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의 개혁이 시작됐다 코칭스탭부터 선수까지 대폭 물갈이로 분위기 쇄신
인천 전자랜드 블랙슬래머의 오프 시즌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5월 최희암 감독을 새 사령탑에 앉힌 것을 시작으로 FA 김성철을 영입하고 트레이드를 통해 조우현, 황성인을 가세시키며 팀 분위기를 일신했다. 게다가 요소요소에 신인드래프트 1순위인 전정규를 비롯 정선규, 정종선, 정훈종 등 알찬 식스맨이 가세함으로써 지난 시즌과는 비교할 수 없는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전자랜드의 부흥이 시작된 것일까.
참담했던 지난 시즌 8승 46패.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무른 전자랜드 성적이다. 독불장군 식의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공격력 부재가 불러온 결과였다. 지난 시즌 전자랜드 행보를 살펴보자. 사상 최고의 용병 듀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리 벤슨과 앨버트 화이트는 시작부터 삐거덕댔다. 화이트가 개막 후 단 2경기 만에 무릎부상으로 빠지면서 원활하게 가동되지 못한 것. 대체용병인 헤롤드 아세노와 온타리오 렛은 용병이라 부르기도 뭐한 플레이를 보였다. 문경은 외에 국내 선수진의 공격력이 떨어져 정재호에서 리 벤슨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골밑 공격만이 반복됐고, 전자랜드는 득점 공백을 뼈저리게 느끼며 추락을 거듭했다. 화이트가 부상에서 복귀했으나, 이번에는 리 벤슨과의 궁합이 문제가 되며 전자랜드는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프로농구 중반, 중위권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을 때,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전자랜드는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행보를 시작했다. 리빌딩이라는 명목 아래 팀 주축스타인 문경은을 SK의 김일두, 임효성과 바꿨고, 그나마 제역할을 해주던 리 벤슨을 오리온스에 내줬다. 리 벤슨의 트레이드는 훗날 전자랜드가 정재호를 내주고 상무에서 뛰던 오리온스의 가드 박지현을 영입하는 트레이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용병포함 무려 9명이 새 얼굴 지난 시즌 중반부터 올해 오프시즌까지 전자랜드의 행보는 그야말로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시즌 개막 멤버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있는 선수는 몇 명 없다. 최명도, 김태진, 김택훈, 표필상 등이 전부다. 올 오프시즌만 해도 수차례의 트레이드와 FA영입, 그리고 신인 선수 가세 등으로 정재호, 김일두, 박규현, 박훈근, 임효성 등이 나가고 황성인, 조우현, 김성철, 정종선, 정선규, 정훈종, 전정규 등이 들어왔다. 여기에 확정되지 않은 용병 2명이 들어오면 무려 9명이 새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게 된다. 이 같은 행보에 일부 팬들은 전자랜드의 미래로 여겨졌던 정재호와 김일두를 내준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리빌딩이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 시즌 전자랜드의 참담하고 무기력한 경기 내용에 기존의 골수팬조차 등을 돌리는 시점에서의 무모한 리빌딩은 분명 시기상조다. 정재호, 김일두, 임효성 모두 젊고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프로무대에 완벽히 정착하기 위해선 최소 3년정도는 인내를 갖고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영영 자리잡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지난 5월 새로 영입된 최희암 감독은 바닥에 떨어진 전자랜드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이미 프로에서 충분한 검증을 마친 선수들을 중용하기로 결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전자랜드가 젊은 유망주의 발굴을 아예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한 전정규도 있고, 양희종(연세대), 김태술(연세대), 우승연(경희대), 김영현(고려대), 정병국(중앙대) 등 대어들이 즐비한 2007년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LG로부터 얻어왔기 때문이다. 전자랜드의 파격적 행보는 비단 선수뿐만이 아니다. 코칭스탭의 구성에 있어서도 대대적 개혁이 있었다. 앞서 언급한 최희암 감독의 영입과 더불어 창원 LG 감독을 역임한 바 있는 박종천 코치를 오른팔에, 최초의 외국인 감독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시즌 중반 도중하차했던 제이 험프리스 코치를 왼팔에 두었다. 모두 프로농구 감독의 경험이 있는 만큼 네임 밸류나 역량에 있어서만큼은 최고라 할 만한 코칭스탭 구성이다. 그러나 다들 사령탑으로서는 프로농구에서의 성공을 보여주지 못했던 만큼, 이제는 프로무대에 완벽히 적응됐다는 것을 농구 팬들에게 증명해야 할 것이다. 지난 시즌의 성적이 워낙 좋지 못했던 터라 상대적인 부담감은 덜 하겠지만, 대대적인 개혁에 불쾌감을 보이는 일부 전자랜드 팬들의 불신을 잠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가시적인 발전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탄탄한 코칭스탭, 강하고 매력적인 국내 주전 라인업 이번 전자랜드 팀 개편의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외곽슛이 좋은 세 명의 베테랑을 영입했다는 점이다. 76년생 트리오인 황성인, 조우현, 김성철이 바로 그들이다. 세 선수는 모두 3점슛을 바탕으로 빼어난 득점력을 갖춰 그동안 국내선수진의 공격력 부재가 뼈저리게 느껴졌던 전자랜드의 숨통을 트여줄 전망이다. 연세대 시절 이미 스타 플레이어였고 오랜 기간 국가대표를 지낸바 있는 황성인은 대학시절 은사였던 최희암 감독의 팀 컬러인 ‘분업 농구’를 구사하기 위한 키 플레이어다. 포인트 가드치고 상당히 정확한 슛(지난 시즌 FG 51%, 3FG 44%- 전체 2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고 속공보다는 세트 오펜스에 더 잘 맞는 편이다. 2003년에는 게임당 7.9개로 어시스트 상을 거머쥐었을 정도로 패싱능력도 갖추고 있으나 최근 몇 년간 게임리딩에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따라서 황성인이 얼마나 자신감 있게 플레이 해주느냐가 올 시즌 전자랜드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여건은 작년보다 훨씬 좋다. 우선 자신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최희암 감독 밑에서 뛴다는 것이 그의 플레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LG에서는 올라운드 플레이를 하는 현주엽의 존재 때문에 본의 아니게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밖에 없었지만, 다행히 후반부로 갈수록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고, 이번 시즌에는 더 과감하고 자신있게 코트를 누빌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이번에 국가대표로도 발탁된 조우현(지난 시즌 3FG 41%, 6위)도 팀이 어려울 때 언제든지 한방을 터뜨려줄 수 있는 대범함이 돋보이는 선수이다. 마음만 먹으면 게임당 15득점 이상은 거뜬히 올려 줄 수 있는 선수이기에 전자랜드의 득점력 부재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은 기정사실이다. 다음 시즌 전자랜드의 주전 스몰포워드 자리를 꿰찰 것으로 예상되는 김성철도 해결사로서 큰 역할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2001-2002 시즌에 45%의 3점 성공률로 1위를 차지할 만큼 정교한 슛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공수에서 골밑 가담이 좋은 편이다. 사실 김성철은 지난 시즌 그리 좋지 못했다. 2004-2005시즌 단테 존스, 양희승과 함께 SBS의 돌풍을 이끌었건만, 지난 시즌에는 본인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부진했다. 여기에 이 3명의 공격 패턴을 집중 분석한 상대팀의 견제가 심해져 단테 존스는 물론, 동반 상승해야 할 양희승·김성철 쌍포마저 침묵하고 말았다. 따라서 남은 기간 동안 몸 상태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또 다가올 국제대회를 부상 없이 마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포지션별로 잘 구축된 벤치멤버 전자랜드는 벤치 멤버의 깊이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어졌다. 특히, 대학 시절 정교한 외곽슛으로 연세대의 득점을 책임졌던 신인 전정규의 가세는 주목할 만하다. 그는 뛰어난 집중력으로 결정적인 슛 기회를 확실하게 성공시킬 수 있다. 쉴 새 없이 빈 공간을 찾는 움직임도 좋고 기복도 심하지 않은 편이다. 팀에서 조우현의 백업 슈팅가드로 게임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활약 여부에 따라 주전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 대학 시절에는 스몰포워드로도 기용됐던 그이지만, 프로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187cm에 85kg의 사이즈가 조금 버거워 보인다. 그가 프로에 빨리 적응해서 대학수준과는 다른 레벨의 농구를 보여줄 만큼 성장해 준다면 전자랜드의 미래는 밝다. 상무에서 갓 제대한 정선규는 기존의 최명도, 김태진과 더불어 포인트 가드진에 큰 보탬이 될 선수다. 2002년 드래프트 전체 9순위로 창원 LG에 입단한 정선규는 당시 나이에 비해 노련하고 대범한 모습을 보인 바 있고, 경우에 따라서 스타팅 포인트가드로도 슈팅가드로도 쓸 수 있어 효용가치가 높다. 상무시절에도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각종 우승을 이끈 바 있는 그가 오랜만에 돌아온 프로무대에 얼마만큼 빨리 적응하느냐가 본인은 물론 팀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어느 팀에 가서도 자기 역할을 다해주는 KBL의 대표적인 ‘저니맨’중 하나인 데뷔 6년 차 포워드 정종선의 가세도 눈에 띈다. 가드, 포워드를 가리지 않고 상대팀의 득점원을 터프하게 수비하기로 유명한 그는 팀의 상황에 맞게 적재적소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조우현과 김성철의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함과 동시에 상대 수비의 방심을 틈타 득점에도 가담할 수 있다. 여기에 터프함이 강점인 김택훈과 젊고 탄력 좋은 석명준이 포워드 진의 깊이를 더해주게 된다. 외국인 선수 출전 가능쿼터가 한 개 쿼터에서 두 개 쿼터로 늘어나면서 국내센터의 가치가 다소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 이번 시즌을 대비해 전자랜드는 KCC에서 정훈종을 데려왔다. 그의 가세는 지난 시즌 팀의 유일한 국내 빅맨으로서 고군분투 했던 KBL 최고령 선수 표필상의 짐을 덜어주게 된다. 비록 최희암 감독의 성향으로 볼 때 높이가 좋은 용병 한명과 빠르고 센스있는 4명의 국내선수를 코트에 내보낼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정훈종의 매력적인 205cm의 신장은 타 팀 국내 빅맨들뿐 아니라 상대 용병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조직력 전자랜드의 선수 구성을 놓고 봤을 때, 용병은 센터 한 명, 파워 포워드 한 명이 될 것이다. 최희암 감독은 용병선발과 관련해서 “가드들은 찔러 주는 대로 잘 받아 먹는 용병을 원하고, 포워드들은 무게감 있고 착실한 용병을 원한다. 모든 의견을 수렴하고 절충해서 최상의 결론을 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력을 떠나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용병의 성실성이다. 아무리 기량이 좋다고 하더라도 독불장군 식으로 팀의 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용병과는 절대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부류의 선수들로 어느 정도는 성적을 낼 수는 있겠지만 절대 최고의 성적을 낼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최고가 될 수 없을 바엔 용병 달래가며 골치 아프게 팀을 이끌다 실패하느니 착실한 용병 데려다 놓고 나만의 색깔을 펼치면서 탈락하겠다는 게 최희암 감독의 생각이다. 또 대학시절부터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떨쳤던 76년생 3인방이 얼마나 잘 조화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올 시즌 전자랜드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분업농구’를 중시하는 최희암 감독이 세 선수의 득점욕을 잘 조율해야 할 것이다. 오프시즌 동안 다른 어느 구단보다도, 아니 KBL역사상 가장 과감한 개혁을 단행한 인천전자랜드 블랙슬래머. 이번 시즌의 성패가 프랜차이즈의 앞날, 더 나아가서는 KBL의 앞날을 점쳐볼 수도 있기에 농구 팬들은 그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글/ 임종석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Talk! Talk! 김성철·황성인·조우현 전자랜드 3인방의 도/원/결/의
한 팀에서 새롭게 뭉친 동갑내기 3인방을 만나러 부천 송내역에 내려섰다. 이들을 불러모은 곳은 인천 장수동에 위치한 전자랜드 숙소. 인천대공원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지만 지역구획상으로는 송내역에서 가장 가깝다. 이 근방은 과거 복사골로 유명했던 곳. 송내역에서 나오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복사골 문화센터’ 등 인근 시설의 이름과 아직까지 이어지는 복숭아 축제 등에서 복숭아 밭이 우거졌던 예전의 모습을 조금쯤은 엿볼 수 있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바로 여기서 76년생 동기인 세 사람이 뭉쳤다는 것은 왠지 의미심장하다. 마치 복숭아 밭에서 의형제를 맺은 유비·관우·장비의 만남처럼, 한 날 한 시에 전자랜드로 온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다가올 2006-2007시즌을 전자랜드 도약의 시기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뭉쳐 있으니까. 그들은 말한다. ‘도원’이 없다면 옆에 있는 대공원에서라도 결의를 다지겠다고. 전자랜드를 일으키기 위한 세 선수의 의기투합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세 분 반갑습니다. 일단 전자랜드 선수가 된 소감은 어떤가요? 새로 출발하는 기분이에요. LG에 너무 오래 있었는데 이렇게 팀을 옮기게 된 만큼 신인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이전 시즌에 전자랜드가 성적이 안 좋았고 도약을 위해 리빌딩에 나선 만큼 다음 시즌에는 반드시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해요. 한 팀에 오래 있는 선수도 있지만 트레이드 될 수도 있는 거죠. 선수나 팀의 스타일이란 게 있는 거니까. 지난 두 시즌 동안 전자랜드의 성적이 좋지 않았고 저도 개인적으로 몇 년간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했어요. 이렇게 전자랜드에 오게 됐으니 힘내서 팀 성적도 올리고 개인적으로도 올라설 수 있는 발판으로 삼고 싶습니다. 애초에 팀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기존의 팀에서는 팀을 위해 나를 희생해야 했고, 안양에 7년이나 있었는데 그 울타리를 벗어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때 전자랜드에서 저를 영입하겠다고 나섰고요. 기왕 오게 된 만큼 잘 해봐야죠. 세 선수가 갓 프로에 입문한 신인 시절에 함께 점프볼 표지를 찍었는데,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모이니까 감회가 새롭지 않아요? 그때는 신인이었고 각자 다른 팀의 선수였지만 지금은 한 팀의 선수로 함께 모이게 됐다는 게 제일 큰 차이점이겠네요. 그만큼 우리가 나이를 먹었다는 거죠. 다들 결혼하고, 30대가 되고…. 다들 결혼했는데 우현이는 안 했잖아. 이럴 게 아니라 점프볼에 공개 구혼 광고 좀 내주세요. (좌중 웃음) (쑥스러운 듯) 왜들 이래, 정말? 야, 인터뷰에는 원래 이런 얘기가 들어가 줘야 재미있는 거야.
최하위 팀에 오게 됐다는 사실이 각자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나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트레이드 소식을 전화로 전해 들었는데,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팀이니까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죠. 저야 트레이드되기 전부터 워낙 소문이 무성해서 특별한 느낌은 없었어요. 전 이 팀에 자의로 왔고, 물론 내가 다 하는 건 아니지만 성적이 안 나던 팀을 위로 올라가게 한다는 데 매력을 느꼈어요. 이미 바닥을 두 번 쳤으니 정말 올라가는 일만 남았잖아요. 다른 선수들과 합심해서 전자랜드가 명문구단으로 갈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전자랜드로 옮겨온 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 걸로 아는데. 이전 팀에 있을 때는 꽉 짜여진 분위기였는데 여기는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점이 사뭇 다르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우리 동기들을 주축으로 팀을 구성하시면서 역할 분담이나 용병에 관한 의견도 많이 물어보고 수렴해주세요. 저는 대학교 때 가르쳐주신 스승님이니까 그동안 제가 어려움을 느끼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죠. 제 역할에 대해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요. 좀 더 이기적으로 하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슈터라는 제 포지션 자체가 조금 이기적이어야 하는 자리인데 그동안에는 이전 팀의 컬러 때문이었지만 너무 다른 선수들을 배려하는 데에만 익숙해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때로는 그런 모습들이 책임 회피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전까지의 장점은 살리되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도록 해볼 생각입니다.
다른 팀에 있던 선수로서 지난 시즌까지의 전자랜드는 어떻게 봤는지 궁금한데요? LG도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꼴찌는 아니었거든요. 비록 8위를 했지만 전자랜드는 항상 얕보는 면이 있었어요. 다른 팀도 마찬가지였고… 그런 게 보였어요. 다음 시즌에는 절대 그런 인식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우선 꼴찌 팀이라는 생각부터 빨리 버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부터 아귀가 맞지 않았잖아요.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즌 중간에 감독이 경질되고 팀의 중심이 없어지자 외국인 선수가 말썽을 부리고. 안타까웠죠. 어두운 느낌? 전자랜드에 당한 1패는 4~5패 정도의 타격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시즌 막판에는 복병으로 떠올랐잖아요. 전자랜드의 승리가 막판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고.
그렇다면 현재의 전자랜드에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요? 지난 시즌 최하위를 했던 멤버는 대부분 바뀌어 있어요. 선수들도 다들 새롭게 출발한다는 마음가짐이 있고요. 선수뿐 아니라 구단 전체가 우리가 꼴찌 팀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멤버를 구축했고 서로 믿고 의지하는 만큼 다시 꼴찌를 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선수들이 달라진 만큼 팀도 마인드가 달라져야죠. 선 투자, 후 성적이랄까? 이제는 명문구단으로 나아가는 데 주력했으면 좋겠어요. 앞에서 다 말해버렸네. 저도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에 모두 동감이에요.
한 팀에 있게 된 건 처음이지만 오랫동안 서로의 플레이를 지켜봐 왔는데 선수로서 서로에 대한 평가는 어느 정도인가요? 우현이는 우선 슛이 좋고, 정말 한국에서 인정받을 만한 선수잖아요. 성철이는 센스가 좋고. 다들 개성 넘치는 선수들이에요. 성인이는 신인 때 우승도 해본 만큼 큰 경기 경험이 있고 위기관리 능력도 좋아요. 어릴 때부터 줄곧 좋은 모습을 보여 왔고요. 성철이는 키가 크면서 슛도 좋고 다재다능한 면이 돋보이는 A급 선수죠. 성인이는 물론 기량도 갖췄지만 대학 때 우승을 많이 해봤고 프로에서도 우승 경험이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큰물에서 놀았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를 우리 팀 선수들에게 많이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봐요. 우현이도 어려서부터 아시아에서 알아주는 테크니션이었잖아요. 좀 이기적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LG에서 자제하는 걸 배운 것 같아요. 일단 높은 데 있었던 사람들은 실력을 떠나 마인드 자체가 잘 돼 있죠.
세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던 학창시절, 서로의 첫인상은? 성인이를 처음 알게 된 건 아마 고등학교 1학년 때였나? 체구가 작은 선수였는데 재간이 좋고 볼 다루는 능력이 있었어요. 점프력도 좋았고요. 그래서 저런 애랑 같이 운동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성철이는 고등학교 때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고3때 같이 청소년대표 하면서 알게 됐는데 슛이 좋았고 농구를 아기자기하게 한다는 느낌이었죠. 대표팀에서 같이 운동을 하면서 ‘이 선수들과 또 한 팀에서 뭉칠 날이 올까’ 하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으니까 지금 같은 날이 오네요. 그래서 전 정말 기분 좋아요. 성철이가 뚜렷한 주관을 갖고 알아서 이 팀에 온 거지만 저도 전부터 같이 해보고 싶었고 성격도 잘 맞아서 전자랜드 오라고 전화도 했었어요. 성철이는 (강)혁이와 함께 삼일상고에서 활약했는데 큰 키에 비해 슛도 좋고 패스도 괜찮게 하더라고요. 우현이는 개인기가 좋고 점프력이 좋아서 좋은 선수라는 걸 알았어요. 청소년대표에 뽑혔을 때부터 서로를 조금 더 알게 됐는데 성격적으로 봤을 때 성철이는 활발한 편이면서 과묵한 면도 있어요.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잘하고요. 우현이는 자기 할 말 다 하는데 의외로 소심한 부분이 있어요. 자기는 아니라고 하는데 상대가 보면 소심하거든요. (웃음) 고등학교 2학년 때 제가 있던 삼일상고에 동아고가 전지훈련을 온 적이 있어요. 당시 우현이는 초고교급 스타였는데 그때 보고 저는 1년 휴학했다가 복학한 선배인 줄만 알고 존댓말을 쓴 적이 있어요. 우현이가 그때 몸도 장난 아니고 인상도 와일드했거든요. (웃음) 성인이는 고등학생답지 않게 어른스러웠어요. 플레이도 영리하고 성격도 은근히 어른스러운 면모가 있었어요.
함께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같이 그리스에서 했던 세계대회에 나갔을 때인데, 도중에 쉬는 날이 있었어요. 그래서 같이 쇼핑을 다니고 있었는데 길에서 덩치가 저만한 남자를 만났어요. 그런데 다시 봤더니, 글쎄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는데 저희를 보고 윙크를 하더라고요. 정말 당황스러웠죠. 고등학교 졸업하기 직전의 겨울방학이었어요. 우리는 청소년 대표에 뽑혀서 필리핀에 가 있었는데 거기서 감독님 몰래 술을 마시다가 걸린 일이 있어요. 그때 우리가 허재 감독님이 청소년 대표로 있을 때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거든요. 그래서 몰래 빠져나가 맥주를 사서 우승컵에 따라 마신 적이 있어요. 나중에 양문의 선생님께 걸려서 많이 혼났지만. (웃음) 당시 약체로 꼽히던 인도네시아와의 경기를 고전하다가 간신히 이겨서 라커에서 혼나던 기억도 나네요.
당연히 팀 성적 올리는 게 우선 목표겠지만 그밖에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목표도 있겠죠? 지난 시즌 저는 전경기 다 출장하는 게 목표였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시즌 끝까지 안 아픈 채로 전 게임을 소화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는 개인 성적이 곧 팀성적이에요. 제발 6강 플레이오프를 통과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어요. 제 어시스트가 고작 1개 뿐이라도 좋아요. 팀만 성적이 올라간다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김성철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얼른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었어요. 좋게 보면 멀티 플레이어인데 사실은 색깔이 확실하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다가오는 새 시즌에는 저만의 확실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 이름이 나오면 떠오르는 플레이가 있을 정도로요. 분명 지금 시간이 제게도 전환점이 돼 주겠죠.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한 마디씩 건네면서 일어날까요. 각 팀에서 내로라는 선수가 모였는데 주위에서는 걱정을 하기도 하세요. 모두 동기이고 저마다 한다 하는 선수들이니까 사이가 안 좋아질지도 모른다고요. 저도 실력이나 성적보다도 그 부분이 가장 걱정돼요. 그래서 농구 외적인 면부터 똘똘 뭉쳐서 재미있게 지냈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저부터 노력을 해야죠. 특별한 건 없고 그저 자기 분야에서 충실한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각자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하면 자연히 팀 성적도 올라가지 않겠어요? 다들 아픔을 겪고 난 뒤에 이 팀에 오게 된 걸로 알고 있어요. 기존의 명성이나 평소 갖고 있던 자기 능력에 비해 너무 성적이 못 나왔는데 그런 시기에 새 팀으로 옮겨오게 된 거죠. 다들 동기가 많으면 다투는 일이 잦을 거라고 보시는데 큰 뜻을 갖고 왔으니까 우리의 능력을 한 번 보여줬으면 해요. 다른 팀들이 껄끄러워하고 두려움을 느낄 만한 팀을 만드는 거죠. 참고로 제 소원은 시즌 마지막 날까지 경기를 해보는 거예요. 시즌 마지막 날까지 경기 하면 챔프전 뛰는 거죠 뭐. (웃음) 글/ 전혜선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조우현의 반쪽을 찾습니다! 결혼하면서 인생의 선배가 된 김성철과 황성인은 이 날 점프볼 취재진을 향해 끊임없이 한 가지 요청을 했다. 바로 점프볼을 통해 조우현의 반쪽을 찾아보자는 것. 76년 3월생인 조우현은 부산동아고와 중앙대를 졸업해 1999년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동양에 입단했다. 과묵한 성격에 남자다운 외모를 갖췄으며 한 번 불붙으면 막을 수 없는 슛 감각을 가진데다 한 때 팀의 리딩이라는 중책도 맡았을 만큼 올 어라운드 플레이가 돋보이는 선수. 뛰어난 농구 실력에 재테크 실력까지 겸비해 일찍부터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최근 서울 강남 대치동에 집까지 마련해 장가갈 준비를 마쳤다고. ‘준비된 신랑감’ 조우현에게 관심 있는 여자분은 점프볼 사무실로 연락 바랍니다!
김성철, “신혼이라 행복해요” 지난 5월 14일 웨딩마치를 울리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시작한 김성철. 결혼하니까 뭐가 좋으냐는 질문을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던 그는 기자의 질문 공세에 하나 둘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우선 집에 꼬박꼬박 들어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 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단다. 또 챙겨주는 사람이 있으니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된다고. 중학교 선생님인 김성철의 아내 정인 씨는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밥 준비를 해놓고 출근해 퇴근하자마자 남편을 위해 저녁 준비를 한다. 자신의 일만 해도 충분히 힘들 텐데 어느새 슈퍼우먼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 그런 아내가 미안하고 고맙다는 김성철, 그의 이야기는 어느새 자랑으로 변해 있었다.
황성인, “게시판에 글 올라와요!” 한 번 취재를 나가면 인터뷰보다 더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것이 사진 촬영이다. 쑥스러워하는 선수들을 상대로 다양한 모습을 포착해내기 위해 취재진은 팔을 들어라, 내려라 하며 갖가지 포즈를 요청했다. “황성인 선수, 한 쪽 다리 좀 꼬아보세요.” 그러나 황성인은 어쩐지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이를 거부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대답. “그런 사진 나가면 황성인 거만하다고 독자들이 게시판에 쓴단 말이에요.” 천하의 황성인도 안티 팬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그러나 점프볼은 한사코 포즈를 바꾸지 않겠다고 우기는 황성인을 달래 간신히 다리 꼰 포즈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황성인 선수, 이만하면 겸손해 보이지 않나요?
출처 - 점프볼
ㅡㅡ; 김태진, 최명도좀 처리했어야하는데 |
첫댓글 임효성-김일두-정재호를 내치면서 데려온 스타급 선수들은 곧 리빌딩이 아니라 최희암식 바스켓에 최적화된 시스템. 그가 요구한 팀 자원을 의미합니다. 리빌딩이라기 보단 주전의 '명확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강하고 매력적인 국내 주전 라인업 , 포지션별로 잘 구축된 벤치멤버 그다지 강해보이진 않는데..
세 선수 다음 시즌엔 좋은 모습 보여주세요 그나저나 조우현 선수 반쪽 빨리 찾길 바래요
아세노 ㅋㅋㅋㅋㅋ
많이 강해보이는데요..주전부터 백업까지.. 그야말로 자기 자리에 맞는 선수들로 맞춰져 있네요.
게다가 내년 1라운드 지명권이 2장이나 있으니...
정말 어찌보면 전 단장(박수교)분이 나름 잘한면도 있는듯...--a
조우현 선수를 보니 박경림 생각나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