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주위 사람들의 고민거리를 들어보게 될 때면
고민거리들의 칠할은, 대개가 선택과 후회에 대한 얘기입니다.
내가 그 때 왜 그랬을까???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나 결정을 못 내리겠어, 둘 중에 뭘 선택해야 할까????
아.. 샹.. 내가 그 때 XX했었어야 했는데.....
사람들의 고민거리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재밌는 게,
후회란 건, 결국 현재 내 처지에 대한 푸념, 즉,
과거 내 선택이 잘못되었고, 그 때 내가 집어 들지 못 했던 다른 쪽,
곧, 과거의 대안 쪽이 사실은 정답이었으리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현재는, 내 과거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내 현재가 불만족스러운 건, 과거의 선택들이 잘못되어서일 것이다.
분명 난 과거에 몇 개의 대안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
그 때, 그래, 그걸 선택했어야 했어. 지금 돌이켜 보면 명확한 건데, 난 왜 그렇게 멍청했었을까?
인생 쉽게쉽게 가기 캠페인 그 세번째
내가 그 때 XX했더라면 ..
선택과 후회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바로,
주의(attention)의 이동입니다.
이게 뭔 말이냐하면,
자, A와 B가 있어요.
우리가 선택을 할 땐, 각자의 장단을 고려해가며 저울질을 하기 마련인데, 사실,
뭐 하나에 꽂히면, 그것의 단점은 자연스레 덮혀지기 마련이죠. 그니까,
우리가 뭔가를 선택했다라고 하면, 그 시점만큼은 그것의 장점에 매료되었었다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근데,
인간에겐, Hedonic Treadmill(만족에 대한 면역 현상)이란 그지같은 특성이 있어서,
언젠가는 그 장점의 유통기한이 만료되고, 과거 묻혀져있던 단점들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는 시점이 오거든요?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이 만연하게 되면, 자연스레 현재 상태에 대한 불만족이 자리잡히게 되고, 이윽고,
후회란 감정이 생겨나게 되죠. 뭐에 대한 후회?
과거 내가 B가 아닌 A를 선택했단 것에 대한 후회.
이 때 B는 나에게 있어서 마치, '남의 떡, 그림의 떡' 같은 존재인지라,
마치 과거 내가 A를 택했던 순간처럼, 상대적으로 장점만 빛나게 되는 그런 상태가 됩니다.
하지만, A랑은 다른 점이,
A는 내가 선택한 내 꺼기 때문에, 만족의 면역 현상을 여과없이 겪는다는 것에 반해,
B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남의 것, 먹어 보지 못 한 남의 떡이기에, 그 장점이 감가상각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빛나게 된단 겁니다.
Cf) 만족은 그걸 소유하고 경험해야지만 면역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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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선택의 갈림길에서
② A의 장점에 더 매료되어 A를 선택
③ A의 장점을 충분히 겪고 나면, 만족에 면역됨, 덮어놓았던 단점들이 서서히 부상하기 시작
④ 현재에 불만족, 그에 대한 원인을 과거 선택에서 찾음
⑤ 과거 대안 B는 경험해 보지 않은 새 것으로 A의 단점에 불만족스러운 현재로선 굉장히 그 장점이 블링블링해 보임
⑥ 후회의 태동, 가 보지 않은 길에 손을 들어주게 됨, 결과적으론, 과거에 대한 미련이 현재의 불만족을 좀 더 강화시킨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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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ention 이동 경로] A의 장점 → A의 단점 → B의 장점
바로, 후회가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는 구조인 겁니다.
그러니까, 요는 이겁니다.
뭘 하든, 뭘 선택하든 후회는 한다.
즉,
이건 "시스템적인 후회"에 가깝지, 무작정 내 의사결정의 실패라 보긴 어렵단 얘기.
A를 선택한 누군가는 지금에 와선 B가 정답이었으리라 후회합니다. 근데,
만약 과거에 그가 B를 선택했다면, 위의 [attention 이동 경로]를 겪지 않아도 됐을까?
아마도, 아닐 겁니다. 필시, 분명히 겪었을 테죠. 저건 다름아닌 Human Nature니까.
시스템이,
겪어 본 만족에는 (-)를 주고, 먹어 보지 못 한 남의 떡에는 (+)를 줘 버린 결과, 응당 도출되게 되는
그러한 계산값인 겁니다.
바로, 후회란 놈이 말입니다.
요딴 식(XX했더라면)으로, 현실과는 다른 상상을 해 보는 걸 심리학자들은
Counterfactual Thinking (사후가정사고)이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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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terfactual thinking is the tendency people have to imagine alternatives to reality.
Humans are predisposed to think about how things could have turned out differently if only..., and also to imagine what i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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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wekipedia
자, 현실에 대한 다른 대안을 굳이 떠올리는 건,
앞서 말씀드렸듯, 현재에 대한 불만족에서부터 기인합니다.
즉, 내가 지금에 존나게 만족한다? 그럼 사후가정사고 같은 거 할 필요가 없단 얘기지요.
내가 지금 여친인 A에 홀딱 빠져 있다면, 과거 사귈 수도 있었던 B양 생각 같은 게 나기야 하겄습니까?
근데,
인간이란 게, 원체가 Hedonic Treadmill의 노예인지라,
쩌기 위키피디아도 사후가정사고에 대한 설명에 "the tendency"란 단어를 포함시켜 놓은 거겠죠.
(만족의 면역 현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후가정사고를 할 수 밖에 없게 됨)
만약 할 수만 있다면,
내 attention을 A의 장점에 붙잡아놓은 채 평생 살면 됩니다.
당연히 행복하고, 아 썅 XX했더라면 어쩌고 할 필요도 없으니, 신경 쓸 일도 없습니다. 아주 그냥 굳인 겁니다.
근데 요걸 우리 같은 범인들은 잘 할 수가 없으니까 답답한 건데,
다행히도, 심리학자들이 저거보단 쉬운 방법 하나를 더 제시하고 있습니다. ㅋ
우리가 흔히 하는 사후가정사고는 상향식에 해당됩니다. 상향식이 뭐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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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ward Counterfactual Thinking (상향식 사후가정사고)
: 지금보다 나았으리라 생각되는 과거 대안 선택에 대한 시뮬레이션
Ex) 내가 그 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연봉이 졸라게 올라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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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지금 내가 돈이 별로 없다는 불만족에서부터 출발하는 사후가정사고입니다.
이 경우, 앞서 설명 드렸듯, 과거 선택에 대한 미련이 현재의 불만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죠.
당연히, 내 정신건강을 위해선 권해드리고 싶지 않은 사고방식입니다.
반면,
심리학자 선상님들이 우리를 위해 제시하고 있는 좀 더 쉽게쉽게 갈 수 있는 스킬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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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ward Counterfactual Thinking (하향식 사후가정사고)
: 지금보다 나빴으리라 생각되는 과거 대안 선택에 대한 시뮬레이션
Ex) 어후, 내가 회사를 계속 다녔으면, 난 필시 스트레스 때문에 제 명에 못 죽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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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지금이 힘들더라도,
야 이게 어디냐, 그래도 내가 과거에 잘 선택했어서 지금 이 정도라도 사는 거지, 잘했어 잘했어 라며
셀프치얼업시키는 정신스킬인 건데,
이 경우, 보다 더 현재에 만족할 수 있게 되며, 과거의 내 선택을 존중하면서 자존감의 향상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됩니다.
찌푸린 표정보다는 밝은 표정으로, 쓰읍의 소주보다는 캬하의 소주로
이렇게 한 번 과거의 내 선택을 좋은 의사결정으로 결론내리게 되면,
후회도 없고, 과거 이 선택의 문제는 해피엔딩으로 내 머릿 속에서 종결되기땜시롱 골치 아플 일도 없습니다.
상향식의 경우엔, 후회 + 대안 B에 대한 미련이 꿈 속에서까지 나타나게 될 테지요.
Cf) 많은 심리학자들이, 상향식이 비록 사람을 따운시키기는 해도,
삶의 교훈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능적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는데,
요새 같이 많은 대안이 범람하는 시기에는, 교훈도 교훈이지만,
내 정신건강을 디펜스하고, 자신의 삶에서 만족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1人
한 일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
Neal Roese 등의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은 보통 전자보단, 후자와 같은 사후가정사고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으며,
전자는 이미 저질러버린 일이기 때문에, 자기합리화 등의 스킬을 발휘해 빨리 정리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엔, 미련에 대한 잔감과 후회의 감정이 오래 지속된다고 얘기합니다.
결국 요는,
이 선택의 문제가 얼마나 오래 내 머릿 속에서 머물며 나를 괴롭히느냐의 이슈인 건데,
정리하자면,
① 상향식보다는 하향식이
② 하지 않은 일보다는 한 일에 대한 사후가정사고가
상대적으로 우리들 정신건강에 더 이롭다는 거
공사다망한 현대인으로서, 온갖 정보와 대안들이 범람하는 현 시대에 유유자적할 수 있으려면,
최대한, 머릿 속을 비워야 한다. 최대한, 과거의 미련들에 고개를 돌려서는 아니된다.
내 머릿 속을 골치 아프게 만드는 일들은 빨리빨리 정리할 수 있어야 하며,
교훈이나 절차탁마도 좋지만, 인생을 명쾌하고 즐겁게, 후회없이 사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충분히 생각은 하되, 불필요한 고민은 생략, 나비처럼 날아서,
행동을 할 땐, 일단 한 번 결정을 내렸으면 벌처럼 쏜다.
쏴서 이겼으면 장땡이고, 쏴서 졌다?
아 그 때 쏘지 말았어야 했어 보단, 그래도 남잔데 그 때 한 번 싸봤어야지, 그게 다 인생의 자양분이고, 속도 이렇게나 후련한데.
웃으면서, 그래 잘했어 이시키야 ~! 라고 스스로를 칭찬하며 사는 삶,
나 자신이 아무리 못났더라도, 이렇게라도 잔뜩 신명나게, 힘차게 살아간다면, 그 긍정적인 우주의 기운이
하늘을 감화시켜 나한테 제비를 보내주시고 우리 집 지붕에 박이 열리고, 박을 까 봤더니 보물이 우수수수수,
얼씨구야 여보 마누라 우리에게도 이런 행운이~
....................
샹.. 끝마무리가 안되네.... 후우우우우우......... 이 글을 쓰지 말았어야 했어... 후회돼....... 휴우우...
※ 무명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요즘 안 그래도 후회하는 일이 한가지 있는데.....좋은 글 감사합니다 ^^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항상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팬입니다 이번 주가 지나고 봐야겠네요 ㅎㅎ 잘될런지.....
잘보았습니다. 평소엔 잘지내다가도 자려고 누울때 스쳐지나가는 후회가 미쳐버리게하더군요 ㅎㅎ
다 잊은줄 알았었는데.. 불현듯 십여년이 지난일이 떠오를때가 있지요...ㅜㅠ
아 난 타락했어ㅡㅡ XX를ㅜㅜ
시스템적 후회, 즉 한계임을 인식한 순간, 깨달은 순간 부턴 후회란걸 안하지만, 후회를 안하고 사니까 뭐 이것도 여러 모로 살맛이 안나네요. 태초적인, 타고난 열등감으로 돌아간달까.. 그런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공감가는 글이네요
무명자님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오늘도 역시 많은 도움이 되는 글 이네요 ^^
무명자님 글 타 카페에서도 종종 보입니다 뭔가 비스게인으로서 자랑스러운..ㅋㅋㅋㅋ
감사합니다 너무 재밌어용..ㅎㅎ
항상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항상 재밌게 정독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걱정은 반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나머지 반은 아직 오지 않은 일이다. 라는 말이 생각나네요..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지내십니까? 후후 맥주한좐?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