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 더위, 기력 살리는 보양식들
삼복(三伏) 더위 중 초복이 어제였다. 삼복이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의 절기다. 하지로부터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初伏), 넷째 경일을 중복(中伏), 입추 후 첫째 경일을 말복(末伏)이라 부른다. 십간 순서대로 오는 날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는 삼복 사이에 각각 10일의 간격이 있어서 초복에서 말복까지는 최소 20일이 걸리는데, 입추 전에 경일이 한 번 더 끼어 있으면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이 되기도 한다. 올해는 7월 11일, 21일, 8월 10일이다. 이렇게 달을 넘기는 것을 월복(越伏)이라 한다.
흥미롭게도 복날의 복자에는 개가 들어간다. 바로 엎드릴 복(伏)이다. 사람 인에 개 견이 붙어 있어 바로 개처럼 사람이 바짝 엎드리고 있다는 의미다. 가을의 기운이 내려오다가 여름날의 더운 기운이 강렬해서, 드러내지 않고 개처럼 복종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가 있어서일까? 개는 복날의 대표 음식으로 오랫동안 존재했다. 문헌에는 음식디미방, 산림경제, 규합총서 등 여러 책에 다양한 요리법이 소개돼 있다.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개고기를 먹었으며, 서양에서도 고대 그리스의 의사인 히포크라테스는 개고기에는 약효가 있다고 할 정도였다. 애견 문화가 확산되면서 여름날의 보신 문화는 주로 삼계탕과 장어가 맥을 잇는 것 같다.
삼계탕을 본격적으로 먹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로 본다. 이때부터 양계장이 늘어나면서 부자들 사이에서 닭백숙, 닭국에 가루 형태의 인삼을 넣는 삼계탕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1950년대 계삼탕(鷄蔘湯)을 판다는 식당이 생기게 된다. 닭이 주원료였고, 삼이 부재료였으니 삼계탕이 아닌 계삼탕으로 불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삼을 통째로 넣는 것이 아니라 가루 중심으로 넣었다. 여름의 또 다른 보양식인 장어 요리는 1980년대 들어 대중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어에는 비타민A가 많아 인체의 생기를 왕성하게 해주며, 무엇보다 고단백 영양식이다. 일본도 장어 요리를 즐긴다. 일본인들은 소, 돼지 등의 육식을 멀리했었는데 단백질 및 지방을 섭취하기 위해 장어를 먹었던 것이다.
최근에 주목받는 보양식이 있는데 바로 흑염소다.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기력 회복으로 흑염소 진액이 유행했고, 더불어 탕, 전골, 수육, 구이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요리가 더욱 관심을 받았다. 다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1년에 새끼 한두 마리만 낳는 흑염소의 특성상 급증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고급 요리로 인식되는 점도 있다.
복날에 보양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의 식습관이라고 볼 수 있다.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삶에 치여 산다는 뜻일 것이다. 복날에 보양식집에 사람이 몰리는 것도 사람들이 평소에 건강을 돌볼 만큼 여유가 없이 살고 있다는 방증인 것 같다. 아무렴 어떤가. 삼복 때라도 건강한 음식을 찾아서 먹고 기력을 회복해 보면 어떨까.
명욱 연세대 미식문화최고위과정 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