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수자원·생산·기계 연구기관, AI로 구심적 역량 강화
기후·에너지로 협력 범위 확대, 공동연구·현장 실증으로 연결
수자원조사기술원, Physical AI 기반 하천 유량조사 실증화
기후·에너지·환경 분야 연구기관들이 인공지능(AI)을 매개로 기관 간 협력과 현장 적용을 강화하고 있다. 환경·기계·수자원 등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구축돼 온 연구기관 간 협력체계가 기후와 에너지 분야로 확대되면서, AI가 공동연구와 현장 실증을 연결하는 새로운 구심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연구기관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9월 17일 서울 명동에서 ‘2026년 하반기 정기총회 및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금한승 기후에너지환경부 제1차관과 회원기관장 및 관계자 등 약 50명이 참석해 연구기관 간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001년 출범한 협의회는 당초 산업·기계·건설·생산기술·지질자원·해양과학·에너지 분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기관 간 소통과 협력을 시작했다.
이후 2015년부터 환경 분야 연구기관이 참여하면서 협력의 외연이 확대됐으며, 최근에는 기후·에너지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혔다. 현재 21개 연구기관이 참여해 기관별 연구성과 공유를 비롯해 공동연구, 정책 및 기술 협력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워크숍의 주제는 ‘AI로 혁신을, 협력으로 미래를!’이었다. 각 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AI 연구성과와 실제 활용 사례를 공유하고, 개별 기관의 연구성과를 기관 간 공동연구와 현장 실증으로 연결하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특히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은 Physical AI 기반 하천 유량조사 기술을 소개했다. AI가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실제 현장의 물리적 환경과 조사 업무에 결합되는 사례로, 현재 레일 유량조사 분야에서 실증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와 함께 국립생태원의 지능형 생태정보 서비스, 한국기계연구원의 연구기관 AX 모델, 한국환경연구원의 AI 전략 및 로드맵 등이 소개됐다.
연구기관별 AI 활용 수준과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연구성과를 실제 현장과 업무에 적용해 연구기관의 생산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인다는 공통된 방향을 제시했다.
금한승 차관은 이날 “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해 온 연구기관들이 기후와 에너지까지 범위를 넓혀 새로운 협력체계를 만들어 가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AI는 연구와 산업뿐 아니라 국가의 문제 해결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대한민국의 세계 3대 AI 강국 도약을 목표로 산업과 사회 전반의 AI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AI 기술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산업과 과학기술, 국민이 체감하는 현장의 문제 해결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연구기관의 AI 활용 역시 단순한 시스템 도입이나 연구성과 확보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은 주요국과 비교할 때 아직 격차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 기준 미국을 100으로 놓았을 때 중국 54, 싱가포르 32, 영국 30, 프랑스 28, 한국 27, 독일 26, 이스라엘 25, 인도 23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연구기관 차원에서도 AI 기술 자체의 개발뿐 아니라 이를 연구·산업·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적용하고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특별강연에서는 AI 전환이 연구기관을 비롯한 공공·민간 조직의 업무 방식과 조직문화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제시됐다.
GS 김진아 상무는 ‘AX, 실험이 조직의 습관이 되려면’을 주제로 AI 전환 시대의 조직 운영 방식을 설명했다.
김 상무는 과거에는 디지털 전문가와 애자일팀을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통상 8~12주가 소요됐다면, 이제는 현장 전문가가 AI 도구를 활용해 직접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고도화하면서 문제 해결 속도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IT 전문가의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현장 구성원이 AI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만들고 실험 결과를 공유하면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조직문화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S가 추진하는 MISO 역시 현장 구성원이 개발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AI를 활용해 업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상무는 “AI의 도입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일하는 매 순간의 경험을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라며, 현장의 문제를 개방하고 실제 변화가 필요한 ‘페인 포인트’를 찾아 구성원 스스로 해결책을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보 탐색, 자료 정리, 초안 작성, 모니터링 등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업무는 AI 에이전트에 맡기고, 사람은 현장 실행과 핵심 판단, 예외 대응에 집중하는 새로운 업무 운영 모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결국 AI 시대에도 중요한 것은 현장의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현장 전문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현장 전문가가 직접 문제를 발견하고 AI를 활용해 해결책을 실험하며 이를 조직 전체로 확산할 수 있는 기술적·문화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AX 전환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차기 제17대 협의회 회장으로 남광우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이 선출됐다.(사진 남광우원장))
협의회 역대 회장은 △1대 신현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2대 황해웅 한국기계연구원장 △3대 이승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4대 김기협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5대 이태섭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6대 강정극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7대 황주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8대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9대 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10대 오인환 녹색기술센터 원장 △11대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12대 윤재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13대 김종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14대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15대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 △16대 이영기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장이다.
협의회의 외연이 환경에서 기후·에너지 분야로 확대되고 AI가 공동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면서, 향후 협의회가 개별 연구기관의 성과를 단순히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기관 간 AI 공동연구와 현장 실증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하천 유량조사 등 생태정보, 환경정책, 기계·에너지 기술 등 서로 다른 분야의 현장 데이터를 AI로 연결할 경우 각 연구기관이 축적한 전문성이 새로운 융합 연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AI 협력이 단순히 ‘비슷한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것’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국가 운영에서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기관마다 축적해 온 전문성과 고유한 연구 영역이 있는데도 정부의 예산과 인력 배분 과정에서 AI라는 명분만을 앞세워 유사한 사업이라고 폄하해 예산을 삭감할 경우, 오히려 연구기관별 고유 기능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기관이 유사한 사업계획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정부가 사업의 차별성과 현장성보다 단순한 AI 도입 여부를 중심으로 예산을 판단한다면, 기관별 특성이 있는 연구사업이 획일화되고 연구 본질이 훼손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AI는 연구기관의 전문성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각 기관이 가진 전문성을 더욱 정교하게 연결하고 확장하는 도구여야 한다.
따라서 협의회의 AI 협력도 공동 플랫폼 구축 자체에 머무르기보다 기관별 전문성을 명확히 구분하고, 서로 다른 현장 데이터와 기술을 연결해 새로운 연구성과와 실증사업을 만들어 내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것이 환경에서 기후·에너지로 외연을 확대한 협의회가 AI 시대에 새로운 구심적 역량을 확보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정치외교학박사 장계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