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원이 오징어 다리 씹다가 탈났다던데
김 난 석
다 자라면 치아 양 끝에 지치(智齒)가 하나씩 더 난다고 한다.
다 자랐는데도 별 쓸모 없이 솟아 자리 하다가 대개는 말썽이나 부린다는데
쉽게 상하거나 삭아내려 멀쩡한 치아와 잇몸까지 상하게 한다고 한다.
이를 사랑니라 하는 모양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 견뎌야 하는 고통의 뿌리라는 뜻일까?
그걸 안다면 말썽부리기 전에 뽑아버리는 것도 좋을 일이련만
누구나 또 그걸 안고 지내다가 말썽이 나고야 병원 신세를 지게 마련인 것 같다.
오후 4시에 수술 스케줄이 정해져서 3시 반부터 대기실에 기다리고 있었다.
인턴이 4시 훨씬 지나 와서 하는 말이, 앞 사람 수술이 늦어지니 더 기다리라는 거다.
생각할 겨를 없이 처치해줬으면 좋으련만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처음엔 태연한 척 하면서 딴전도 부려봤지만
마음은 내 안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현재의 처지에서 앞날로, 그리곤 또 과거로 되돌아가보기도 했다.
참 불안한 순간들이었던 것이다.
이윽고 수술실로 이송하더니
"안경 벗어서 보호자에게 넘기세요"
"네"
"시계도 풀어 넘겨주세요"
"네"
"틀니 없지요?"
"네"
"평소에 복용하는 약 있나요?"
"없는데요"
"생년월일 말해보세요"
"모년 모월 모일"
"이름은요?"
"김 난 석 "
"자, 얼굴 가리겠습니다"
"....."
그리곤 정신을 잃었나보다.
모든 감각이 마비되고 시간도 멈췄던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가 지났는지 다시 깨어나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나왔다.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오고 싶어서였던지
집에 돌아와 보니 병원에서 신었던 슬리퍼를 그냥 신고 왔던 것이다.
'서울에 얼마 전 현대식 화장터가 하나 생겼다 한다.
누구든 찾아가서 신청만 하면 주재 의사가 안락사를 시키고
바로 화장에 들어가게 되는데
유골은 유언에 적힌 대로 유족에게 보내진다고 한다.
사실 장년기에 들어서서 삶의 질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더 살아서 무엇 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래서 누구든 찾아가서 신청만 하면 삶을 종식시킬 수 있다 한다.
지금도 찾아가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모양인데
투병생활을 길게 하다보면 있는 돈 다 없어지게 되고
쉽게 완쾌되지 않으면 고통만 이어지기도 할 테니
남은 돈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물려줄 겸
부부가 다정하게 찾아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자 하는 것일 게다.
옆집 어느 부부가 얼마 전 거길 찾아갔던 모양이다.
그러나 서운하고 억울한 생각도 들었던지
한참 머뭇거리기도 했던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맛있는 음식이라도 사먹고 죽자면서
손가락에 끼고 있던 금반지를 팔아 무얼 사먹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한참 머뭇거리다가 화장신청을 하게 되었는데
이왕이면 두 부부가 황천 가는 길, 함께나 화장되게 해달라고 했단다.
허나 그것도 맘대로 안 되었던지, 따로따로 화장을 하되
두 부부가 같은 시각에 화장이 되게 해준다는 약속만 들었던 모양이다.
그것 참!
스스로 죽는 것도 맘대로 안 되니 갑자기 서운한 생각도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두 부부가 다시 대화를 나누면서,
이렇게 생을 마감하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화장신청을 철회해달라고 했단다.
그랬더니 화장터 관계자가 대꾸하기를
“이 사람들이 무슨 장난하는 거야 뭐야!” 라고 쏴붙이더란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던 모양이다.
남편이 악몽을 꾸었던지 잠자리에서 몸서리치자
아내가 달래며 “여보, 왜 그래요?” ' 하더라는데
이 얘기는 어느 문예지의 작품을 요약한 거지만(월간문학 2010.4월호)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것 같다.
문학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고, 시대에 경종을 울리기도 하며
미래를 앞서 내다보기도 하는 거니까 말이다.
한참 전에 필리핀의 페페라는 신부의 글을 읽어본 일이 있다.
사람은 60년 이상의 한평생을 살고도
마지막에 가서는 하루도 못 살아본 사람처럼 발버둥을 친다는 것인데
오늘이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계획된 삶을 살으라는 메시지로도 읽혀진 좋은 글이었다는 기억이다.
사실 사노라면 삶의 이제에만, 그것도 나와 연관된 일에 너무 집착하게 된다.
허나 삶은 유한하면서도 타인과 관계성을 맺고 있는 것일진대
가끔은 삶의 이제뿐만 아니라 삶의 이전과 삶의 이후도 생각하면서
이웃과의 관계성도 살피며 살아 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 사람이 관에 들어가 보는 체험도 해보는 것이겠고
묘지명도 써보는 게 아닐까?
그러면 위 주인공처럼 무섭게 잠꼬대 하는 일도 없을 터요
어제처럼 불안해서 떨지도 않을 테다.
잠시 주변을 정리해봐야겠다.
사랑니 처럼 쓸데없이 품고 있는 건 없는지도 살펴봐야겠고
한없이 견딜줄로만 아는 신체 부위도 살펴봐야겠다.
(지난날의 단상 중에서)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났나보다.
사랑니 뽑고 나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통화기록을 정리했었는데
이제 보니 단출했던 저장공간이 다시 복잡해졌다.
걸려 오는 전화야 할 수 없는 거지만
걸려 오는 전화번호를 다시 저장하고 있는 건 무엇 때문일까...
치과에 들렸더니 앞니를 빼야 한단다.
뿌리가 삭아 녹아 내리고 있어, 빼내고 임프란트를 해 넣어야 한다는데
정작 지니고 있어야 하는 걸 빼내야 한다니 서운함이 엄습해왔다.
육신은 욕망의 창구라 했던가.(키에르케고르)
그래서 눈은 보려고 두리번거리고 코는 맡으려 들이대며 입은 먹으려 덤비는 것이려니
그동안 얼마나 씹어댔으면 앞니까지 상했으랴.
그래도 자기 치아가 좋은 것이라니 당분간은 잘 아껴 써야 할 것 같다.
딱딱한 건 피하고 많은 것도 피하고 빨리 먹는 것도 피하고
그저 연하고 부드러운 음식이나 조금씩 취해야 할 것 같다.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 수는 없는 것이라면 씹기도 덜 하면서
서운한 마음이라도 다독이며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어느 회원이 오징어 다리 씹다가 탈났다고도 하지 않던가.
첫댓글 서운한 마음 다독여가며
사는 지혜로움
이젠 그렇게 살아할 것같아
다시 확인해보는 이순간
감사합니다
좋은 생각이세요.^^
제 몸이 멀쩡한곳이라고는 이밖에 없습니다.
차과 건강검진시 사랑니 뽑으라고 하길래
필요하니까 있는거지 멀쩡한데 왜 굳이 뽑으라고 하느냐고 일갈했어요.
병원에서 사랑니 뽑으면 의사에게 5~6만원 수입이 생기기에 권유한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저는 사랑니를 사수합니다.
사수 잘 되길 바랍니다. ^^
30대 시절 포셀라인 이라꼬
그 시기에
치아 한개 25만원 하는데
오징어 먹다가 깨져서
아
아까바라!
이젠 딱딱한 거 조심해야 하겠지요.
강원도 여행중엔 꼭 오징어 한축 차에싣고와
심심풀이로는 그만 이었건만
언제부턴가 쇼핑목록에 빠져버린 오징어**
어금니 발치하고 인프란트 예약상태 랍니다
늙기도 서러커든
하나씩 망가지는 신체
과정에 순응하며 살려합니다
조금씩 순하게 살면 되겠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에, 놀라셨나요?
죄송해요..ㅎㅎ
자신 의 죽음을 맘대로 할 수 있다면 이즈음 가끔씩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다 정리 하고 그 밤 에 홀연히 꿈나라 가드시 천국으로 ~~
제 기도의 주제 이기도 하답니다
사실 웰 다잉이 이젠 최대 관심사겠지요.
내몸 살살 다스리며
오늘의 소중함 새삼 느낌니다
그래요, 살살 다스리며 지내자구요..
오징어 조심해야 할 먹거리 입니다
이제 딱딱한 거 조심해야 할겁니다.
그런곳이 꼭 있어야 겠어요....
내스스로 찾아가....죽음을 마무리 하는.....ㅎ
어느나라엔 그런 게 있다지요?
화장장 글에 정말 이런데가 있나 하고 참고로 해야지 했는데
꿈이 었다니 나이드니 죽음에 대해 가끔 생각 해 봅니다
이가 튼튼해야 오죽하면 오복중에 하나이라 얘기 할까요
맞아요, 오복 중에 치아가 들어가데요..
전 정말 그런곳이 있나 했더니 ᆢ
꿈이 였군요 ᆢ선배님 늘 강건하세요
네, 꿈이었어요.
건강하게 지내세요. ^^
현실인줄 알고 찾아갈려고 생각했더니 꿈이라니 실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