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가문이야기 (20)
─ 부제 : 첫사랑 2
[야, 잘하고 와]
“걱정 마시라니까요-”
D-DAY다. 6시인데도 날씨는 미친듯이 완벽하다. 선선한 것이 데이트하기 딱 좋다.
나는 이규원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화장을 해야겠지, 생각한다.
그러나 화장할 줄을 몰라서 대충 BB크림을 바르고 콤펙트로 마무리했다.
아이라인을 그릴 줄 알면 좋을텐데.. 내가 그리게 된다면 오히려 얼굴이 지저분해 질 것 같아서 관둔다.
[화장이라도 해줄걸 그랬네]
“그러게.”
[그러니까 내가 너네 집 간다니까!]
“아직 안되. 집 청소하면 와.”
[진짜 그런 거 상관없는데]
한지원이 나와 같이 사는 것을 알 리 없는 윤주리다.
물론 지금 우리 집 거실에는 최강우와 함께 한지원이 팝콘을 먹으며 티비를 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위대한 역시 와 있을지도..
한 집에 사는 것을 들킬 수는 없다.
뭔가 굉장히 창피해질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근데 오늘 뭐 입었어?]
“그냥 깔끔하게 입었어. 그리고 치마고”
[굿~]
윤주리가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그녀와 전화를 끊고 백을 챙겨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거실엔 3총사가 모여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3총사의 인기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그들을 보기 위해 몰려오는 인파가 이제는 꽤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3번이다.”
“7번이 된다니까.”
위대한과 최강우는 언제나 그랬듯이 경쟁모드다. 희한하고 사소한 걸 가지고 싸운다, 저들은.
그리고 말같지 않은 걸로 내기하곤 우월감에 젖는 바보들이다.
한지원은 역시나 말없이 그냥 그들을 본다. 관찰하길 좋아하는 성격일지도 모른다.
한지는 가끔 나를 관찰하는 일도 있다. 그래서 은연중에 신경써주는 때가 있다.
이상한 남자다, 저 3명 모두다.
강쇠는 그중에서도 으뜸이고.
“어, 너 어디가.”
그리고 그 때. 3번이다 7번이다 싸우고 있던 최강우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괜히 멋쩍어져서 시선을 회피했다.
그러자 딱걸렸다는 식으로 최강우가 말했다.
“이거봐라, 화장도 했어?”
그리고 곧 회색 추리닝 바지를 입은 강쇠놈이 다가온다.
아 그러고 보니까 얘네 지금 추리닝바지 3총사다.
회색추리닝 최강우, 남색추리닝 한지원, 흰색추리닝 위대한.
얘네는 이제 아예 세트로 가기로 작정한 걸까.
이런 사진도 아주 괜찮은 가격에 팔아넘겨지겠지, 중학교 애들 사이에서.
원래 추리닝바지가 잘어울리는 남자들은 여자애들의 로망이기도 하고..
음..이런 남자들이 중학교 애들 사이에서 팬클럽이라..
점점 유명해져가고 있다라..........실감이 잘 안 난다.
“뭐야 갑자기 그렇게 쳐다보는건?”
“암것도 아냐. 나 나갔다 온다”
탁.
뒤를 돌자마자 내 팔이 누군가에게 붙잡혀진다.
최강우이겠거니 하고 뒤를 돌자, 이게 웬일, 한지다.
한지원이 말없이 내 팔을 잡고 있었고 최강우와 위대한이 옆에서 팔짱을 끼고
콧김이 나올 듯이 서있었다.
“그러니까 어딜가냐니까”
“주리 만나러 간다.”
“근데 그렇게 화장까지 하셨어?”
“그거야 멀리 나가니까 그렇지.”
“어디 가는데?”
이제는 위대한도 거든다. 얘네가 셋이서 뭐 잘못먹었나.
어쩐지 오늘은 피시방에 안 간다 하더라니. 날 감시라도 할 모양이었나 보다.
아악, 이제는 오빠가 3명이 아니라 5명이 된 거 같은 기분이다.
“알 거 없어. 간다”
나는 한지원의 팔을 홱- 뿌리치고 바깥으로 나와 쏜살같이 달렸다.
이규원이 있는 그곳으로.
* * *
D역
“여기야”
규원이는 먼저 나와 있었다. 나는 정각에 도착했는데.
'어, 기다렸어 설마?‘라고 물어보자 규원이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어디갈까?”
뭔가 목소리에서 샤방샤방함이 묻어나온다. 그는 순정만화책에 나오는 주인공을 연상케 했다.
이규원만의 분위기가 있다. 그것은 어렸을때부터 그랬다.
규원이는 참 차분했고 논리적이었다.
똑똑하기도 했다.
그래서 동경과 좋아함이 겹쳤던 것 같다.
그는 어렸을 적 내 마음의 일부를 차지했고 그것은 꽤 오래갔다.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던 사이였기 때문에 그냥 동경같은 좋아함으로 오래갔다.
그런데 그런 그가 지금 내 앞에서 나와 얘기를 하고 있다니.
시간이 지나면 이럴 수도 있는거구나 싶어서 웃음이 난다.
그리고 기쁘다.
“글세..”
“얘기나 할겸 카페부터 가자. 아, 밥은 먹었어?”
“응, 괜찮아.”
첫만남에 밥 먹는 건 너무 어색할 것 같아서 적당히 둘러댔다. 규원이는 웃으면서 앞장섰다.
나는 그의 뒤를 바싹 쫓아간다.
그러자 녀석이 ‘너 뭐 죄지었냐?’ 하며 그 패거리만의 특징인 큭큭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친구끼린 닮는다더니, 규원이네도 3총사네도 똑같구나.
“옆에서 걸어.”
그리곤 내 팔을 아주 가볍게 잡아당겨 자기 옆에다 두었다.
우리는 이제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 CAFE
"딸기 주스랑 키위 주스. 그리고 치즈케이크 하나 주세요.“
이규원은 아주 능숙하게 주문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잠깐 침묵이었다. 얘기할 거리 없는 여자로 보이기 싫어서 내가 말을 꺼낸다.
“근데 너 머리 색 그렇게 해도 돼?”
“아, 괜찮아. 학생주임이 만만해 졌으니까.”
“학교는 어디다녀?”
한월상고. 그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상고를 갔구나.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
중1때는 꽤 모범적인 이미지였는데. 전학가서 그 탁월한 미모가 나쁜 무리에게 먹히기라도 한걸까.
그래도 타락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상고든 공고든, 그런건 솔직히 상관없는 이야기다.
“너는?”
“난 현곡고.”
“아- 알아.”
규원이는 웃었다. 한월상고랑 현곡고는 가까울까.
어디사냐고 물으니 그가 대답했다. 우리는 버스타고 10분 거리에서 살고 있었다.
꽤 가까웠네..하고 중얼거린다. 규원이가 웃었다.
그리고 또 다시 화제거리가 없어졌을 즈음,
“주문하신 것 나왔습니다.”
타이밍 좋게 예쁜 언니가 주스와 케이크를 내 왔다.
나는 와-하고 딸기 주스를 들이켰다.
“정말 안 변했구나.”
“누가. 내가?”
“응.”
“너가 더 안변했어.”
나는 웃으면서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규원이도 웃었다.
“옛날에도 쪼그매서 은근히 신경쓰였었는데”
“하하. 넌 얼굴이 하얘서 눈에 튀었었어!”
고작 나는 키작은 여중생으로써밖에 기억되지 않았단 말이더냐 이규원아.-_
“또 만나자, 연우야. 재밌다.”
“뭐가?”
“이렇게 너 만나는거, 즐거워.”
이규원이 이번엔 날 보면서 방긋 웃었다.
심장이 덜커덩 거린다
“아...............그래, 나도 즐거워.”
쑥쓰러워서 뭔지 모르게 고개를 못 들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될 것 같아서 미소를 띄운다.
그래도 녀석을 보면 안될 것 같아서 괜히 코와 인중 사이를 본다.
이규원은 거기도 참 예쁘게 생겼다._-
아, 내가 뭐라는거지(절망)
“좋은 친구가 되자.”
“응.”
그래, 우선은 좋은 친구다.
“참. 나 그때 헌팅한 애들 너 알더라.”
“어? 누군데?”
“기억나는 건 황진새 밖에 없는데. 너도 알아?”
“아. 어. 알어.”
내가 대번에 표정을 굳히자 와하하하, 하고 이규원이 크게 웃는다.
“여자애들이 싫어할 타입이긴 한데, 남자애들한테는 괜찮아서 애들에게 인기야.”
“걘 벌써 우리 학교에서 인기 폭발이야.”
“큭큭, 알만하다.”
이규원도 황진새에게 관심이 있는걸까.
그나저나 내가 얘를 만나서 도대체 왜 황진새 얘기로 통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 이럴 때는 황진새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걸까.
윽.
“너도 뭐 걔한테 관심있는거야?”
침을 목구멍 뒤로 꿀꺽 삼키면서 물었다.
그러자 이규원이 나를 쳐다본다. 의외라는 반응이다.
너가 그런것도 물어봐?
라는 것 같다.
“뭐?”
큭큭.
또다시 큭큭거린다.
나는 말없이 치즈케이크를 먹었다.
“난 별로.”
이규원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반면 나는 아주 마음이 안정된다.
“난 그런 타입 별로야.”
쐐기를 박는다.
내 마음 속은 이미 경사났네다.
“그치? 내가 낫지?”
나는 농담처럼 웃으면서 말했다.
“응.”
그런데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 감사합니다^_^)
오늘 하루 좋은 하루 되세요~!
그리고 꿈만같게도 20편입니다
축하해주세요~! ^^
첫댓글 정말 많이 기다렸어요....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이렇게 연타로 올려주시니^^ 담편도 목빠지게 기다릴께요~
내가 낫지? 응 이 자식...........뭐하는 놈이냐 너.....
축하드려요!!!!!! 2편연속 보게 되다니! 제가 더 꿈만같네요 ㅎㅎ
우와~한지넘멋있다~혹시 좋아하나??ㅋㅋ
처음부터~~ 다 봤어요! ps:20편 축하드려요~~ 앞으루도 계속!! 재밌게 써주세요^0 ^
재미있어요!!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