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질서있는 퇴진론’ 두고 민주당 친명 대 비명 평행선
김윤나영 기자입력 2023. 3. 20. 15:40 댓글10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론’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빨리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며 연말 사퇴를 전제로 한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론’에 반대했다. 친명계 의원들은 사퇴 무용론으로 맞섰다. 이 대표가 사퇴하더라도 또 다른 친명계 지도부가 들어설 뿐이라는 것이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20일 SBS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신변에 대한 거취정리를 빨리 해야 한다”며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려면 그 준비를 해야 하고 당내 분열을 수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지금 당대표직에 물러나서 본인의 사법적 의혹에 대한 무고함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무고함이) 밝혀지면 그다음에 다시 복귀하는 형식을 취하라”며 “총선 때는 뒤로 비켜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오는 12월쯤 내년 총선 기틀을 다지고 사퇴하자는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론’에 반대한 것이다. 이는 이 대표가 2선으로 후퇴하더라도 총선 때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해야 한다는 친명계 의원들의 생각과도 다르다.
친명계 의원들은 사퇴 무용론으로 맞섰다. 당내 강성 의원모임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굳이 친명, 비명을 만약에 나눈다면 (이 대표가 사퇴해도) 새로운 지도부는 다시 친명계 중심으로 될 가능성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 원로들도 ‘이 대표를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냐, 솔직히 지금 대안이 없지 않냐’는 얘기들을 한다”며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 80% 이상이 이 대표 체제로 가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거취를 언급하지 말자는 주장도 나온다. 문재인 당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지냈던 최재성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질서 있게 퇴진하자는 말이 수용되는 순간 당대표는 식물대표가 된다”며 “총선을 앞두고 수습책, 대안들이 다 혼란스럽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6년 당대표를 총선 직전에 그만두고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섰을 때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한 것”이라며 “미리 퇴진을 예고했으면 수습도 안 되기에 ‘퇴진’이라는 두 글자를 입 밖으로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거취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당직 개편을 두고도 당내 반발이 나온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당직 개편과 공천으로 국회의원들이 안심한다고 해서 국민 신뢰가 돌아오느냐”며 “오답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당내 갈등의 핵심을 “공천 다툼이 아니라 총선 승리를 둘러싼 문제”라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우리가 극복해 나갈 것인가”로 규정했다. 당직 개편이 이 대표 거취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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