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열악한 공공의료체계를 개선코자 추진하고 있는 울산의료원 설립을 위한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선정에서 이번에도 고배를 마셨다. 울산의 공공 의료서비스 체계가 다른 광역시도 보다 열악한 이유는 다름 아닌 그동안 민간기업과 사학 기반을 민간 의료체계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최근까지 울산대학병원이 실제 대학 부속병원이 아님에도 대학교에 딸린 부속병원이려니 여기며 진료를 받아왔다. 그래서인지 시민들은 공공의료원 같은 시설은 특별히 필요치 않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실상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이 같은 허상이 깨진 것은 터진 일련의 사태들 덕분(?)이다. 울산대학교병원이 사립대학인 울산대학교 부속병원이 아니라는 사실이 뒤늦게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어 울산의대생들이 전문의 과정을 울산에 소재하는 울산대학 병원이 아닌 서울아산병원 캠퍼스에서 수련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난의 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뜻있는 일부 시민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의료계 종사들로부터 울산의대 본과 울산 환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당사자인 울산의대 측은 이에 대해 특별한 대응이나 해명, 나아가 로드맵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모두 시민들을 기만하는 태도다.
보건복지부가 울산의대의 편법적인 운영을 시정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음에서 사실관계가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울산대학교와 울산대병원은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울산시민들에게 지역 의료서비스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아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일부 지역 언론이 울산의대의 정원을 확대해 주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울산의 의료문제가 무엇인지 알고서 하는 소린지 모르겠다. 울산에는 현재 공공의료기관이 전혀 없는 상태다. 타 광역시ㆍ도와 같은 국립의대가 없다 보니 일부 공공의료 영역을 책임지는 부속병원도 없다보니 지금까지 공공영역을 울산대학교 병원이 일부 책임을 지고 있다.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공공영역에 의료진이 부족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일부 지역 언론이 울산의대의 지역 환원을 위해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합심해 정부에 문을 두드린 것처럼 이번에는 정원확보를 위해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민간영역인 울산의대 정원을 늘린다 해서 부족한 공공영역 의료서비스를 이들이 책임진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도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나서 울산의대 정원을 늘려주는 데 힘을 보태자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니 놀랍다. 울산의대 정원을 늘리고 울산대학교병원의 역할을 더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울산에 공공의료원을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울산의 의료현실 타개를 위해 나아갈 방향은 울산시민들이 더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