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 주력으로 운명이 바뀐 이야기
삼십여 년 전에 지리산 실상사에 객으로 하룻밤을 유숙한 적이 있었습니다.
객실 옆방에 자기 나이도 모르는 한 12, 3세가량이 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자기 나이를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말도 거의 못 하고
겨우 밥이나 먹고 그저 변소나 다니는 참 어리석고 둔한 불쌍한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에게 무엇을 시킬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주지 스님이 “너는 관세음보살님만 써라.”라고 해서 하루 종일 관세음보살을 쓰고 있었습니다.
한글도 모르는 아이라 관세음보살을 쓰는데, 쓴다기보다 그린다고 할까요?
그 글씨는 자세히 보아야 알아볼 정도였어요. 처음에는 그렇게도 흉내를 낼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 아이는 둔재 중의 둔재라 사람이라기보다 때로는 짐승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게 둔한 사람이지만 전혀 때 묻지를 않았어요.
그래서 그 아이에게 뭘 시키면 기억하는 한 시키는 대로 아주 끈질기게 하는 그런 장점이 있었어요.
시키는 그것밖에 모르는 아이예요.
그러나 성의는 아주 대단해서 하루 종일 관세음보살을 쓰고 기도했습니다.
그 사람은 기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하라는 대로만 할 뿐이었어요.
그런 바보지만, 그렇게도 못 쓰는 관세음보살이지만 계속 쓰면서,
염하고 쓰면서 염하고 끈질기게 하니까 일념이 된 거예요. 드디어 3년 만에 머리가 터져버렸어요.
아주 명석한 두뇌가 되어서 기억력도 좋고 창의력도 보통 사람보다 훨씬 우수한 머리가 되었어요.
훗날 수계(受戒)를 합니다. 즉, 스님이 되었어요.
스님이 되고는 강원(講院)이라고 스님들이 다니는 학교가 있습니다.
그 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어요.
그러고는 전라도 어떤 절의 주지 노릇을 잘하다가 스님답지 않게 여자 복이 있는지,
두 보살하고 인연을 맺어서 두 여자 몸에서 아들딸을 5남매나 낳고 복 많은 중-님,
팔자 좋은 중-님으로 살다가 지금은 미국인가 어디로 이민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기도는 그 실상사의 행자처럼 지극하게, 성심성의껏 해야 합니다.
기도할 때는 오직 그것뿐이듯이, 최선을 다하듯이 해야 해요.
좋은 일도 생각하지 말고 나쁜 일도 생각하지 말며 아주 급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거든요.
일체를 다 놓고 쉬어서 마음을 텅텅 비워서 오직 기도만 지극한 마음으로 하십시오.
기도는 가급적(可及的)이면 쉬지 말고 하시고 끊임없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가고 머물고 앉고 눕고, 말하거나 말이 없거나 움직이거나 고요히 있거나
항상 관세음보살님이 없어지지 않도록 하십시오.
자칫 사회에서 버림받으며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 뻔했던
한 소년이 관세음보살을 염(念)함으로써, 그 운명이 바뀌어 버린 실화입니다.
< 축서사> - 무여 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