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행히 카톡을 빨리 봐서 수업 전에 학준쌤과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오늘 뭔가 코스챠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되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연기를 끝내고 눈물이 났다. 코스챠가 진정으로 원한건 어머니의 진심어린 사랑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니였을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영화 "사도" 를 봤던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ㅎㅎ) 뭐 내가 울었다는게 잘못 됐다는 건 아니다.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그러나 그건 관객 몫인 것 같다. 나는 그냥 그걸 전달해주면 되는 것이다. 관객들을 위한 극인데 내가 내 슬픔에 젖어서 펑펑 울면... 관객들이 보고 싶은 건 그게 아닐 것 같다... (아무튼 연습의 성과가 나온 것 같아서 기분은 매우 좋았다.) 또한 여전히 초반에 "아 이렇게 해야해!!" 생각 때문에 내가 추가한 여러 행동들이 전부 군더더기로 변했다. 마치 내가 사막을 걷는 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발걸음을 우스꽝스럽게 바꿨을 때 처럼 말이다. 앞으로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에 힘쓰고 그 상상의 결과물로 나오는 "마음"에 집중해보자. 군더더기가 사라질 것이다.
수업 시간에는 어제 나 자신을 아주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였다. 학준쌤께서 우리의 기본기를 다지는 훈련에서 우리가 어제 경희대 공연을 보고 배우려는 자세가 부족했다고 하셨다. 매우 동의 한다. 나는 분명 남을 판단하는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면서 정작 내가 그러고 있는 모순적 행위를 일삼았다. 경희대 학생들은 합격을 한 사람들이기에 현재 우리보단 실력이든 태도든 뛰어날 것이다.... 경희대 공연을 볼 때 장점과 배울점들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단점만 보인다면 내가 위축되어 있다는 뜻)
또 자꾸 우리 스스로의 한계를 정한다. 아마 뭔가 할 때 계속 스스로를 향한 의심과 평가, 판단을 하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실 나도 요즘 내 실력 때문에 의기소침해져있는 감이 있었는데 이 마인드가 베이스에 깔려있으면 정말 될 것도 안 될 거라는 걸 배웠다. 내가 만약 1차를 붙었는데 내 특정한 어느 부분 때문에 자신감을 잃는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너가 어떻든 좋기 때문에 뽑힌거 아니냐!" (사람을 단편적으로 보고 판단하지 말자)
수업시간에 내가 선보인 연기는 너무 느리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내 생각에 아마 그 이유는 그동안 나는 내 상대의 대사를 듣고 움직이고 있었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준쌤께서는 이건 엄연한 1인극이기에 상대의 대사 전체를 듣는게 아니라 바뀌는 상대의 "호흡"을 집중하면 된다고 하셨다. 상대의 호흡을 느껴라... 바로 이해가 됐다. 이제 남은 일은 그렇게 연습해서 내 극을 빠르고 변칙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하
(아 공간 디자인도 조금 더 넓고 관객들을 배려하는 차원으로 새롭게 배꿔보자)
요즘 난 참 연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배우가 된다는게 어떻게 보면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변할지 너무 기대가 된다.
인상 깊었던 점
(제 매우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므로 그냥 무시하셔도 됩니당~~)
학준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내 거의 가장 궁금했던 점이 오늘 비로소 풀린 것 같다. 배우는 2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캐릭터를 본인화 시키는 배우, 그리고 본인을 캐릭터화 시키는 배우. 아마 전자에 해당하는 배우는 황정민 배우와 성동일 배우이다. 후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할리우드 배우인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고 히스 레저이다. 난 후자 연기를 하는게 목표이자 꿈이기에 오늘 전까지만 해도 난 전자 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조금 무시했던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학준쌤께서 한마디 하셨는데 "과연 이 세상 어느 누가 황정민 배우와 성동일 배우를 대단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이였다. 사실 나도 그분들이 다른 분들에 비해 조금 별로였던 것 뿐이였지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의 연기의 본질은 같다. 스타일의 차이일 뿐... 그냥 잘 하면 어느쪽이든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라고 하셨을 때 2차로 얻어 맞은 기분이였다. 내가 연기에 빠졌던 이유는 분명 정해진 답이 없어서 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꾸 나와 타인들을 판단하면서 있지도 않는 답을 내리려고 했던 것 같다... 정말 창피했다. 경희대 분들과 대배우님들 그리고 순수하게 꿈을 꾸는 나 자신에게 미안했다...
진짜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겠다" 를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