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실업야구팀이 곧 문을 닫는다.
광복 직후 발족한 남선전기주식회사팀을 이어 받아 1962넌 한국전력팀으로 개칭한 한전은 야구부를 해체키로 결정하고 내달까지 마쳐야 하는 실업야구팀 등록을 포기, 57년 긴 역사의 막을 내리게 됐다.
그 동안 한전은 김계현 어우홍 박영길 한을룡 강태정 김명성 이충순 권백행(현재 감독) 등 유명 야구인을 배출했다.
한전이 야구팀을 없애고 육상과 배구 등 2개 팀만 운영키로 한 것은 적자손실도 없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이란 명분으로 취한 조치로서 거대 공기업체의 스포츠 지원이 축소되는 신호탄으로 보여 체육인과 팬들의 우려가 크다.
전성기 시절 14개 팀이 경쟁을 벌여 성인 스포츠 중 최고 인기를 모았던 실업야구는 프로 출범이 후 팀 해체가 가속화했고 이제 한전이 없어지면 상무와 제일유리 단 두 팀만 남게 돼 사실상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실업야구의 소멸은 아마 뿐 아니라 프로야구에도 치명타를 입힐 소지가 크다. 야구 선수들이 고교, 대학 졸업 후 취업할 곳이 프로구단 한 군데 뿐으로 좁아지는 상황이 돼 갈 길 없는 실업자가 대량 증가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야구를 좋아하고 즐기려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대폭 줄어들 것은 뻔해 야구의 뿌리가 흔들리는 셈이다.
아마야구를 주관하는 대한야구협회는 근래 재원 부족으로 고전해 오다가 지난 달 프로측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통합해 숨통을 트고 이내흔 신임 회장을 맞아 활성화 계기를 맞았으나 첫 걸음부터 실업야구의 폐지라는 최악의 사태를 겪게 됐다.
새로 출범하는 야구협회가 한국전력측과 야구팀 해체에 관해 얼마나 깊은 논의를 했는지, 성인야구 재건에 대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전이 야구팀 해체 방침을 보류하고 다른 방식으로라도 야구단을 유지시킬 방안은 없을까?
이번과 같은 사태가 올 것을 걱정한 야구인들은 수천 개 팀이 있는 사회인야구를 활성화하고 적극 지원하는 길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회인 야구팀 중 어느 정도 재정 능력이 있는 기업체 팀을 20∼60개 팀 정도 선별, 협회가 리그로 구성하고 대회를 활기 있게 개최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직장 근무와 야구를 병행시켜 야구단을 반의무적으로 육성하는 일본 기업체들의 일본사회인야구연맹이 그 본보기다. 그네들은 프로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고 있고 야구를 국민 스포츠로 만드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천일평 (상임고문) chunip@dailysports.co.kr
입력시간 2003/02/12 1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