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목숨을 끊으며
황현(黃玹)
새와 짐승도 슬피 울고 바다와 산도 눈을 찡그리네
무궁화 세상 이미 망하고 말았네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천고를 헤아리니
인간 세상 지식인 노긋 참으로 어렵구나
絶命詩(절명시)
鳥獸哀鳴海嶽嚬(조수애명해악빈) 槿花世界已沈淪(근화세계이침륜)
秋燈掩卷懷千古(추등엄권회천고) 難作人間識者人(난작인간식자인)
[어휘풀이]
-沈淪(침륜) : 침몰하다. 재산이나 권세가 없어지고, 보잘 것 없이 되다.
-掩卷(엄권) : 책을 덮다.
[역사이야기]
황현(黃玹:1855~1910)은 조선 말기 우국지사이자 문인으로 호는 매천(梅泉)이다.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이후 과거를 포기하고 전남 구례로 귀향하여 학문과 문학에 전념했다. 강화학파의 일원으로 일컬어진다. 한말의 격동기를 지나면서 『梅泉野錄(매천야록)』과 『梧下記聞(오하기문)』을 저술하여 당대사에 대한 증언을 남겼다.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국권회복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망명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한일합방이 되자 절명시 4편을 남기고 음독 순국했다. 저서로 『梅泉集(매천집)』, 『梅泉野錄(매천야록)』, 『梧下記聞(오하기문)』, 『東匪紀略(동비기략)』 등이 있다. 매천은 경술국치 후 1910년 음력 월 6일 새벽 더덕술에 다량의 아편을 타 마시고 자결하였다고 한다. 유서와 절명시 네 편이 남아 있는데 그중 세 번째 시이다.
을사조약(乙巳條約)
1905년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조약으로 공식 명칭은 한일협상조약, 제2차 한일 협약, 을사보호조약이라고도 한다.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일본의 한국에 대한 종주권을 인정받았으며, 8월에는 영일동맹조약을 통해 영국으로부터 한국에 대한 지도감리보호의 권리를 인정받았다. 그해 9월 5일 포츠머스조약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한국에 대한 지도감리 보호의 권리를 승인받았다.
일제는 한국에 1904년 2월 3일 일본군 1개 사단이 서울에 진주하며 위협을 가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시정 개선에 대해 일제의 충고를 허용한다는 ‘한일의정서’를 강압적으로 체결하고 내정 간섭의 길을 열었다. 그 후 ‘한일의정서’ 세칙을 내세워 군사행동과 토지의 점령, 수용 자의적으로 단행했으며 한국의 내정을 장악해 나갔다.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국내의 반일열기는 고조되었다. 1905년 11월 20일 장지연(張志淵)이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라는 논설을 통해 조약에 조인한 매국대신들을 통렬히 비판했다.
한국 정부의 외교권을 박탈한 일제는 12월 21일 통감부(統監府) 및 이사청(理事廳) 관제를 공포하고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임명한다. 또한 통감은 오로지 외교에 관한 사항만을 관리하기 위해 경성에 주재한다고 조약에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는 한국의 시정 개선(施政改善)의 자문에 관한 주요 급무들에 관해 각 대신들과 협의 결정하여 국왕의 재가를 거쳐 시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한국 시정 개선에 관한 협의회를 수시로 열어 이를 주재하면서 사실상 한국의 내정을 총지휘하기 시작했다.
한일합방(韓日合邦)
1910년 8월 29일 일본의 강압 아래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일본에 양여함을 규정한 한국과 일본의 조약. 통감정치 이후 실질적인 통치권을 일본에게 빼앗겨 형해화(形骸化)된 한국을 국호마저 박탈하려던 일본의 획책은 이미 1909년 일본 내각회의에서 확정된 상태였다. 1910년 6월 30일 일본은 한국의 경찰권을 빼앗은 다음 7월 12일 병합 후의 통치방침을 마련해서 조선통감으로 임명된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가 이를 휴대하여 부임케 함으로써 본격적인 국권침탈의 공작을 전재한다.
8월 16일 데라우치는 총리대신 이완용과 농상공대신 조중응을 통감 관저로 불러 병합조약의 구체안을 밀의(密議)하고 18일 각의에서 합의를 보게한 다음 22일 순종 황제 앞에서 형식적인 어전회의를 거치게 하고, 그날로 이완용과 데라우치가 조인을 완료했다. 조약의 조인사실은 일주일간 비밀에 부쳤다가 8월 29일 이완용이 윤덕영을 시켜 황제의 어새(御璽)를 날인하여 이른바 칙유(勅諭)와 함께 병합조약을 반포하였다. 이로써 조선 왕조 27대 519년 만에 멸망하고 한국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게 되었다.
출처 : 한시와 함께하는 우리나라 역사 『노을빛 치마에 쓴 시』
지은이 : 고승주. 펴낸 곳 : 도서출판 책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