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독립운동가의 후손
오늘은 조정래 님의 <한강> 다시 읽기 2권에 관한 이야기란다.
아빠가 또 독서편지가 밀리기 시작해서,
바로 책 이야기를 해야겠다.
1권은 1950년대 후반에 이야기가 시작되어
4.19 혁명까지의 이야기를 했잖니.
이승만 독재가 끝난 대한민국…
이제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가 이루어지고 살만한 국가가 될 거라고
기대를 하던 시기에서 2권의 이야기는 시작한단다.
고등학생인 유일표는 친구 이상재와 함께 또 다들 친구 허진의 집을 찾아갔단다.
허진이 며칠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야.
허진의 집을 찾아가보니 허진은 판자집에서 할머니와 동생들과 힘들게 살고 있었어.
암에 걸린 아버지가 자신 때문에 집안살림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하고
얼마 전에 그만 자살하셨단다.
그래서 허진이 가장으로 자신이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어.
더욱 안타까운 것은 허진의 할아버지는 일제 시대에 독립운동을 하였는데,
6.25 전쟁 중에 돌아가시고 말았어.
일제 시대 때 투철한 독립운동을 하셨어도
그 때 돌아가신 것이 아니고 6.25 전쟁 때 돌아가셔서
독립운동가에 대한 보상을 전혀 받을 수가 없었대.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있냐.
친일파들은 다시 요직을 잡고 떵떵거리는데,
독립 운동한 후손들은 하루 먹기 힘들어 학교까지 그만두어야 하다니…
유일표와 친구들은 허진의 사연을 듣고
조금이라도 허진을 돕기 위해 학교의 교실들을 돌아다니면서
허진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부의금을 모았단다.
적지만 그렇게 모인 돈을 허진에게 전달했어.
그리고 유일표는 강숙자 누나에게 부탁을 해서,
허진의 일자리까지 소개를 받아 허진은 취직을 하게 되었단다.
허진은 유일표의 도움으로 취직하여 일을 했지만
공부에 대한 열의는 줄어들지 않았어.
낮에 힘들게 일하고 밤에는 혼자 독학을 했단다.
허진의 동생 허미경도 유일민이 강숙자에게 부탁을 해서
강숙자의 친구 박영자의 아버지 박부길의 회사에 경리로 일하게 되었단다.
....
1. 혁명 이후
4.19 혁명 이후 첫 번째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어.
이승만의 추종자였던 자유당 출신의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무소속으로 출마를 했단다.
남천장학사의 강기수도 그렇게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남천장학사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선거 유세에 이용하였고,
온갖 불법으로 선거 운동을 했단다.
선거 유세에 어쩔 수 없이 참가해야 하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자금줄이 걸려 있는 것이라 참가하긴 했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갈등을 하기도 했단다.
강기수는 무소속이라는 불리함을 극복하고 다시 한번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단다.
1권에서 억울하게 예편하고 민주당에 들어가 정치를 시작했던
한인권도 간발의 차이긴 하지만 당선이 되었단다.
…
유일민은 어느날 경찰에 연행되어 며칠 동안 조사를 받고 나왔단다.
이것은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단다.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유일민은 경찰에 잡혀가 며칠씩 조사를 받곤 했단다.
이제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컸고,
남한에 내려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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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아버지, ……아버지, 제발, 제발 내려오지 마세요. 만나서 당하는 비극보다 만나지 않고 그냥 그리워하며 사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북에서는 왜 자꾸 사람들을 내려보내는지 모르겠어요.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선가요? 그건 남쪽을 너무 모르고 하는 일입니다. 6.25를 겪고 난 남쪽 사람들은 공산당이나 사회주의를 너무 무서워하고 싫어합니다. 나라에서 감시하고 처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6.25를 통해 북쪽에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며 공산당을 싫어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 사람들을 내려보내 무슨 효과를 보지는 겁니까. 여기 있는 가족들만 더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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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로 유일민은 과외 자리도 잘렸어.
고향 선배인 김선오와 이규백에게 도움을 청해 보려고 했지만,
그들도 유일민을 외면하였어.
과외 학생인 임호태의 누나 임채옥만 유일미늘 찾아와서
옷도 사주고 챙겨주었어.
유일민의 임채옥의 이런 대시를 불편해하여 몇 번이고 떨쳐내려고 했지만,
임채옥은 유일민 바라기였단다.
…
4.19 혁명 이후 정권을 잡은 민주당 정권…
민심을 잘 헤아려서 국가 재건에 힘을 쓰면 좋았겠지만,
권력을 처음 잡아봐서 그런지 무척 서툴렀단다.
당내 신파와 구파 사이의 갈등도 컸어.
국민들은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는데 민주당 내에서는 싸움만 하고 있으니
민주당은 빠르게 민심을 잃어갔단다.
4.19 이후 여러 가지 법 개정도 이루어졌는데,
사법 시험을 대학교 졸업해야만 볼 수 있고, 만 30세 이하만 볼 수 있게 바뀌었어.
남천장학사 학생들에게는 치명적인 법이었단다.
대학교 다니면서 시험을 못보고,
대학을 졸업해서도 만 30세 이전에 합격을 해야 하는 것이었지.
영악한 강기수는 남천장학사의 지원을 축소했단다.
그래서 김선오는 부족해진 돈을 벌기 위해 가정교사를 해야 했어.
강숙자를 통해서 안면이 있던 안경자의 소개로
안경자의 동생의 가정교사로 일하게 되었단다.
참고로 이야기를 하자면 안경자의 아버지는 광주에서 병원을 크게 하는 지역 유지였어.
이규백도 남천장학사의 줄어든 지원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했어.
이규백은 형이 죽었기 때문에
형수와 조카들의 생계를 위해 돈이 더 필요했거든.
어쩔 수 없이 논을 팔기도 했단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논을 강기수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 샀던 것이란다.
강기수는 그렇게 땅을 계속 늘리고 있었던 거야.
그런 강기수의 모습에 이규백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돈 때문에 남천장학사를 떠날 수는 없었단다.
자신의 이런 신세를 탓할 수밖에..
…
1권에서도 나온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 천두만과 나삼득에 관한 이야기도 해줄게
그들은 돈벌이가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지만,
여전히 가난을 면치 못했어.
누군가의 제안으로 석탄을 몰래 홈쳐서 파는 일을 하기로 했단다.
위험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밥벌이조차 어려웠기 때문이야.
그런데 그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석탄 더미가 무너지는 사고가 났어.
천두만은 간신히 빠져 나왔지만, 나삼득은 그만 석탄 더미에 묻혀서 죽고 말았단다.
다른 이들은 도망갔지만 천두만은 나삼득을 살려보겠다고 그 자리에 있다가
경찰에 잡혀서 감옥살이도 하게 되었어.
천두만은 6개월 동안 감옥생활을 하고 출소했단다.
그 사이에 있던 일자리도 잃어버렸지만
그보다도 나삼득을 살리지 못한 죄책감이 무척 컸어.
그는 움막집을 팔아서 나삼득의 장남을 공장에 취직시키는 뒷돈을 쓰면서
마음의 짐을 좀 덜었단다.
그리고 자신은 서울을 떠나 인천 부두에서 일하기 위해 인천으로 떠났단다.
…
유일민이 대학생이 된 다음
선배들을 통해서 통일 운동에 참여하라는 반강제 반설득이 이어졌단다.
하지만 아버지의 이력 때문에 유일민은 참여할 수 없었어.
자신의 아버지 이력을 이야기할 수는 없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핑계로 참가하지 않았단다.
2. 군사 쿠데타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워서 알겠지만,
1960년 4.19 혁명 이후 혼란이 계속 되어가다가
1961년 5.16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잖니.
<한강> 2권에서도 그 사건이 일어났단다.
어느날 갑자기 장도영과 박정희가 이끈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단다.
하룻밤 사이에 군인들은 정권을 장악하고 비상계엄을 발령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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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비상계엄이 선포된 상태에서 혁명군사위원회에서는 정권 인수와 국회 해산을 선언함과 아울러 장면 내각 장차관 전원에 대한 체포령을 내리고, 주한미국 대리대사와 미8군 사령관은 불법적인 쿠데타를 부인하고 장면 정권을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윤보선 대통령은 쿠데타 지지를 표명하고, 쌀값은 당일로 치솟아 혁명위에서는 매점매석하는 미곡상들을 극형에 처한다는 포고령을 발동하고, 장면 총리는 어디에 숨어 있는지 그 행방이 묘연하고, 혁명위에서는 서울시내 각 경찰서장들을 중위 대위로 임명하고, 검열을 당한 신문들은 부분부분 먹통이 된 채 찍혀 나오고, 혁명 수행상 필요 시에는 체포, 구금, 수색을 영장 없이 집행한다는 포고령이 잇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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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이 일어나면서 군인들은 사회를 정화를 한다면서
용공분자들을 조사한다고 했는데,
이것 때문에 유일민은 다시 잡혀 들어갔단다.
이번에도 아버지가 북에 계시다는 이유 때문이야.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형이 사라져서
유일표는 형을 찾으려고 했지만 허탕이었고 며칠 째 형은 돌아오지 않았어.
유일민은 무려 두 달 만에 풀려났단다.
한 학기가 그냥 다 날라갔어.
학교에서도 유일민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어.
유일표는 형이 그렇게 잡혀갔다가 오는 것을 보고,
자신도 대학생이 되면 똑같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어.
유일표는 정치학과를 원했지만 아버지의 이력으로 정치 일을 못할 것이 뻔했어.
무슨 과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졌단다.
…
이번에는 유일민의 친구 서동철도 잡혀 들어갔는데,
군인들은 사회를 문란하게 하는 깡패들도 모두 감옥에 넣는다고 해서
서동철도 잡혀 들어간 거야.
서동철은 자신을 봐주던 사장님의 도움으로 비교적 편한
탄광지대 국토건설 사업근로대라는 곳에서 1년간 복무하게 되었단다.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만들어졌는데,
대학생들도 교복을 입게 했고 중고생들의 삭발령이 내려져서
머리를 짧게 잘라야 했단다.
….
이규백의 형이 사라 태풍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했잖아.
이규백의 형수 해남댁은 아이들을 데리고 시어머니와 힘들게 살아가 있었어.
그런데 황춘길이라는 자가 해남댁을 짝사랑하고 있었어.
황춘길은 홀로 있던 해남댁을 겁탈했어.
그리고는 행복하게 해주겠다면서 도망가자고 했단다.
처음에는 황춘길을 괘씸하다고 생각했는데,
황춘길이 자신을 무척 위해주고 아이들도 당연히 함께 가서 산다고 이야기해서
황춘길의 뜻에 점점 동의하게 되었단다.
….
5.16 쿠데타와 비상계엄으로 국회는 해산되었단다.
국회의원이었던 한인곤도 피해를 보았단다.
한인곤의 매제 양봉석은 대위로 군대에 있었는데,
5.16 쿠데타 이후 예편하고,
중앙정보부에 일하게 되었다고 하자 한인곤은 반대를 했단다.
그 시절 중앙정보부는 막강한 권력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양심의 소유자라면 일하기 쉽지 않은 곳이었지..
한인곤이 반대하자 동생 한정임은 그런 오빠를 반대했단다.
돈도 많이 벌고 권력의 중심인 중앙정보부 자리를 왜 반대하냐고 말이야.
5.16 쿠데타 이후 군정부는 사회정의를 구현하겠다면서
부정한 일들을 바로 고치는데 앞장섰어.
그렇다 보니 군정부에 대한 여론이 좋아졌단다.
하지만 그 쿠데타는 불법적으로 정권을 차지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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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315)
“그건 당연히 박수를 받을 만큼 잘한 일이오. 조직폭력을 일삼아 시민생활을 불안하게 한 깡패들을 소탕애 사회질서를 바로잡고, 국민의 기본의무를 기피해 개인의 이득만 추구한 파렴치한 자들을 색출해내 국가의 기강을 바로세우는 건 백 번 잘한 일이오. 그런데 그런 겉에 드러난 몇 가지 사실만 가지고 국민들이, 아니 이성적인 대학생들이 쿠데타정권의 부당성까지 망각하게 된다면 그건 큰 문제요, 무슨 말인고 하면, 지금 군인들이 진정한 마음으로 그런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 그 저변에는 불법으로 정권을 탈취한 부당함을 하루빨리 정당화시키기 위해 자기네 능력을 과시하고 민심을 회유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그거요. 그들이 참으로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그런 중요한 일들을 빨리 끝내고 군인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하고, 그땐 온 국민이 박수를 치고, 박정희에게는 중장 진급이 아니라 국민의 이름으로 별 다섯, 원수를 달아줘도 아까울 것 없소. 허나, 지금은 감시의 시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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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시간 내에 다시 정권을 이양해야 했단다.
당시 사람들은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어.
5.16 군사쿠데타로 잡은 불법 정권이 20년 가까이 이어질 거라고는
당시에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 같구나.
오늘날 비상계엄과 내란이 대통령에 의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야….
….
여기까지가 <한강> 2권의 이야기란다.
글이긴 하지만 지은이 조정래 님께서 당시의 생활상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주셔서
그 당시의 우리나라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했어.
오늘은 그럼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공덕동의 언덕바지 비탈동네는 성북동 골짜기의 판자촌들보다 한결 더 어수선하고 번잡스러웠다.
책의 끝 문장: 그러나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는 정동진은 그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책제목 : 한강 2 (제1부 격랑시대)
지은이 : 조정래
펴낸곳 : 해냄
페이지 : 324 page
책무게 : 454 g
펴낸날 : 2001년 11월 05일
책정가 : 8,000원
읽은날 : 2025.01.11~2025.01.12
글쓴날 : 2025.01.31,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