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늦은 나이에 약대에 입학한 것도 놀랍지만 중학교 중퇴이후 검정고시를 통해 학업을 마치고 약대입시 수능시험을 다섯번이나 치렀다는 이재걸 약사(56·삼육대약대)의 그동안 인생은 화제 그 자체다.
인터뷰를 위해 이 약사의 약국에 들어선 순간 기자의 눈을 붙잡는 것은 화려한 이력이다.
그는 약사, 일차진료사(C.R.N), 의무기록사다. 국군부산통합병원과 육군일동야전병원서 내과근무, 대림산업 쿠웨이트 및 사우디 해외의무실장으로 일했으며 지난해 이웃사랑 나눔문화실천으로 보건복지부장관 감사장도 수상했다.
이 같은 이력이 쌓이기까지 이 약사는 산전수전을 모두 겪었다. 중학교 재학 당시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세가 기울었다. 심지어 세상을 등진 아버지를 대신해 14살에 가장노릇까지 해야 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사회에 뛰어들었죠. 동생만큼은 학업을 계속시키고 싶어 이를 악물었습니다. 동네 아저씨들한테 자전거를 타고 빵이나 술을 배달하는 일도 했고, 신문배달도 했어요. 도로나 하천을 정비하거나 쓰레기 줍는 일도 했습니다."
생계유지를 위해 빠듯한 일상에서도 이 약사는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친지들의 도움의 손길도 거절하고 독학으로 고입, 대입 검정고시를 치뤘고 보건 간호를 전공한 후 병원에서 일했다.
그러나 이 약사는 동경했던 약사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입시 문을 두드렸다.
"수능시험을 치르는데 에피소드가 있어요. 사실은 편입을 하고 싶어서 입학관리과에 있는 후배에게 물어봤는데 교수들이 반대할 거라고 하더군요. 저보다 나이가 어렸거든요. 수능시험을 봐서 입학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편입은 힘들거라고 했어요. 결국 수능을 다시봤죠. 그것도 무려 5번이나."
43살에 합격의 영광을 안은 이 약사는 장학생 자리에도 올랐다. 그러나 과거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어려운 형편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양보했고 이후 이 약사의 인기는 치솟았다. 아빠같은 이 약사의 격려와 꾸지람속에 동기생 전원이 약사국시에 합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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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약사가 된지 10여년, 나눔을 실천하면서 그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이 약사는 장애인들을 위해 방문상담을 하고 있으며 매달 약국 매출액의 1%를 기부하는 '착한가게'에도 소속돼 있다.
"최근에 식구가 한 명 늘었어요. 뇌성마비복지관에 있는 14살짜리 여자아이를 지원하게 됐습니다. 딸만 둘 있는 제게 늦둥이가 생긴 셈이죠. 올해는 약국경영 환경이 더 나아져서 기부하는 영역도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경기회복을 희망하는 이 약사에게 하나의 소망이 더 있다면 불안정한 약사사회가 하루 빨리 안정되는 것이다. 이유는 자신의 뒤를 이어 약사의 길을 걷고 있는 딸아이 때문이다.
"우리 큰 딸이 지난해 약사면허를 땄어요. 제가 늦은 나이에 입학했으니 딸이랑은 같은 학교 7년차이 선후배예요. 지금은 대학병원에 야간근무약사로 있어요.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약사사회가 안정이 돼야 할텐데..."
아빠 뒤를 잇겠다는 딸이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스럽다는 이 약사.
"존경받는 약사가 되길 바라요. 딸 아이를 위해서라도 약사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책임감은 느낍니다. 제가 생각하는 약사의 모습을 실천하는 것으로 존경받는 약사상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