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동성): 안녕하십니까?
장(정훈): 예, 안녕하세요.
조: 존슨앤드존슨이 이렇게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되게 된 핵심에 '아워 크리도(Our Credo)' 우리의 사명쯤 될 텐데요. 아워 크리도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장사장님, '크리도'라는게 도대체 뭔가요. 설명 좀 해주시죠.
장: 그게, 저도 크리도 얘기를 많이 하고, 실천하고 그러면서도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참 쉽지가 않은데요. 존슨앤드존슨의 크리도는 1946년에 로버트 전 회장님이 기업이 경제적인 성공 외에 국가나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소명감을 가지고 고객과 직원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사회적인 공헌과 건전한 기업 활동을 통해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 한다는 기업 철학을 담은 것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사훈이나 사명은 다 가지고 있지만, 존슨앤드존슨의 크리도가 유명한 것은 우리가 기업활동을 하거나 모든 행동과 결정을 할 때 크리도를 바이블로 생각하고, 이것이 과연 크리도에 위배 되느냐 아니냐...를 먼저 생각하는 철학적 배경이 되기 때문입니다.
조: 존슨앤드존슨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있어서 이 크리도가 기준점이 된다는 사실은 1982년 타이레놀 사건때 극명하게 드러났죠? 당시 얘기를 좀 해 주시죠...
장: 1982년에 미국 시카고에서 저희가 팔던 진통제 타이레놀을 먹고 사망한 사건이 있었어요. 누군가가 그 속에 싸이란이라는 독극물을 집어 넣은 것으로 판명이 됐지요. 근데 이제 그걸 회사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문제였었는데, 사건이 난 날 저녁에 바로 회장님은 시카고 지역에 있는 타이레놀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있는타이레놀을 수거해서 모두 폐기하라고 결정을 내렸어요. 당시 수거한 타이레놀은 1억달러(당시 1,300억원)어치로 존슨앤드존슨로써는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을뿐 아니라, 일각에서는 '타이레놀'이라는 브랜드명까지 포기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회장님에게 회사에 그렇게 큰 데미지를 주는 결정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내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크리도의 첫번째 사명이 환자들에 대한 보호다. 그런데 단 한 사람이라도 사고를 당한다면 이건 우리 회사의 철학과 위배되는 문제다. 그래서 경제적인 이익에 상관없이 우리의 크리도에 따라 내가 결정하는 것은 아주 쉬웠다' 고 말씀 하셨어요.
조: 그래서 오히려 그 피해보다도 이 과정에서 생긴 존슨앤드존슨의 신뢰도가 훨씬 더 커지지 않았습니까?
장: 그렇죠. 되돌아보면 그 당시에는 우리 회사가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입었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이 진짜 크리도에 의거해서 신뢰도를 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심어줬다는 의미에서 오히려 큰 이득을 얻었습니다. 일례로 엔론사건으로 모든 기업의 주가가 떨어졌을때도 존슨앤드존슨의 주가만은 오히려 올라간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의 신뢰도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조: 그러면 여기서 조금 도전적인 말씀을 드리자면, 기업에게 중요한 게 뭐냐 이익 극대화가 중요하냐 사회책임이 더 중요하냐...고 물었을 때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장: 저는 그 두개가 역행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두개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기업이 먼저 베풀어야 할 것 같아요. 베푸는게 그냥 뭐 도네이션 한다는 게 아니라 진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되면 국민들이 존경을 하게 되고 그 존경이 이 이익의 극대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니까, 존슨앤드존슨이 성공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국민들의 신뢰예요. '저 기업은 어떤 제품과 어떤 일을 하더라도 우리가 믿을 수 있다' 라는 그런 그 신뢰는 기업이 벨류를 준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는 재산이란 말이에요. 그래서 제일 처음에 기업이 사회에 대해서하고 그런 존경과 신뢰를 하고 그게 그런 존경과 신뢰를 얻으면 기업 이익에 역행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그게 조화를 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조: 사장님께서는 1983년 34세의 나이에 존슨앤드존슨 계열사인 한국얀센제약 사장을 맡으면서 존슨앤드존슨과 인연을 맺으셨는데, 80년대에 얀센은 유일하게 노조가 없었다면서요?
장: 예. 지금도 없어요.
조: 지금도 없어요? 대부분 외국기업들이 노조부터 만드는데 그 비결이 뭔가요?
장: 제가 얀센 사장 11년, 존슨앤드존슨 아시아 태평양 사장 14년 포함해서 25년을 경영자 생활을 했는데, 돌이켜보면 한국얀센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저희 팀(생산직 근로자, 영업사원)을 사랑했었고, 그 사람들은 저를 믿고 정말 열심히 일을 해서 '무에서 유를 창출' 해냈는데요...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뭔가를 해 보자고 달려드니까, 그 힘이 폭발해서 엄청난 위력을 냈던것 같아요. 당시 얀센은 창립 이래 30퍼센트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서 10여년 만에 국내 최대 합작 제약사로 부상했고, 1991년에는 세계 얀센그룹 최고 경영대상을 수상하는 등, 존슨앤드존슨 내에서도 유명했었어요. 당시 제 경영철학은 '열심히 일하고 최고의 대우를 받는 이상적인 기업'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말 그대로 '뷰티풀 캄패니(아름다운 회사)'를 사훈으로 만들어서 80년대 무주택 생산직 근로자 전원에게 집을 갖게 하는 등... '내 것같은 즐거운 직장' 만들기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조: 전문 경영자지만, 마치 내 회사처럼 운영을 하셨군요...
정: 존슨앤드존슨의 문화 자체가 분권화를 통해 각 지역 사장들에게 많은 권한을 주기도 하지만, 저는 정말 제 회사처럼 경영하면서 '오너십'과 '기업가 정신'을 맘껏 누렸습니다. 그 후에 여러 곳에서 스카웃 제의가 왔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존슨앤드존슨을 떠나지 못했어요.
조: 장사장님이 1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존슨앤드존슨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경영할 수 있었던 것도 '자기 확신'을 기본으로 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요, 대학 입시와 관련한 멋진 드라마가 있으시죠?
장: 저는 제주도의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제주 상고를 다녔어요. 그 당시에는 상업학교를 나와 은행에 다니던 사람이 마을의 영웅이었어요. 어릴 적 산수를 잘해서 저는 당연히 은행원이 되기로 하고 상고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때 우연히 서울에 사는 외삼촌 댁에 놀러왔다가 '대학'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듣고 제주도로 내려가는 배 안에서 대학에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후로 2년 반 동안 독학으로 입시 공부를 했어요. 상업학교이다 보니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따로 공부해야 할 교과서가 많았는데... 미련하게 학원 갈 생각도 못하고 수학 참고서 한권을 열 번씩 반복해서 보면서 원리를 깨우쳤어요. 그렇게 해서 서울대 약대에 진학하게 됐는데, 돌이켜 보면 이 때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서울대를 들어간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 혼자 힘으로 뭔가 이뤄냈다는 사실이 그 이후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헤쳐 나갈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조: 그리고 장사장님의 업적 가운데 또 하나가 많은 후배들을 존슨앤드존슨 아시아 지역 현지 CEO나 임원으로 파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씀 좀 해 주시죠...
장: 아시아에서 일본은 큰 나라니까 별도로 치고, 리더들의 인적자원이란 측면에서 한국이 굉장히 앞서 있는 것 같아요. 다행스럽게 한국에 있는 자회사들이 굉장히 좋은 인재들을 많이 갖고 있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을 필리핀 사장라든지 홍콩 사장라든지 중국의 공장장으로 보내게 됐는데요. 내가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뛰어난 능력을 눈여겨 볼 수 있게 됐고, 현지 사장을 임명할 권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국가적으로도 우리 인재를 발굴하고 기여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10년~20년 뒤에는 아시아의 인재는 한국에서 찾으라고 말 할 수 있을만큼 우리나라 인재들의 역량이 좋고 또 지식사회에서는 그게 가장 큰 자산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 젊은이들은 굳이 한국 내에서만 경쟁할 생각 하지 말고 시야를 넓게 두고 해외로 많이 진출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조: 그럼 미래의 인재가 가져야 할 능력 중에는 언어도 중요하지만, 영어만 잘한다고 되는 일은 아닐텐데... 제일 중요한 덕목이 있다면 무엇을 들수 있을까요?
장: 저도 영어를 잘 못했단 말이예요. 미국에 갈 때만해도 그랬고, 70년대 말에는 연수할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언어는 필요하긴 하지만 절대 조건은 아닌것 같아요. 처음에는 저도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등 문제가 있었지만, 하다 보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구요. 가장 중요한것은 남보다 '큰 꿈' 비전을 갖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자기 확신', '힘들어도 나는 해낼수 있다'는 '자기 최면'이 중요하구요. 세 번째는 뭔가를 이뤄 내려고 하는 에너지인 '열정'.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을 사랑하는 따듯한 마음' 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현지 사장이나 중역들을 뽑을 때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이 팀원이나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냐 아니냐 하는 건데요. 아무리 성과가 좋아도 사람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없으면 존슨앤드존슨에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합니다. 이런 덕목을 가진 젊은이라면, 또는 리더가 되고 싶은 젊은이라면 노력과 자기개발을 통해 이런 덕목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조: 이미 삼십 대부터 최고 경영자라는 직함을 달고 다니셨는데, 드디어 이제 존슨앤드존슨에서 은퇴를 하시면서 새로운 길을 가시려고 한다고 듣고 있습니다. 남다른 감회가 있으실 것 같은데요.
장: 젊은 나이에 평범했지만, 열정으로 똘똘 뭉친 저희 팀원(생산직 근로자와 영업사원)들과 무에서 유를 창조했고, 아시아 태평양 사장까지 포함해서 25년을 경영자 자리에 있었고, 또 존슨앤드존슨 본사의 경영위원으로써 참여도 해봤고... 돌이켜 보면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진짜 글로벌 리더가 되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을 발굴해가지고 그들을 도울수 있는 개인적인 멘토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조: 한국의 ceo로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을 하신 장정훈 사장님. 이제부터는 그동안 쌓아오신 경험을 젊은이들에게 나눠주시고, 또 그들이 세계적인 글로벌 ceo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겠다고 합니다.
오늘 장정훈 사장님의 멋진 인생과 글로벌 ceo로서 경험담을 들으면서 이 프로그램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