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과의 추억의 파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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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황제가 우리 곁을 떠난 후 남겨진 두 권의 책과 헌정 앨범. 우리는 그를 영영 잊지 못한다. 포토그래퍼 아르노 바니 역시 자신의 렌즈로 본 그의 피사체를 지울 수가 없다. 그는 오는 12월 초 파리에서 미처 세상에 풀어놓지 못한 자신의 영웅을 공개한다. 이제 전설이 된 마이클 잭슨과의 추억의 파편들. ::마이클잭슨,아르노 바니,멋진,스타일리시한,환상적인,콘서트,스튜디오,음악,사진,추억,파편들,피사체,포토그래퍼,엘르,엣진,el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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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 바니(Arno Bani)는 마이클 잭슨의 죽음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마이클 잭슨을 보호하고 싶었다. 수많은 잡지사에선 그가 지난 2001년에 찍었던 마이클 잭슨의 미공개 컷을 공개하라고 성화였다. 그 중에서는 커버를 내주겠다는 은밀한 유혹부터 ‘0’의 개수를 세기도 어려운 수표를 건네는 무례한 요구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제안 앞에서도 묵묵히 침묵을 지켰다. 그에겐 자신이 사랑한 스타가 생전에 지키기 위해 애써왔던 품위를 유지해주는 일이 더 소중했다. 이런 아르노의 뜻을 유일하게 존중했던 <르 몽드> 대표이자 좌파 예술가인 피에르 베르제(Pierre Berge′)는 조심스럽게 사진의 출판과 경매를 제안해왔고 고심했던 아르노도 마침내 승낙했다. 한참이나 살쾡이처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미디어의 폭격도 그가 죽고 나서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는 잠잠해졌으니까. 여기까지가 오늘 아르노와 그의 ‘크루’들을 만난 공적인 이유다. 오는 12월에 출간될 책과 특별 경매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본심은 따로 있었다. 그보다는 마이클 잭슨과 일하면서 그들 각자가 나눴을 사적인 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 “아직도 꿈에서 일어난 일처럼 믿기지 않아요.” 1999년, 4월의 어느 날 밤. 아르노에겐 갑작스럽게 국제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겨우 알아들은 말은 ‘마이클 잭슨’이라는 영어 이름이 전부. 당시 프랑스의 라이징 포토그래퍼 중 한 사람이었던 그는 전설적인 스타일리스트 이자벨라 블로와 <선데이 타임스 sunday times> 커버 컷을 찍으며 점차 인지도를 넓혀가던 차였다. 아르노의 사진은 특별했다. 같은 모델이라도 그가 촬영하면 달랐다. 그의 사진엔 시대를 가늠할 수 없는 풍부한 여성미로 가득했다. 우연히 아르노의 사진을 보게 된 마이클 잭슨은 그의 결과물에 흠뻑 빠졌고 곧 발매될 앨범 <Invincible>의 커버 컷을 덜컥 맡겼다. 고작 22세의 나이에 금세기 최고의 팝스타와 함께 일하는 영광을 안게 된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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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 리무진을 타고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로 갔죠.” 아르노는 첫 미팅을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던 가슴 떨리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했다. 그는 미팅을 위해 최고급 오트 쿠튀르 의상들을 챙겨갔다. 프랑수아 르사주, 크리스챤 라크르와, 에디 슬리먼이 만든 이브 생 로랑의 수트…. “마이클 잭슨이 묵고 있는 펜트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소지품 검사부터 받았죠. 곧 보디가드의 안내를 받아 큰 방문 앞에 섰어요. 문을 두드리자마자 세상에! 마이클 잭슨이었어요.” “제 생각엔 마이클 잭슨도 많이 놀란 눈치였어요. 생전 처음 보는 얼굴들이 줄지어 서 있었으니까요.” 함께 마이클 잭슨을 방문했던 스타일리스트 마이다 그레고리 보이나(Maïda Gre′gory-Boïna)가 아르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들었다. 새틴 소재의 파자마를 입고 있던 마이클 잭슨은 곧 수줍어하는 태도를 거두고 아르노를 다정하게 껴 안았다. “이번 촬영의 콘셉트는 뭐예요?” “마이클 잭슨은 궁금한 게 아주 많았어요. 자리에 앉자마자 일곱 살짜리 어린아이처럼 질문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죠. 그는 제가 가져온 옷을 계속 만져보면서 흥분했어요. 옷에 놓인 수공예 자수 장식을 특히 마음에 들어 했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곧 파리에서 있을 촬영 날짜까지 정해졌다. 아르노는 제임스 본드처럼 비밀리에 팀을 꾸렸다. “지금은 파리 패션계의 거장으로 성장한 포토그래퍼 장 밥티스트 몬디노(Jean-Baptiste Mondino), 메이크업 아티스트 토폴리노(Topolino), 헤어 스타일리스트 셉 바스클(Seb Bascle), 디자이너 제롬 드레이퍼스(Je′rôme dreyfu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레데릭 로카(fre′de′rique lorca)까지. 내로라하는 업계 실력파들을 모두 끌어 모았죠. 막상 모으고 보니 프레데릭 로카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이 마이클 잭슨 나이 보다 한참 어린 젊은 피들인 거예요.” 마지막 순간까지 촬영은 비밀에 붙여졌다. 촬영장은 파리 외곽 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마이클 잭슨을 위한 전용 헬리콥터가 항시 대기하고 있었다. 마이클 잭슨의 소속사인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는 아르노에게 대중적이면서 동시에 독특한 그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아르노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시시콜콜한 요구들을 처리해가며 능숙하게 촬영을 진행했다. “마이클 잭슨은 우리처럼 어린 사람들과 일하길 즐기는 것처럼 보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열정적인 우리 모습에서 아마 자신의 젊은 시절을 연상한 건 아닐까 싶어요.” 아르노를 필두로 한 그의 드림 팀은 신속히 마이클 잭슨을 변신시켰다. 그의 긴 머리를 자르고 손에는 글리터를 발라 장갑을 낀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데 여유로운 아티스트는 본 적이 없어요. 여태껏 함께 일했던 어떤 사람보다 우리 팀을 믿고 따라와 줬어요.” 아르노를 통해 알게 된 마이클 잭슨에 관한 놀라운 증언 또 하나. “당시 그는 꼼 데 가르송이나 요지 야마모토와 같은 브랜드의 이름을 외우진 못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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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패션은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었죠. 정말 놀라웠던 건 어떤 옷이든 자기 옷장에서 막 꺼내 입은 것처럼 완벽하게 소화해냈어요. 그가 옷을 입는 순간 더 이상 그 옷은 이브 생 로랑의 옷이 아니었어요. 마이클 잭슨의 옷이었죠!” 팝의 황제는 패션에 대한 열정적인 태도와는 별개로 누구에게도 친절함을 잃지 않아 주변을 놀라게 했다. 누구보다 그런 마이클 잭슨을 그리워하는 건 가까이 일하면서 알려지지 않은 그의 세세한 면까지 속속들이 알 수 밖에 없었던 아르노와 그의 팀원들이다. 다정하지만 남자답고 섹시하지만 고상한 매력을 동시에 가진 우리 시대의 슈퍼스타. 일에는 확실하게 필요한 것을 요구할 줄 아는 멋진 남자 말이다. 마이클 잭슨은 숙련된 무용가처럼 완벽하게 자신의 몸을 컨트롤했다. 포즈를 취하고 춤을 추고 노래하고. 또 그러다 지시가 떨어지면 순간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완벽한 부동 자세로 한참을 서 있기도 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셉 바스클 역시 아르노만큼 마이클 잭슨과의 만남을 뚜렷하게 설명했다. “‘전 마이클 잭슨이에요.’ 그가 꺼낸 첫마디였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팬 레터를 읽기 시작했어요.” 셉은 일그러졌다 펴지기를 반복하는 마이클 잭슨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를 변태라고 비난하는 내용 일색인 팬 레터도 있었죠. 마이클 잭슨이 충격을 받은 것 같진 않았어요. 다만 그때 자신의 표정을 거울에 비춰보고 싶어 하지는 않았죠.”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토폴리노는 마이클 잭슨의 소소한 취향을 기억해냈다. “팝 이외에도 이탈리아 회화 작품, 오페라, 바로크 음악 등 전반적인 문화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았어요.” 아르노 바니, 마이다 그레고리 보이나, 셉 바스클, 토폴리노. 마이클 잭슨을 위해 모였던 사람들이 순간 조용해졌다. 그날 따라 하얀 파우더를 얇게 펴발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던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어린애처럼 웃던 그의 웃음 소리를 기억해냈을지도. “그는 지쳐 보였어요. 점차 빛을 잃어가는 촛불처럼. 그의 내부를 비추고 있던 강렬한 빛은 사라져버렸죠. 제가 보기에 마이클 잭슨은 감옥에 갇힌 죄수처럼 보였어요. ” 아르노가 본 마이클 잭슨은 부서지기 쉬운 작고 연약한 유리 인형. 사진 속 그의 모습 또한 멋있다기보다 아름다웠다. <인빈시블 Invincible>. ‘천하무적’이라는 뜻의 앨범 타이틀과는 생각보다 거리가 먼 여린 남자. 그는 마치 달 위를 부드럽게 유영하는 구름처럼 우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눈가를 파랗게 물들이고 눈을 살포시 감은 채. 우리는 비로소 그가 떠난 지금에서야 파란 눈 뒤로 보이는 남자의 상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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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읽었습니다.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들, 그를 추억할 수 밖에 없는 현실..,그가 너무 그립습니다.
잘보았습니다... 담아갈게요....
다정하지만 남자답고 섹시하지만 고상한 .. .. 그
그를 이렇게 추억하는 사람들이 고마우면서도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네요
글 감사합니다. 굉장히 독특한 사진이네요.. 사진집이 궁금해요.
이분들도 그 옷의 주인이 없다는 것에 안타까워하겠죠? 스크랩 해갑니다.
장갑이 아니라 글리터였군요.. 하지만 저 포토슛을 공개한 이상.. 변명은 필요없지 않나요. 물론 그 사람도 이게 최선이었겠지만.
그냥 가슴만 먹먹하네요
글 잘봤습니다...
아름다운 마이클.. 사랑합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팬들의 사랑을 원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마이클!
마이클의 내면세계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한 단면만을 보고 표현한
부분은 좀 마음 아프군요
너무도 귀한 그의 행적을 알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는 내내 많이 아픕니다........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여리디 여렸던 그가 얼마나 힘겨웠을지........사랑합니다...나의.........황제님...........
마지막 부분에서 눈물이 나네요...
잘읽었어요....가슴아프네요...
마음이 아파요. 그리고 아무리 그리워해도 추억으로만 더듬어야 하는 현실이 더 슬퍼요.
그가 떠나고 난 지금에서야 파란 눈 뒤로 보이는 남자의 상처를 보았다..정말 눈물 나네요.ㅠㅠ..
전 먼저 뉴스기사로 읽었어요~읽는 내내 어찌나 먹먹하던지.. 요즘 감정이입이 너무 심해져서 큰일이에요 ㅠㅠ 우리 마이클 정말 사랑합니다
부서지기 쉬운 자고 연약한 유리라는게 와닿네요.. 담아갈께요.
아 이렇게 서정적인 기사문이라니.
기사가 아니라 잡지에 실린 글이에요. ㅎ_ㅎ
잘 읽었습니다..담아갑니다..
잘~읽었네요.
정성으로 올린 글들을 즐기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는것이 없어 늘~미안 하기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