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나는 이렇게 약국을 운영한다 대전 서구 토마토약국
약국들이 진화하고 있다. 의약분업 7년차, 급격한 제도변화 속에서 약국가도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쳐왔다. 아니 변화의 물결에 편승하기 위한 약사들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데일리팜은 지난해 보도한 10곳의 약국에 이어 그 범위를 넓혀 전국 100곳의 약국을 선정, 진화·발전하고 있는 약국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 줄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열독을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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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토약국은 카페같은 편안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주변 문전약국 틈바구니에서 단골들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
꼭 한번 들러 차 한잔을 마시고 싶은 약국. 조제를 기다리는 동안 연인과 와인을 기울이는 상상을 할 수 있는 약국. 바로 대전 서구의 토마토약국(김보신 약사)이다.
약국 안으로 들어서면 운치있는 벽난로를 비롯해 푹신한 소파, 옛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평상이 펼쳐져 있다.
약국 한켠에는 세계 각지의 포도주가 전시돼 있다. 판매대 위 촛불모양의 샹들리제도 눈길을 끈다. 약국 외벽을 감싸고 있는 빨간색 벽돌과 갈색톤의 약장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 약국 느낌, "참, 따뜻하다."
토마토약국은 사실, 약국으로서 위치가 썩 좋지 않다. 대전 을지대학교병원에서 3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이 약국은 병원 정문 바로 앞에 즐비한 대형 문전약국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
병원 앞에 포진한 이 약국들이 병원에서 흘러나오는 처방전의 80% 이상을 흡수하고 있는 상황. 더군다나 토마토약국은 이 약국들을 지나치고도 한참을 둘러봐야 찾을 수 있다.
토마토약국의 인테리어는 이래서 빛을 발한다. '차갑다'는 약국이미지에 길들여져 있던 사람들에게 토마토약국이 알려지면서 단골손님들이 꾸준히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골을 넘어 '매니아'를 자처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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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푹신한 소파에서부터 와인·벽난로까지, 다채로운 토마토약국 인테리어 소품들 |
이 약국 대표약사인 김보신 약사(38)는 대형문전약국들 틈바구니에서 차별화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늘 고민했다.
또한 들어오는 고객만큼이나 일하는 약사도 편안해야 한다는 생각도 인테리어 설정에 한 몫을 했다. 처방전이 단시간에 집중되지 않아 근무약사 없이 혼자서 13시간씩 근무하는 김 약사에겐 '편안함'이 필수요건이기도 했다.
"분업 상황에서 약국의 '입지'만큼 경쟁력이 있는 것은 없더라구요. 하지만 그 속에서도 분명히 고객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 있을거라고 늘 생각했죠. 물론,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공간인만큼 '편안함'도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다. 처음에는 약국이란 것을 모를 정도로 카페같은 느낌이 강해 손님들의 발길이 뜸하기도 했다.
그래서 간판과 약국 외벽에 '약'이란 커다란 글씨를 써서 붙이는 등 '카페같은 약국'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극복해 나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단골고객이 하나하나 늘어가기 시작했다. 김 약사는 "마치 계단을 오르듯 한칸 한칸씩 단골고객이 늘어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약국 안에 있는 소품 중에서도 벽난로와 포도주는 김 약사가 각별히 여기는 것들이다.
벽난로는 참나무를 사용해 실제로 난방에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빨갛게 타오르고 있는 빨간 불꽃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고 김 약사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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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신 약사 | 포도주는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사람과의 만남을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서 김 약사의 마음을 빼앗았다. 그러고보니 포도주도 레드와인이다. 약국이름인 토마토도 빨간색.
그 이유를 묻자 김 약사는 "싱그러움과 건강한 느낌이 절로 묻어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토마토처럼, 혹은 포도주처럼 사람에게 이로우면서도 기분까지 신선하게 해주는 약국이 됐으면 한다는 것.
토마토약국은 인터넷 쇼핑몰로도 유명하다. 쇼핑몰에서는 여성용품에서부터 건기식, 와인까지 김 약사가 시기와 유행에 맞춰 제품을 선정해 직접 사진 찍고 설명도 달아 놓는다.
처방과 매약, 인터넷까지 약국으로서 매출이 일어나는 모든 공간을 적극적으로 열어놓은 것이다.
"차별화시킨다는 것이 쉬운 길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잘 닦으면 약국운영이 재밌다고 느껴지더라구요. 독특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 기분좋은 만남으로 다시 찾고 싶은 약국이 토마토약국의 '차별화' 전략입니다. 약국운영이요? 물론, 재밌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