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주봉, 앞 안부는 황장재
千峯霽雨色含春 천봉에 비 개고 산색이 봄빛 머금으매
沂上童冠出浴新 기수 가 동자 관자 목욕 막 나왔네
獨見雲臺與天柱 홀로 운대와 천주봉을 바라보며
白頭相對兩高人 흰머리로 두 분 고사를 대하네
ⓒ 한국고전번역원 | 강여진 (역) | 2009
―― 서계 박세당(西溪 朴世堂, 1629~1703), 「천봉(千峯)」
주1) 기수는 노나라에 있는 강 이름이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각기 자신의 뜻을 말해 보라고 했을 때 증점(曾點)이
“늦은 봄에 봄옷이 이뤄지거든 관자 대여섯 명과 동자 예닐곱 명과 더불어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 쏘
이고 읊으며 돌아오겠습니다.(莫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咏而歸)”라고 하였다.
《論語 先進》
주2) 넷째 구의 두 분 고사는 공자가 그의 제자 증점과 나눈 얘기를 말한다.
주3) 서계 박세당은 도봉산 만장봉을 천주봉이라 칭했지만, 시구는 그 천주봉보다 이 천주봉에 더 어울릴 것 같다.
▶ 산행일시 : 2023년 2월 25일(토), 맑음, 미세먼지 나쁨
▶ 산행코스 : 안생달 마을,와인동굴,작은차갓재,맷등바위,황장산,┣자 갈림길 안부,감투봉,갈림길 안부,배창골,
안생달 마을
▶ 산행거리 : 이정표 거리 6.3km
▶ 산행시간 : 3시간 10분
▶ 교 통 편 : 대성산악회(31명) 버스로 가고 옴
▶ 구간별 시간
07 : 20 - 복정역 1번 출구
08 : 45 - 괴산휴게소( ~ 09 : 05)
10 : 15 - 안생달 마을 버스종점, 산행시작
10 : 23 - 와인동굴
10 : 38 - 작은차갓재
10 : 52 - 맷등바위(멧등바위, 묏등바위, 822m)
11 : 30 - 황장산(黃腸山, △1,078.9m)
11 : 56 - 감투봉(1,043.8m)
12 : 43 - ┫자 갈림길 안부, 배창골
13 : 25 - 안생달 마을 버스종점, 산행종료, 점심과 간단한 뒤풀이
14 : 25 - 버스 출발
15 : 45 - 괴산휴게소( ~ 15 : 55)
17 : 50 - 복정역
2. 황장산 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단양 1/25,000)
오늘 산행이 거두절미한 산행이 되고만 사연을 미리 얘기하련다.
당초 산행계획은 여우목마을에서 대미산을 올랐다가 차갓재로 내려, 황장산과 감투봉을 넘고 황장재에서 문안골
을 타고 내려 반석지대를 지나 장승마을로 하산할 예정이었다. 산행거리 약 16km, 소요시간 7시를 예정하였다.
당일 산행이라 해도 약간 미흡하지만 보통의 안내산악회로서는 여러 사람들에게 내놓을만한 상품이다.
그런데 여우목마을 가는 차중에서 대장님이 산행계획을 수정하겠다고 한다. 황장재에서 내리는 문안골은 북쪽
깊은 골짜기라 아직은 눈 또는 빙판이 예상되고, 너무 길어서 부득불 하산지점을 황장재 넘은 ┣자 갈림길 안부에
서 배창골을 내려 안생달 마을로 하겠단다. 산행 꼬리를 잘랐다. 아니 산행공지한 지 2주일이 넘도록 가만히 있다
가, 막상 가는 날 차중에서 그리로는 못가겠다고 하니 이러면 기만이 아닌가. 그 이유도 산꾼으로서 도저히 납득
하기 어렵다. 산행거리가 2.6km 정도 줄어든다. 소요시간을 30분 줄이겠다고 한다. 내가 고집해서 나만 문안골로
갈 수가 없다. 서울 가는 버스노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우목마을을 대미산 들머리로 잡은 이유는 백두대간 주릉인 여우목고개는 국공이 지킬 수도 있어 고갯
마루 가기 전에 미리 내리려는 것이었다. 여우목마을 위쪽 감나무를 오른쪽으로 돌아 가파른 사면을 1시간 정도
치고 오르면 돼지등 능선이고 거기서 30분 정도 가면 대미산이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그 기밀(?)을 국공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 국공 감시차량이 여우목마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딴청부리듯 느릿느릿 여우목
고개를 향하였다.
국공도 느릿느릿 뒤따라왔다. 여우목고개를 넘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 따라왔다. 안타깝게 굽이굽이 내리고 마침
내 대미산을 오르기 포기할 때쯤 따라오기를 멈췄다. 별다른 수가 없어 안생달 마을에서 황장산과 그 옆 감투봉이
나 갔다 올 수밖에 없다. 이래서 머리를 7.9km 뭉텅 잘라냈다. 거두절미한 산행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잘라낸
꼬리를 붙이지도 않고 벌재 쪽의 능선은 아예 고려하지도 않았다. 산행시간은 넉넉히 잡아 4시간 30분을 주겠다
고 한다. 서울 향발 15시로 예정한다.
황장산이 개방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황장산을 거리낌 없이 가볼 수 있는 데는 이곳 안생달 마을(생달리 안쪽
에 있는 마을이다) 뿐이다. 다음은 경북도민일보의 2016.5.4.자 ‘월악산 황장산 탐방로 31년 만에 개방’이라는
제하의 기사 내용이다.
“동로면에 위치한 전국 100대 명산에 들어 있는 월악산국립공원인 황장산(1077m)이 탐방로를 개설하고 31년 만
에 지난 1일 등산객들에게 개방됐다. 이날 탐방로 개방은 지난해 문경시(시장 고윤환)와 국립공원공단 간 황장
산지구의 개방과 보전이용 및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문경시는 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목재데크 계단 난간 등의 보호시설과 쉼터 안전표지판 등을 설치하여 개방했으
며, 황장산은 백두대간 남한구역 중심으로 골짜기가 깊고 31년간 미 개방상태라 원시림이 잘 보전되어 있고 빼어
난 암벽과 암릉이 매력적이다.”
3. 안생달 마을 주변의 산릉
4. 안생달 마을에서 올려다 본 맷등바위
5. 작은차갓재 오르는 길, 완만한 낙엽송 숲길이다.
6. 아래는 안생달 마을
7. 오른쪽 멀리는 대미산
8. 왼쪽 멀리가 대미산, 앞은 대미산에서 황장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9. 멀리 가운데 흐릿한 산은 월악산 영봉, 그 앞 오른쪽은 문수봉
10. 대미산, 이 근방 맹주다.
11. 황장산에서 바라본 도락산
12. 멀리는 운달산
안생달 마을 버스종점에서 몇 미터 더 오르면 오미자와 사과로 제조한 와인 판매점이 나오고, 그 앞 공터에서
버스에 내려 산행을 시작한다. 아스팔트 포장한 대로는 와인동굴까지 0.5km가 더 이어진다. 와인동굴 앞에서는
그리 넓지 않은 주차장이 있는데, 등산객이 주차할 경우 30분에 5,000원이라고 한다. 와인동굴은 아무 때나 들어
갈 수 있는 동굴이 아니다. 외관은 건물인데 아마 오미자 또는 사과로 만든 와인을 숙성시키기 위한 동굴이 아닐
까 한다. 우리가 지날 때는 문을 열지 않았다.
소로의 산길이 이어진다. 돈 들인 흔적이 보이는 잘난 등로다. 등짝에 양광 고스란히 받으며 오르니 언뜻 봄기운
을 느낄 법하지만, 잰걸음에 이는 바람이 상당히 맵다. 돌길 가파른 오르막 주변에는 쭉쭉 뻗어 오른 낙엽송 숲이
볼만하다. 금방 백두대간 주릉인 작은차갓재다. 왼쪽은 대미산에서 차갓재 넘어 오는 길인데 철조망 치고 막았다.
산불예방기간이 아니라 상시출입통제다. 우리 일행 중 누군가가 산양과 솔나리를 보호하기 위해라고 한다.
황장산 1.8km. 초행길이 아니지만 망각의 축복을 받아 초행길처럼 간다. 울창한 잣나무 숲길을 지나고 전망대에
올라선다. 우리가 방금 지나온 안생달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그 주위를 두른 준봉들이 위압적이다. 대미산이 이
근방 맹주이다. 오르지 못하니 더욱 높게 보인다.
안생달 마을에서 보던 둥그스름한 바위가 맷등바위다. 오르고 내리는 암릉 길을 데크계단으로 덮어버렸다. 데크
전망대가 설치된 맷등바위 정상은 빼어난 경점이다. 대미산과 그 주변이 점입가경이다.
황장산 정상 직전의 암벽과 암릉 길을 예전 그대로일까? 암벽 매만지면 느낄 손맛을 미리 다시며 난간 설치한
970m봉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아서 다가간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여기도 데크계단으로 덮어버렸다. 그리고 암릉
은 데크로드로 이어진다. 아깝다. 황장산의 하이라이트를 버려놓았다. 황정산, 신선봉, 도락산, 문수봉, 대미산,
월악산 영봉, 운달산 등을 너무 쉽게 보게 되니 어쩐지 경외감이 덜한 느낌이 든다.
황장산 정상은 사방 키 큰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 조망이 가렸다. 삼각점은 2등이다. 단양 24. 너른 공터에 벤치
를 여러 개 설치하였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의 황정산(皇庭山) 표기는 우리가 지금 일제강점기에 살고 있는
줄 아는 모양이다. 일본 천황의 정원이라 하여 붙인 이름을 아직도 고치지 않고 있다. 황장산(黃腸山)의 이름은
금강송의 또 다른 명칭인 황장목(黃腸木)이 많은 데서 유래한다. 조선시대에 대미산(大美山, 1,115m)을 주령으로
하는 이 일대가 봉산(封山)으로 지정된 데서 황장산이란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한다. 그때는 황장산이 고유의 산
이름이 아니라 황장목이 많은 산을 황장산이라고 했다.
13. 멀리 왼쪽이 운달산
14. 멀리 오른쪽이 운달산
15. 멀리 왼쪽은 대미산, 오른쪽은 문수봉
16. 멀리 가운데는 운달산
17. 앞은 황장산 북릉 투구봉
18. 황장산 북릉 투구봉
19. 천주봉, 용문산에서 바라보는 추읍산을 닮았다.
20. 황장재 지난 백두대간
21. 멀리 왼쪽은 도솔봉, 그 앞 오른쪽은 흰봉산
22. 멀리 가운데 흐릿한 산은 백두대간 백화산, 맨 오른쪽은 대미산
황장산 정상에서 잠시 서성이다 감투봉을 향한다. 황장산 내리막이 가파를만하면 데크계단을 놓았다. 정상에서
0.3km 내리면 ┣자 갈림길 안부로 오른쪽은 배창골을 내려 안생달 마을로 간다. 감투봉 쪽 백두대간 주릉 길을
철조망 치고 막았다. 그러면서도 쪽문을 열어놓았다. 아주 잘하는 행정이다. 백두대간 혹은 감투봉을 가려는 산꾼
들은 이런 장애물에 구애받지 않고 사면을 헤집는 등 어떻게 하든 간다. 쪽문을 만들어 가도록 하는 편이 오히려
생태계를 보호한다.
오르막 응달진 데는 빙판이다. 아이젠을 매는 게 걷기 편하겠지만 게을러서 그냥 간다. 한편 살금살금 걷으면서
발바닥에 미끌미끌한 스릴을 즐긴다. 감투봉은 두 개봉우리 중 뒤쪽이다. 첫째 봉우리 오르고 그 약간 내린 너럭
바위가 경점이다.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설릉인 백두대간과 천주봉, 공덕산, 운달산, 대미산 등이 장쾌하게 보인
다. 특히 천주봉은 그 돌올한 모습이 용문산에서 보는 추읍산을 똑 닮았다. 다 반갑다.
이제 그만 하산한다. 여간 서운한 게 아니다. 나와 동행하여 달리 갈 일행도 없다. 나 혼자 벌재로 가더라도 서울
가는 교통편이 막연하다. 온 길 뒤돌아 배창골로 내린다. 사면은 온통 바위투성이라 덕순이가 살 것 같지 않다.
해찰부릴 거리가 없다. 여기 등로도 돈 들여 잘 다듬었다. 너덜이나 가파른 데는 데크계단으로 덮었다. 배창골
등로 옆 계류는 빙하다. 오미자 밭 나오고, 농로 지나 안생달 마을이다. 산행하다 말았다.
산악회 총무님이 김치찌개 끓이고 소주를 준비하는 등 간단한 뒤풀이 자리를 마련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산행이니 술맛이 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여느 때면 서울 가는 차중에서 기분 좋은 피곤함을 느끼며, 얼근한 엷은
졸음으로 낮 동안의 산행을 되새김질했는데 오늘은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서울 가는 내내 차창 밖 스쳐지나가는
산들이나 감상한다. 그나저나 날이 이리 훤하여 집을 잘 찾아갈지 걱정이다.
23. 멀리 가운데 흐릿한 산은 백두대간 백화산, 왼쪽은 운달산
24. 공덕산과 운달산 사이
25. 가운데는 천주봉, 오른쪽은 공덕산
26. 오른쪽이 천주봉
27. 황장재 지난 백두대간 설사면
28. 멀리 오른쪽은 문수봉, 가운데 멀리 월악산 영봉이 흐릿하게 보인다.
29. 앞은 감투봉에서 남쪽으로 뻗은 수리봉 릿지
30. 차창 밖으로 바라본 성주봉
31. 차창 밖으로 바라본 주흘 연봉
32. (차창 밖으로 바라본) 중부내륙고속도로 중원터널 오른쪽에 있는 국망산(769.6m)
첫댓글 다 짤라 먹어도
국공 스티커 안받은 것도 다행임다ㅋㅋ
산행이라고 하기에는 쑥스럽고, 산책하다 왔습니다.
황장산 구간은 관광을 위해 개방한 구간입니다.
그래서 오미자 와인을 사왔습니다.^^
괜시리 국공한테 걸려 저처럼 딱지떼이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산행거리가 너무 짧기는 하네요. 와인은 맛이 좋지요?^^
와인 맛이 다섯 가지라고 하네요.
어떤 사람에게는 쓰고, 어떤 사람에게는 달고, 저에게는 약간 떫은 맛이 나더군요.^^
@악수 그럼 맛은 별로네요^^
인원이 많으면 국공을 피할 방법이 없지요. 혼자 다니다 살그머니 비법정산길로 들어섰는데 하산길 길목을 지키던 국공 때문에 비탈길 암봉위에서 오수를 즐겼던 추억이 생각납니다.ㅎㅎ
산꾼들에게는 고난의 계절입니다.
ㅎㅎ 일진이 안 좋으셨네요...그리 지킬 것도 없더만요. 그나저나 산에 데크 계단이 너무 많아서 실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