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示衆)
만일 이 한 가지 기특한 일을 말하자면, 사람마다 본래 갖추었고 제각기 원만히 이루었나니, 마치
주먹을 쥐었다가 손바닥을 펴는 것과 같아서 실끝만한 힘도 전혀 들지 않는다. 다만 마음의 원숭
이가 흔들리고 의식의 말[馬]이 시끄러워 삼독 무명을 방자하게 놓아두며 아상, 인상 등을 허망
하게 집착하는 것이 얼음에 물을 뿌리면 더욱 더 두꺼워지듯 자기의 신령스러운 광명을 장애하여
결코 나타날 수 없게 된 것이다.
만일 생철로 부어 만든 놈이 적실히 밝혀 내려고 하면 또한 경솔히 할게 아니니, 당장에 큰 뜻을
내고 큰 원을 세워 마음 원숭이와 의식(意識)의 말[馬]을 죽이고 번뇌 망상을 끊어야 한다.또한
물살이 거센 여울에 배를 대려 하는 것과 같아서 위태로움, 죽음, 얻음, 잃음, 아상, 인상, 옳음,
그름 등을 돌아보지 말고 잠시 끼니도 잊고 생각도 걱정도 끊고서 온종일 밤새도록 마음 마음
간단(間斷)이 없고 생각생각이 계속하여 다리를 딱 버티고 어금니를 악물고 화두를 단단히 잡고
서 다시 털끝만치도 딴 생각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설령 어떤 사람들이 그대들의 머리를 베어가
고 손과 발을 자르고 심장과 간장을 오려내어 목숨이 떨어지는 데 이를지라고 절대로 버려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어야 비로소 조그만치 공부한 기미가 있을 것이다.
아! 슬프다. 말법에 성현과의 시대가 멀어져서 한결같이 범범(泛泛 ; 대충대충)한 무리들(잘난 체하는
무리들)이 많이 있어 깨달음의 문이 있는 것을 끝내 믿지 않는구나. 여기에서 천착(穿鑿;말을 멋대로
끌어다가 억지로 이치에 맞도록 함)하고 저기에서 계교(計較: 서로 견주어 살핌)하니, 설령 계교하여 이루게
되고 천착하여 성취되었더라도 눈빛이 땅에 떨어질 때(죽을 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만약 소용이 있다면 무엇 때문에 부처님이 설산에서 6년 고행하시고, 달마대사가 소림굴에서
9년 면벽하시고, 장경스님(설봉스님의 제자)이 앉아서 방석이 일곱 개나 해지도록 좌선하시고,향림
스님(운문스님의 제자)이 40년 만에 비로소 일념을 이루시고, 조주스님이 30년 동안 잡되게 마음을
쓰지 않으시면서 허다한 고생을 하였겠는가?
또 어떤 무리들은 10년, 20년이 되도록 공부를 하였으되 깨달은 것이 없는 것은, 그가 전생에
선근이 없기 때문에 뜻이 견고하지 않고, 반은 믿고 반은 의심하며, 혹은 일어나고 혹은 거꾸러
져 희롱해 오고 희롱해 감에(이럭저럭 세월을 보냄에) 세상의 정(情)은 순숙(純熟;잘 익음)해지고 도(道)
에 대한 생각은 더욱 생소해져서 24시간 중에 한 시간도 선정에 들어 일념을 이루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놈들은 설령 희롱하여(멋대로 공부하여) 미륵불이 하생(下生)함에 이르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만일 진정한 행각승이라면, 함부로 어지럽게 하지 않고, 당초에 어느 선지식을 찾아가 한 마디 말
씀이나 반 구절 설해주는 것을 듣자마자 더 망설이지 않고 당장 이렇게 믿으며, 주관이 확립되고
안정되어 외롭게 뛰어나고 빼어나 드높으며, 발가벗은 듯하고, 맑아 씻은 듯할 것이다. 다시는 위
태로움과 죽음과 얻음과 잃음을 묻지 않고 다만 이렇게 정진해 나가면, 문득 밧줄(화두)이 끊어
져 곤두박질을 하고, 죽었다가 다시 소생하여 본지풍광(本地風光; 본래면목)을 볼 것이니, 어느 곳에
서 다시 부처를 찾겠는가? 또 한 게송이 있는데 대중들에게 들어 보이겠노라.
물살 거센 여울에 작은 배 대려면
밧줄을 아무쪼록 단단히 잡으라.
별안간 밧줄 끊어져 회피하가 어렵게 되면
곧 온 몸에 피가 터져 흐르리라.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니
하나는 어디로 돌아 가는고?
성성한 의심만이 다만 귀할 뿐.
의심하여 생각 없어지고 마음 끊어진 곳에 이르면
금까마귀[[金烏; 태양]가 한밤중에 하늘 끝까지 날으리라.
(이하 생략)
~고봉화상 <선요> "제20 示衆" 중에서~
* 참고 문헌: 전재강 역주 <선요>
원순스님 역해 <선요>
첫댓글 관세음보살()()()
진정한 행각승이라면,


함부로 어지럽게 하지 않고
고운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관세음보살()()()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