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광명의 깃발, 마음은 신통의 창고
受持身是光明幢 受持心是神通藏
수지신시광명당 수지심시신통장
불교를 받아 지니는 그 몸은 광명의 깃발이요
불교를 받아 지니는 그 마음은 신통의 창고이어라.
<천수경>
승속(僧俗)을 막론하고 우리나라 불자들이 맨 먼저 접하고
가장 즐겨 읽는 경전인 천수경(千手經)의 한 구절입니다.
일반 불자들은 처음 불교를 만나면서, 그리고 승려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입산 출가하여 행자 시절을 거치면서 입이 닳도록 외우는 구절 중의 하나입니다.
출가한 승려이든 아니면 재가 신자이든
모두가 불교를 배우고 불교를 믿으며 불교를 알아서 결과적으로 자기의 삶에,
또는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잘 가르쳐준 대목입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읽는 경전에 들어있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리라.
‘받아 지닌다[受持].’라는 말은 부처님의 가르침,
즉 불교를 믿고 공부하여 자기의 것으로 만든다는 의입니다.
그러므로 불교를 믿는 사람들의 그 몸은
곧 광명의 깃발이 되어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불교를 믿는 사람의 그 마음은 곧 어떤 어려운 문제라도
모두 해결하는 신통 묘용의 창고와 같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불교를 믿어서 자신의 인생에,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 항상 밝은 빛이 되어
자신과 사람들을 바르게 살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꿈과 원력이 담겨있는 가르침입니다.
또한 자신의 인생 문제나 세상의 복잡하고 힘든 문제들도 뛰어난 부처님의 지혜를 빌어
이치에 맞고 순리에 맞고 또한 모든 사람에게 이익과 행복이 되게 잘 해결하여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은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무수한 희생과 대가를 치렀습니다.
명예와 부귀와 권력이 보장된 왕자의 지위를 버렸습니다.
금지옥엽의 귀하신 몸으로 결연히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스스로 고행의 길에 들어서서 수많은 스승을 찾아 학문과 고행을 경험하였습니다.
그 고행이 얼마나 극심했던지 육신은 마치 죽어서 뼈만 남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러한 수행을 무려 6년이나 하였습니다.
그리고 얻어낸 것이 12월 8일 새벽에 찾아온 크나큰 깨달음이었습니다.
희생과 노력도 남다르지만,
전대미문의 진리를 바르게 깨달은 사실 또한 인류사(人類史)에 있어 최대의 사건임이 분명합니다.
모든 존재의 실상을 꿰뚫어 보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부처님을 스승으로 받들고 살아가는 불자들은
자신은 물론 모든 세상 사람의 빛이 되고 스승이 되고 정신적 영도자가 되어서
참다운 이치[眞理]의 길로 이끌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 불자들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
천수경을 외우면서 이러한 결의를 다지며 서원을 세웁니다.
사찰에서는 새벽을 깨우는 도량석(道場釋)으로부터 기도를 드리는 의식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 천수경으로 시작하는 것은 곧 세상에서 광명의 깃발이 되고 신통의 창고가 되기 위함입니다.
다종교사회에 이교도들과 더불어 살면서 뒤틀리고 편협한 소견으로 비이성적인 말과 행동들을 보면서
그들과 비슷한 양상으로 대립할 일이 아니라
연민의 마음으로 그들의 빛이 되어 가르치고 교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천수경을 외우다가 이 구절에 이르면 저절로 몸에 힘이 솟습니다.
비록 법력과 학덕이 아직은 못 미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부처님이나 위대한 조사님들처럼
세상의 무지몽매(無知蒙昧)함을 일깨우리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둡고 캄캄한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빛이 되고 안내자가 되고 영도자가 되고
스승이 되어 끝내는 내가 모두 가르치고 제도하겠다는 마음이 다져지기 때문이리라.
- <무비 스님>의 名言名句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