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체리 수확을 마무리했습니다.
농사가 잘된 곳도 있으시겠지만, 제 농장은 올해도 흉작에 가까웠습니다. 어중간하게 열매가 달린 데다 사람을 쓰지 않고 대부분 혼자 작업하다 보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든 한 해였습니다.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체리 농사에 대한 비전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는 거의 직거래 위주로 판매를 했는데 다행히 고객분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난주 마지막 수확을 정리하면서 제 나름대로 A급이라고 생각한 체리들, 버건디·애보니·레이니어 품종 중 12g 이상 되는 과실만 선별해 공판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하역하시는 분들이 체리를 보자마자 하신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 체리 안 받아요."
"좋은 값 기대하지 마세요."
"국산 체리 먹느니 수입산 사먹습니다."
솔직히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제 체리를 보시고 "이건 좋다", "색깔이 좋네", "맛있다"며 칭찬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실제로 몇 알 드셔보시고 맛있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조금은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같은 수준의 체리가 7천 원, 9천 원, 심지어 1만 원 정도에 거래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제가 출하한 물량은 버건디 6,600원, 레이니어 5,000원에 낙찰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김천 지역에서는 한때 체리 재배가 크게 유행했던 시기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이미 많은 유통인들이 국산 체리에 대한 결론을 내려버린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들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국산 체리는 농가마다 품질 편차가 크고, 같은 품종이라도 맛과 식감, 크기, 착색 상태가 제각각입니다. 아직 소비자와 유통인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대표 품종이나 표준화된 품질이 자리 잡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도매상 입장에서는 국산 체리가 일종의 '복불복 상품'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가 하루아침에 개선될 것 같지도 않아 더욱 낙심이 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국내 체리 시장은 농사의 성공 여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생산자의 판매 역량과 고객 확보 능력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마다 수확철이 되면 체리 농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 농장을 찾아오십니다. 저는 웬만하면 신중하게 생각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방문하신 분들은 밖에서 보기에는 체리 농사가 굉장히 유망하고 수익성이 좋아 보인다며 품종 전환을 고민하고 계시더군요.
물론 체리 농사가 잘 맞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훌륭한 성과를 내시는 농가도 많습니다. 다만 제가 직접 16년 동안 체리를 재배하며 겪어온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녹록지 않았습니다.
지금 체리 농사를 고민하고 계신 분들, 또는 현재 재배를 하면서 여러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제 경험이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올해도 전국의 체리 농가 여러분 모두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는 조금 더 좋은 결실을 맺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첫댓글 경험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6년차 첫수확 많은 양은 아니지만 직거래 지인들에게 조생종 홍수봉은 완판 되었고 이번 주말 라핀 대부분도 사전 예약되어 있네요 써미트 러8호 타이톤 버건디 극소수 생산ᆢ해가 갈수록 늘어날건데 여러 경험으로 봐서 여건이 쉽지 않아 진통이 예상됩니다
허나 이미 시작했으니 버릴한이 있어도 이 길로 갈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ㅎ
그렇다고 주저 앉을 수는 없으니 모두가 지혜를 모아서 갑시다 처음부터 큰돈 수입을 생각하지도 않았고 매력에 빠져 지금껏 가고 있습니다 또한 하는 일이 있어서 좋습니다 최선을 다해 봅시다 모두 화이팅입니다
네, 저 역시 직거래를 하면서 소비자분들의 반응만큼은 늘 큰 힘이 되었습니다. 처음 연락 주시는 분들이 문자와 댓글로 "정말 맛있다", "내년에도 꼭 주문하겠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마다 다시 힘을 내곤 했습니다.
다만 체리라는 작목의 특성상 직거래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지난 시간 동안 우리나라 홍수봉 체리를 알리는 데에는 나름 작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에서 홍수봉 체리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유명 블로거의 체험 후기 역시 제 체리를 소개한 내용인데, 감사하게도 몇 년째 꾸준히 홍보해 주고 계십니다.
그런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는데, 결국 직거래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공판시세도 어느정도 받춰 줘야 되는데 갭차이가 너무 나서 현타가오더군요. 몇몇군데는 잘나오는 곳도 있겠지만 금방 상황이 역전될것 같지않아 저는 직거래할만큼만 유지할생각입니다.
@김성배 맞아요 직거래 할수 있다면 선호하는 편입니다 공판장 시세와는 괴리가 넘 커요 대신 직거래는 한계가 있겠죠 대량물을 처리할 수도 없고 생산도 판매도 쉬운게 없네요~~~
써미트 소량 달렸는데 젤 크기가 이정도면 괜찮죠ㅎ
네.. 전 없어서 모르지만 듣기론 써미트가 열과도 강하고 알도 고르고 크기도 크다고 하더군요 , 노지 대면적하시는 분말에 따르면 본인은 노지에선 앞으로 써미트 위주로 갈거라고 제게 말씀하시더라구요.. 개화시기가 늦어 냉해피해도 덜하고 열과 거의없고 과모양도 예쁘다면서 유통에는 유리해 보인다고 하신것같습니다
@김성배 답변하신 대부분 말씀이 맞네요
생김새도 하트 모양으로 이쁘고 열과도 거의 없네요
크기도 일정해요 물도 많고 맛도 좋네요 올해 첨으로 소량 달려서 남쪽은 안 맞나 싶어서 갱신할려고 했더니 미련이 남아서 내년 한해 더 지켜 볼려구요ㅎ
30여 그루 자르기가
아까워요ᆢ
러8호만 10그루 잘랐네요ㅎ
@체리&바다 30그루나 갖고있으면 놔두세요 성숙기 대량 생산되서 유통으로 간다면 수확시기에 손적게 가는 품종이 최고입니다. 유통생각한다면 전 무조건 대과의 흑자색 권합니다. 체리는 수확기에 선별 하다가 진이 다빠집니다. 물론 대량생산하면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선별 포장하는 자체가 안맞긴합니다만.
@김성배 맞는 말씀 같아요
혼자 생각으로 써미트만 제대로 달리며 뭔가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