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동인국제특허법률사무소 신동인 변리사(서울약대 82학번)가 약대 후배인 이은경 변리사(서울약대 84학번)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 변리사가 신 변리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원 2년차일 때. 비싼 시약을 빌리러 갔는데 아주 흔쾌히 빌려줘서 고마운 선배로 기억된다고. 그 후 변리사로서 특허 감정을 하기 위해 우연히 한 팀이 되는 등 좋은 인연이 계속되고 있다.
약학ㆍ화학ㆍ바이오분야 전문변리사
이은경 변리사의 일터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약학보다 반도체 등 공학, 화학, 바이오 등과 관련된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이 변리사가 10년 이상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약대 출신으로서 부단한 노력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우리 회사는 국내 일보다 국외 일이 많아 언어로 파트가 나눠져 있어요. 저는 영미권과 관련된 약학, 화학, 바이오 분야의 특허와 소송, 자문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요구하는 능력에 부합하고 저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약학 분야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전기공학을 배우러 다시 대학에 갔고 국제적 능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 변호사 자격증도 따게 된 거죠.”
지금은 변리사로서 최대치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그지만 처음부터 변리사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아버지가 변리사여서 제가 약대에 들어간 후에도 계속 변리사가 되길 바라셨죠. 하지만 저는 법은 제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약대에 들어간 이상 약학자로서 신약개발을 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대학원까지 갔는데 체력이 약해서 연구직을 계속하기 힘들더군요. 결국 학술을 다루면서 약학과도 연관이 있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가게 됐습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이 변리사는 제약회사가 기술 관련 문의를 하면 자료를 검색해주는 등 각 산업분야 이론을 검색, 분석하는 일을 했다. 일을 하면서 연구개발 및 특허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특허와 인연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중 교수님이 대학원 시절 실험했던 것을 특허 한번 내보자고 제안했고 선뜻 시작한 것이 변리사가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특허 준비를 할 때 교수님께서 무슨 명세서를 써오라고 하는데 그게 뭔지도 모르고 쓸 줄도 몰랐어요. 아는 변리사에게 물어봐서 특허명세서를 처음 써보게 된거죠. 실험 내용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명세서로 쓸 때는 또 달랐어요. 그제서야 변리사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해보고 싶어졌죠.”
변리사가 되고 나서 그는 빠른 변화에 적응하는 한편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했다. “회사 지원으로 미국에서 지적재산(IP)을 공부했는데 하고 나니 아쉽더군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전반적인 미국법을 알아야 했기 때문에 1년 6개월을 연장해 JD과정을 이수했습니다. 처음 수업을 들으러 간 날은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후회도 했어요. 바쁜 일정이라 힘들었지만 새로운 것을 알게 됐고 결과적으로 외국 분쟁 자문이나 라이센스 관련 업무 등으로 제 업무 범위를 넓힐 수 있는 바탕이 됐습니다.”
그는 변리사들이 발명자들을 대변하고 대리해 서류를 작성해야 하기에 새로 나온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해 업무에 최대한의 힘을 쏟아야 한다고. “FTA 체결 후 외국 로펌회사들이 들어오게 되면 처음에는 제휴를 하겠지만 결국 경쟁으로 가게 됩니다. 고객들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곳에 의뢰를 하겠죠. 앞으로 변리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경쟁력을 크게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더 높은 곳으로 진출하기 위해선 약대생들도 경영자, 관리자 마인드와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 변리사는 업무와는 별개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봉사활동 모임을 만들기 위해 즐거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변리사로서 봉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 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