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메디팜하늘약국(약국장 김진숙·34)은 전형적인
동네약국이다. 8평 남짓한 약국 규모도 그렇고, 동네 한복판에 ‘폭’ 들어가 있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약국 인근에 의원이 한 곳도 없다.
이런 동네약국을 홀로 지키는 김진숙 약사는 이대약대 93학번의 신세대 여약사다. 한 때
병원약사로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김 약사는 ‘일부러’ 동네약국 자리를 찾아 지난 2004년 개국했다.
김 약사는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병원약사로 일할 때 기계적으로 조제만하는 것이 참 싫었다”고 말한다.
‘상담’에 자신이 있었던 김 약사는 이를 활용해 ‘나만의 소문난 약국’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김 약사가 동네약국을 찾아 헤멘 이유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약국을 찾는 고객들에게 ‘나만 먹기에는 아까운 약들을 판매하는 약국’이란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동네약국은 어려운 점도 많지만 일단 자리가 잡히기 시작하면 빠져나기 힘든 매력적인 요소가 너무 많아요.”
피부한약 특화…김 약사 체험담이 '홍보수단'하늘약국 문에 들어서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피부보약’ POP이다. 피부는 건강 상태의 척도라는 기본적인 물음에서 시작된 ‘피부보약’은 하늘약국의 매출효자 품목 중 하나이다
유난히 하얀 피부를 갖고 있는 김 약사는 스스로 피부보약의 수혜자임을 자처하며 적극 홍보에 나서기도 한다.
보약의 종류도 증상과 정도에 따라 ▲황후 프로그램 ▲공주 프로그램 ▲귀부인 프로그램으로 구분했다. 피부보약의 효능이 ‘붓기완화’와 ‘맑고 탱탱한 얼굴’, ‘다이어트’, ‘피로개선’, ‘건강증진’ 등이라는 문구도 빠짐없이 기입했다.
김 약사가 피부보약을 특화시킬 때 가장 공의 들인 부분은 바로 고객과의 ‘상담’이다. 그는 처방전 수요가 하루 10건 미만이라는 ‘약점’을 오히려 상담시간 강화라는 ‘특장점’으로 반전시켰다.
피부보약을 문의하는 환자는 최소한 1시간 가량을 김 약사와 대화를 나눈다.
김 약사는 “보약만으로 피부가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 환자들의 고정관념부터 수정해 준다”며 “식습관 교정에서부터 운동 방법까지 환자의 삶에 깊숙히 약사가 개입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상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늘약국에는 피부보약 이외에도 어린이 아토피·중이염 등에 대한 보약과, 당뇨환자 식생활 상담 등을 통해 동네약국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하게 굳히고 있다.
단골고객의 충성도를 높여라…'골수'가 될 때까지하늘약국 취재가 진행되던 당일, 보통 약국들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한 명의 주부 고객이 가족 처방전 4장을 가져와 정확히 40분을 기다린 뒤, 조제약을 받아들고 문을 나서는 일이 발생한 것.
더군다나, 이 고객이 기다리는 40분 동안 그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핸드폰은 쉼 없이 울려댔다.
전화기 저편에서는 “왜 이렇게 안오느냐, 빨리 와라”라는 높은 언성이 흘러나왔지만, 정작 전화를 받은 쪽은 “기다려라. 거의 다 됐다”라고 태연스럽게 받아 쳤다.
그러는 사이 이 고객은 알콩달콩한 대화를 김 약사와 이어 나간다. 그는 “일부러 이 약국에 처방전을 ‘몰아서’ 갖고 왔다”며 “이곳 약사님이 우리 아이들 상태를 너무 잘 알고 있다”고 김 약사를 치켜세웠다.
그만큼, 하늘약국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인 셈이다.
하지만, 김 약사는 '골수팬'일 수록 '삐침'이 많다는 점을 늘 염두해 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네약국을 하다보면 우리 약국에 대한 ‘골수팬’이 생겨나요. 고마운 분들이죠. 대신, 이분들은 약국과 약사에 대한 ‘기대수준’이 매우 높아요. 사소한 말 한마디라도 조심해야 합니다. 동네약국 경영의 핵심 노하우라면, 누가, 얼마나 많이 ‘골수팬’을 만드느냐에 달려있겠지요.”
블로그 마케팅 도입 예정…“전국적인 입소문 낼 것”김 약사는 8평 남짓한 약국 규모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2008년에는 ‘블로그 마케팅’을 도입할 예정이다.
하늘약국에서 판매되는 건강기능식품이나 보약에 대한 체험수기를 블로그에 올리고, 약국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네티즌들과 공유하겠다는 것.
그래서, ‘혼자 먹기에는 아까운 약을 파는 약국이 광장동에 있다’는 입소문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키겠다는 것이 김 약사의 계획이다.
여러 선배님들 앞에서 약국 경영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말하는 것이 부끄럽다는 김 약사.
하지만, 김 약사는 학교 동기들이 병원약사로, 또는 문전약국으로 몰려갈 때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을 스스로 선택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또, 3년이 지난 지금 문전약국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김 약사는 "하루이틀 약국할 생각으로 개국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더 '상담'에 주력하고 있다"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약국 현장에 접목하려는 도전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처음 동네약국을 개국할 때, 동기들이 '그런데서 어떻게 약국을 하느냐'고 의아해 하더라구요.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어떻게 약국을 잘 할 수 있느냐'고 제게 도움을 청하기도 해요. 그럴 때 전 이렇게 답합니다. 약국을 다른 약국과 차별화된 고유의 '브랜드'로 키워내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