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선과 영동선이 갈라지는 요충지.
하지만 고갯길을 넘어가는 통리와 석탄산업의 일인자 철암 사이에 끼어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던 역.
우리나라의 주요 간선이 분기되는 역 치고는 너무나도 조용하기만 한 백산역.
주변 풍경만 봐도 왠만한 주택가 하나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시골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추운 겨울날의 한 줄기 따스한 햇살처럼,
분기역이라는 커다란 타이틀을 지니고 있음에도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기에 더더욱 아름답게 보여지는 것이 아닐까.
태백선과 영동선이 갈라지는 요충지.
하지만 고갯길을 넘어가는 통리와 석탄산업의 일인자 철암 사이에 끼어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던 역.
우리나라의 주요 간선이 분기되는 역 치고는 너무나도 조용하기만 한 백산역.
주변 풍경만 봐도 왠만한 주택가 하나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시골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추운 겨울날의 한 줄기 따스한 햇살처럼,
분기역이라는 커다란 타이틀을 지니고 있음에도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기에 더더욱 아름답게 보여지는 것이 아닐까.
조그만 마을 사이에 정원처럼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는 백산역.
가뜩이나 국도변 뒤쪽으로 조심스레 숨어있어 찾기가 힘든데,
생김새는 마치 시골의 조그마한 별장, 전원주택처럼 생겼다.
표지판이 이 곳을 백산역이라 가리키고 있는데도, 좀처럼 건물을 찾기가 어렵다.
아담한 전원주택 오른편에 나 있는 옥탑방 계단을 따라 올라가보니, 조그만 대합실과 역무실이 나타난다.
백산역은 동해-영주간 각역정차 열차 외에는 서는 열차가 없는 역이어서인지,
단말기를 일찌감치 철거해버려 여기에서 표를 구입하지 못하고 열차 내에서 따로 표를 사야한다.
열차 이용이 워낙 불편하니 이 지역 주민들도 근처의 철암역, 통리역까지 가서 열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철암, 통리로 가는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수시로 있기 때문에,
백산역에서 열차가 서지 않는다 해도 동네 주민들이 열차를 이용하기에 크게 불편한 점은 없을 것이다.
통일호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여객운임표. 영주까지 5,700원, 동해까지 3,500원이다.
영동선 길이 워낙 험하기 때문에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시간은 굉장히 오래걸리고 동해, 봉화 모두 멀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다. 기본운임을 조금 넘을 정도이니...
그런데도 여기에서 영주까지, 동해까지 가는데 2시간이나 걸릴 정도다.
이 지역의 지형이 얼마나 험한지, 그리고 철길이 얼마나 구불구불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해발 600m 고지의 태백. 여기에서 봄을 맞이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오래전에 내린 눈이 한 달이 넘도록 꽁꽁 얼어있고 매서운 바람이 쉴 새 없이 심장을 때리는 이 곳.
꽃망울이 방울방울 피는 예쁜 풍경을 기대하기는 너무 이른 시간인 것 같다.
모든 것이 꽁꽁 얼어있는 한겨울의 추위를 확 녹여줄 한 줄기 햇살이 그리운 시간이다.
끝없이 밑으로 고개를 숙여 좀처럼 고개를 들지 않는 고드름처럼,
사람도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최대한 자신을 숙여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은 누구에게나, 시공간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불시에 찾아온다.
1000m가 넘어가는 험하디 험한 산줄기 밑에 철길도 고개를 숙인다.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을 존중할 줄 아는 철길.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자연을 존중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을 파괴하려고만 한다.
자연과 더불어 존재하는, 자연 속에 녹아내려 함께 어우러진 "아름다운 철길"은 왜 더이상 나타나질 않는건지...
영동선과 태백선이 갈라지는 중요한 지점에 있는 역인지라, 선로 하나는 끝내주게 많다.
게다가 험한 산, 소복소복 쌓인 눈과 어우러진 풍경은 백산역을 이색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서로 다른 길을 달렸던 태백선과 영동선이 백산역에서 서로 만난다.
이 백산역 안에서 수많은 철길이 합쳐지고 또 합쳐져 마침내 하나가 된다.
서로의 힘을 모아 결국엔 하나가 되는 그 모습이 어찌 아름답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주변에서 배어나오는 풍경만큼이나 철길 자체도 충분한 매력이 있는 영동선이다.
누가 석탄의 고장 태백 아니랄까봐 무연탄 공장으로 이어지는 녹슨 철길이 조그맣게 위치하고 있다.
역 구내 한복판에서 갈라지는 철길이라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어김없이 지나쳐야 하는 철길.
열차를 타려면 철길을 건너야만 하지만 철길을 건너는데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
이 선로로 다니는 열차가 있긴 한지, 열차가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상태가 좋지 않다.
태백선의 끝, 영동선의 시작. 어디로 이어지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철길이 사방팔방으로 나 있다.
조그만 전원주택 같은 역사와는 달리 역 안은 끝없이 펼쳐진 선로들로 인해 어지럽기까지 하다.
구내는 굉장히 넓지만, 주로 신호장 취급을 하는 백산역의 특성상 여객은 오히려 철저히 외면받는다.
역사 앞에는 아예 승강장이 없고 분기선이 있는 쪽으로 한참을 걸어들어가야,
사람 한 명 서 있기 힘든 정도의 승강장이 겨우 나온다.
이 곳이 백산역임을 알려주는 몇 안 되는 흔적, 역명판.
이보다 더 오래된 옛 흔적은 없을까...
전차선 기둥이 197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것이니 어딘가 하나쯤 붙어있을만도 하다만...
백산역의 유일한 폴사인. 엄청난 크기의 검은색 표지판이라는 것이 약간 아쉽지만,
이름없는 간이역마저 죄다 파란색으로 도배되는 요즘 추세를 보면 이마저도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 역이 분기하는 역이지만 태백선의 "문곡역"은 철저히 버려진 채 통리역과 철암만이 그 존재를 드러낸다.
열차가 올 시간이 되어야 겨우 사람 한두명이 찾아주는 백산역...
역사와도 멀리 떨어져 있는 승강장은 거의 버려져 있는 것 처럼 방치되어 있었다.
아무런 관리 없이 너덜너덜하게 뜯겨져 나가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지어진지 40년 가까이 지난 전차선과 정상이 보이지 않는 험한 산지.
백산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연과 동화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오지 중 하나인 태백이지만, 버스교통 하나만큼은 정말로 발달된 것 같다.
터미널-황지연못(중심가)-통리-백산-철암-구문소-문곡-터미널 순환버스가 무려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추전역, 검룡소, 용연동굴, 태백산입구를 제외한 태백의 모든 시내 방방곳곳을 전부 다니기 때문에,
이 버스 하나만 이용하면 태백역, 문곡역, 통리역, 동백산신호장, 백산역, 철암역,
심지어는 구문소에서 도보 15분 정도 떨어진 동점역까지 전부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지 중의 오지 태백이지만, 의외로 태백 안에서 기차역을 방문하는 일은 굉장히 쉬운 일인 것 같다.
험한 산지 아래 놓여진 4차선 국도.
뻥뻥 잘도 뚫려있지만 이 곳에서 자가용과 마주치면 마치 서울 한복판에 소가 지나가는 일 마냥 낯설게 느껴진다.
순식간에 엄청난 인구가 줄어버린 태백. 이 곳에선 4차선 국도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해발고도 600m의 백산동 한복판에서, 한 폭의 그림같은 햇살이 뿜어져 나온다.
까만 먹구름 사이로 조심스레 그 모습을 환하게 비추는 태양처럼,
태백의 미래도, 백산역의 미래도 어두운 음지를 지나 환하게 그 빛을 밝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본 : http://blog.naver.com/PostList.nhn?blogId=goyasoul88
사진제공 : 모리노, 악마저그
첫댓글 한때 백산역은 영동선 필수 정차역이었죠... 그런 좋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1년전 2월달에 갔을때 그 풍경은 너무 아쉽기만 했었죠... 슈퍼에 들어갔는데 초인종 소리가 나고 주인이 그때 나오더라고요...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최근에 열차 안탄지 두달 되어가는데 대리만족이라도 시켜주니 감사합니다~
인간은 반성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이나 자연한테 벌을 받아서 무릎을 꿇게 될 겁니다. 한심한 인간들... 자연 덕분에 인류가 태어난걸 고맙게 생각 안 하고 오히려 그걸 파괴 시키는 인간들 지금 인간들은 엄청난 벌을 받고도 모자란 지경에 있습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 수가 10000명 가운데 10명 정도 있을까 말까 하는 정도죠.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