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7일 칼스루에에 소재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Bundesverfassungsgericht)에서 독일 상원의 NPD(네오나치당) 금지 청원 고소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결과는 간단히 말해 NPD 허용이다. 금지청원이 벌써 두 번째 기각당했다.
이 판결 결과에 대해 외국인, 특히 한국인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신히틀러당이 합법적인 정당으로 인정받아 국가의 정당보조금까지 받는다는 것이 어찌 가능한 일인가? 이 결과에 대해 많은 독일사람도 어리둥절했다. 그러므로 여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필자도 과거 헌재의 판결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장기간 헌재판결을 지켜본 결과, 판결들이 대단한 수준임을 깨닫고 그를 신뢰하게 되었다. 이것을 통해 배운 바가 있었다. 이번 판결을 통해서도, 그리고 여론 형성을 통해서도 배운 바가 있어서 이것을 동포와 나누고자 한다. 헌재판결을 이해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신문기사나 논평을 종합하여 소개하고 필자의 의견을 밝힌다.
1. NPD 정당에 대해
NPD는 독일 극우정당으로서 나치정당인 NSDAP와 이름까지 비슷하다. 이들은 외국인을 증오하는 인종차별주의자이며, 유대인 증오자, 반법치국가주의자이다. 이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구호가 들린다: “단지 혈통이 독일인만 독일인이다”(외국인의 독일국적 취득에 반대). “다른 종족의 독일국적 소지자는 독일사회의 이물질이다”. “니그로(Neger)는 독일인보다 지능지수가 낮다”…
이들은 동독에서 몇 번 Landtag(주의회) 진출에 성공했으나(지지율 5% 이상 취득), 작년 가을 메클렌부억-포어폼먼 주의회에서 실패한 것을 마지막으로 주의회에서 물러났다. 현재 연방의회 선거 지지율은 1,3%이다. 지방자치(Landkreise, Staedte, Kommune)에서는 모두 약 330명의 의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것은 매우 적은 수자이다. 유럽의회에서는 1%를 얻어 단 한 명의 의원이 있다(그들 지도자인 Udo Voigt).
2. 헌재판결 결과
헌재 판결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NPD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다. NPD는 나치 정당과 본질에서 같으며 분명히 헌법에 위배된다. 그러나 NPD는 너무 작고(winzig) 의미 없는(unbedeutend) 정당이므로, 국가에 위협을 주지 않는다. 위험한 정당이라고 해서 헌법이 금지할 수 없다. 위험한 행동으로 표출될 때, 혹은 그러한 위험이 보일 때 금지할 수 있다. 따라서 NPD는 위험할 정도로 성장했을 때 금지될 것이다. 그러나 의회는 언제든지 NPD에 정당자금을 주지 않도록 법률을 개정할 수 있다.
3. 헌재판결 반대자들의 의견
SZ(쥐트도이체차이퉁) 주필 중의 하나(Leitartikler)인 인기 저널리스트 프란틀(H. Prantl)은 SZ 사설에서(1월 18일자) 헌재 판결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비판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작다고 해서 헌법에 위배되는 정당을 허용해도 좋은가? 자유의 적에게 자유를 주는가? 국가기본법을 제거하려는 정당을 기본법이 보호하는가? 금지는 방지의 효과가 있다.
4. 정치가들의 반응
NPD 금지를 원했던 정치가들은 헌재의 결정에 처음에는 시큰둥했으나 전문가들의 해설을 듣고 헌재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만족했다. 그들은 법률을 제정하여 극우정당의 자금줄을 끊도록 허용한 것이다. 따라서 연방법무장관 하이코 마스(SPD)와 그의 동료는 벌써 이것을 하려는 의사를 밝혔다.
5. 헌재가 네오나치를 허락한 이유
헌재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극우정당 금지가 매우 어렵다. 상위기관인 유럽 헌재가 독일 헌재의 결정을 기각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유럽 헌재가 독일 헌재의 결정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터어키, 폴란드, 헝가리와 같은 준 독재국가가 독일의 예를 들어서 그들의 정책에 반대되는 정당에게 같은 이유로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극우정당을 철폐하면 극우세력이 오히려 음성화되어 더욱 과격하게 되고 단속하기가 어렵게 된다. 독일에는 극우세력이 NPD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크고 작은 극우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단지 정치정당이 아닐 뿐이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보면 숫자는 많지 않으므로 유려할 수준은 아니다.
NPD를 양성화된 채로 두면 국민 여론의 화살을 맞게 되고 국민을 계몽하는 효과도 가져와서 시민이 쉽게 극우에 빠지지 않는다는 효과도 있다. 특히 계몽주의 사회 저널리스트는 극우는 적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극우를 이슈화시켜 매섭게 공격하므로, 극우의 성장을 억제하는데 공헌한다. 이러한 이유로 친 극우정당인 AfD(독일애국대안당)가 때때로 기자들을 공격한다.
나치의 쇼아(홀로코스트)에 대한 혐오감이 아직도 독일인에게는 지배적이므로 양성화된 극우를 반면교사로 삼아 계속 공격하면 계몽의 효과도 있다. 어쨌든 역사적으로 극우가 거의 없는 포르투갈, 스페인을 제외하고는 유럽에서 독일에 극우가 상당히 적은 편이다. 이것은 아직도 계속되는 나치 만행에 대한 학교 교육, 매스컴을 통한 시민교육의 효과 덕택이다.
따라서 헌재는 근본적으로 성숙한 민주사회를 신뢰했다. 전체주의적, 비인륜적인 이념의 확산을 저지하는 데에는 토론과 논쟁을 통해 국민의식을 진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것이 극우에 대한 가장 유력한 무기이다.
AfD에 Frauke Petry가 온건파인 설립자 뤼케를 물리치고 당수가 되어 대안당을 우측으로 몰아가자 NPD가 축소되었다. 어차피 NPD가 힘을 잃었으므로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었고, AfD가 어느 정도는 NPD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며칠 전 튀링엔주 대안당 책임자 뵨 회케의 베를린 홀로코스트 기념비 비판 연설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대안당도 외국인 제한(증오까지는 가지 않았다), 이슬람 혐오, 반피난민 정책을 펼치므로, NPD에서 이쪽으로 회원이동이 있었을 것이다. 대안당에는 사회, 경제적으로 밀려난 사람들, 불만자들이 많이 있다.
어쨌든 헌재가 극우당을 금지하지 않음으로써 금지에 따른 여러 가지 예상되는 문제를 미리 방지했다는 것과, 자금줄을 끊고, 성장의 상한선을 설정함으로써 법치주의 원칙을 지키고자 했고, 금지보다는 시민사회 의식성장을 신뢰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헌재의 결정에 동의할 수 있다.
한국 헌재가 이러한 것을 본받는다면 한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발전할 것인가? 곧 있을 헌재의 명 재판을 기대해본다.
송다니엘/ 프랑크푸르트 개혁교회 목사 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