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BMS제약 이규웅 PM(Product Manager)의 손에 달린 B형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의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원이다. 4월 말까지 그가 올린 매출은 26억원. 앞으로 갈길이 멀게 느껴지지만 BMS(Bristol-Myers Squibb) 본사와 24시간 대화 채널을 열어놓고 있는 그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올 1월부터 보건복지부 승인을 얻어 '바라크루드(성분명 엔테카비어)'의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가면서 이 PM의 하루는 더 빠듯해졌다. 오전 8시에 회사에 출근해 가장 먼저 챙기는 일은 이메일 확인. 미국 본사로부터 들어오는 최신 신약 연구자료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말 그대로 '커피 한 잔 마실 틈도 없이' 돌아가는 업무 일정은 곧바로 회의로 이어진다. 한국시장에서의 마케팅 전략을 짜고 이를 영업팀에 전달하는 것이 그의 업무.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는 순간 바로 영업팀에 전달해 영업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한 그가 '약사'의 길을 접고 제약회사 입사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었다. 1988년 그가 약학과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남자 신입생은 2~3명에 불과할 정도로 남자들과는 거리가 먼 학과였다. 대학원 진학을 놓고 고민하던 차에 담당 교수로부터 "제약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어떠냐"라는 제안을 받았다.
제약회사에 입사하면 군복무 면제까지 되던 시절이라 그는 1992년 중외제약 개발팀에 들어갔다. 한성제약,한화그룹 제약사업부,광동제약을 거쳐 그가 안착하게 된 곳이 바로 한국BMS제약. 국내 제약회사 제품개발팀에서 주로 근무했던 그는 한국BMS제약에 들어가면서 '영업'직에 도전했다.
"제약회사의 꽃은 PM입니다. PM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영업에 대한 지식이 반드시 있어야 하거든요". 그가 영업부분을 담당한 시간은 2년. 지난해에야 비로소 '바라크루드' 담당 마케팅 PM자리에 올랐다. "요즘은 약사들도 제약회사 PM에 도전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월급은 약사보다 훨씬 적은 편이지만 '성취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제약회사의 PM들은 특정 약품을 담당해 경쟁사와 진검승부를 펼친다. 영업의 대상이 '의사'들인 만큼,얼마나 많은 의학정보를 가지고 설득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는 "PM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에게 정확한 의학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경쟁사의 제품을 분석해 전술을 짜고 행동팀인 '영업팀'을 지휘하려면 쉼없는 공부는 필수요소다. "'영업'하면 술자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 PM들의 생활은 그렇지 않아요. 주로 자신이 맡은 질병에 대한 연구논문을 보고,전략을 짜는 일에 올인합니다."
PM이 되고나서 해외 출장도 잦아졌다. 해외에서 열리는 학회를 쫓아다니며 최근 트렌드를 익히고 그 곳에서 '영업상대'인 의사들을 만나 교류를 터놓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는 13살,9살의 두 아들과 보내는 시간이 짧아져 아쉽지만 "그래도 보람있는 직업"이라며 자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