친구가, 아이들한테도 때로는 친구같은 아빠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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