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관광, 에버랜드를 넘어 고유전통 관광으로
궁·능·한옥·사찰을 잇는 ‘K-헤리티지 명절 관광’이
템플스테이도 숙박형에서 지역문화·생활 체험형으로
추석 연휴 관광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전국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관광지는 에버랜드였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에버랜드 검색량은 17만 9,27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7만 292건, 서울대공원 6만 633건, 한국민속촌 5만 9,605건, 전주한옥마을 5만 8,172건 등이 뒤를 이었다.
놀이시설과 테마파크가 여전히 강세를 보였지만 한국민속촌과 전주한옥마을, 순천만 국가정원, 화담숲 등 전통문화와 자연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관광지도 상위권에 올랐다.
이는 명절 관광의 수요가 단순한 놀이에서 가족이 함께 걷고 보고 먹고 체험하는 관광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더 주목할 것은 궁궐과 왕릉이다.
2025년 추석 당일 궁·능 관람객은 13만 2,089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외국인이 4만 4,974명으로 34.0%를 차지했다. 2021년 추석 당시 외국인 비중이 1.9%였던 것과 비교하면 국가 유산 관광의 외국인 수요가 크게 확대된 것이다.
경복궁만 6만 2,486명이 찾았고 창덕궁 1만 8,491명, 덕수궁 1만 4,649명, 창경궁 1만 3,400명, 종묘 1만 1,726명이 방문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특정 언어권에 편중되지 않았다. 영어권이 34.3%, 중국어권 21.8%, 일본어권 8.8%, 기타 언어권이 35.1%를 차지했다. 명절이라는 한국적 시간이 오히려 외국인에게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가 되는 셈이다.
올해 설에도 궁·능 관람객은 18만6,389명으로 전년보다 36.9% 증가했다. 국가유산 관광이 일회성 명절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광자원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가위를 ‘전통문화 관광주간’으로
문제는 이러한 수요를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궁궐은 궁궐대로, 한옥마을은 한옥마을대로, 사찰은 사찰대로, 전통시장은 전통시장대로 운영된다. 관광객은 개별 관광지를 찾아가야 하고 지역에 머무를 이유도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추석을 계기로 ‘K-헤리티지 한가위 관광주간’ 같은 통합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보는 관광’에서 ‘참여하는 관광’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궁궐 한복 체험 △왕실 차례 음식 체험 △전통 떡 만들기 △전통 놀이 △한옥 숙박 △전통시장 장보기 △지역 명절 음식 만들기 △농촌 수확 체험 △전통 공연 △야간 문화유산 탐방 등을 하나의 관광코스로 묶을 수 있다.
서울에서는 궁궐-북촌-인사동-전통시장-사찰을 연결하고, 전주는 한옥마을-전통시장-향교-한옥 숙박을 연결하며, 경주는 신라 유적-전통음식-한옥-불교문화 유산을 연결하는 식이다.
지역마다 ‘우리 동네 한가위 문화지도’를 만들어 관광객이 하루 또는 1박 2일 동안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템플스테이도 ‘절에서 자는 관광’에서 벗어나야!
전통 관광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템플스테이다.
템플스테이는 이미 상당한 관광 기반을 갖췄다. 2025년 전국 158개 사찰에서 내국인 29만 3,704명, 외국인 5만 5,515명 등 모두 34만 9,219명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더 중요한 점은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반드시 불교 신자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2025년 만족도 조사에서 불교 신자는 33.7%였으며 무교가 52.5%로 가장 많았다. 외국인 참가자 가운데 불교 신자는 9.9%에 불과했다.
이는 템플스테이의 본질적인 관광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현재의 템플스테이가 ‘사찰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프로그램’이라는 이미지에 머문다면 전통 관광의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사찰을 지역문화 관광의 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가위 기간에는 사찰 숙박 → 사찰음식 → 차 문화 → 명상 → 전통 등 만들기 → 지역 역사 탐방 → 산사 숲길 걷기 → 전통시장 방문 → 지역 농산물 체험 등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을 대상으로는 불교 교리보다 한국인의 생활문화와 산사의 역사, 음식, 건축, 자연, 차 문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한국불교문화사업단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상품과 문화교류 프로그램에 템플스테이를 결합하는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템플스테이의 문제도 함께 풀어야
그러나 템플스테이를 무조건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찰마다 프로그램의 질과 운영방식이 다르고, 교통 접근성, 외국어 안내, 예약 편의성, 식사와 숙박시설의 표준화, 숙박 요금의 과다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 ‘종교 체험’과 ‘문화관광 체험’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이나 비종교인에게 108배나 예불 참여를 중심으로 접근하기보다 선택형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고, 한국의 전통문화 자체를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
또 사찰 주변 지역경제와 연결되지 않는 템플스테이는 지역관광 효과가 제한적이다.
사찰에서 숙박하고 다음 날 곧바로 도시로 이동하는 구조보다는 지역의 음식점·전통시장·농촌·문화유산·생태관광과 연결해 지역에서 하루 더 머무르게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
정부 ‘한가위 문화관광 패스’ 개발하자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한가위 문화관광 패스를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나의 패스로 궁궐·왕릉 + 한옥 + 사찰 + 박물관 + 전통시장 + 지역 체험 + 대중교통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외국인이 서울에 들어오면 경복궁을 방문하고 한복을 입은 뒤 전통시장과 한옥을 거쳐 사찰에서 차 문화를 체험하고, 다음 날 지방의 세계유산이나 전통 마을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 가족에게는 어린이 전통 놀이와 음식 만들기, 부모 세대에게는 역사 문화 해설, 외국인에게는 다국어 해설과 체험을 제공하는 세대·언어별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수 있다.
전통 관광을 확대하려면 숙박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
특히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과 한옥체험업에서 성수기 요금 급등이나 예약 취소 문제가 발생하면 관광객의 한국 관광 경험 전체가 훼손될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서도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과 한옥체험업에 대해 숙박 요금 신고와 확정 예약 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정당한 사유 없는 예약 취소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등을 마련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전통 관광을 육성하면서 정작 전통 숙박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면 정책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관광지 주변 독거노인 가옥을 발굴 체험 공간으로
문화관광은 콘텐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예약·가격·교통·숙박·언어 서비스까지 관광상품 일부다.
특히 고령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주택 규모에 비해 홀로 또는 2인 미만 거주하는 가옥도 증가하고 있다. 관광지와 전통 마을 주변에는 역사성과 지역의 생활문화를 간직한 가옥이 적지 않지만, 상당수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가옥을 단순한 주거 공간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할 수 있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나서 관광권역 내 유휴·저활용 가옥을 발굴하고, 소유자의 참여를 전제로 민박·한옥 체험·지역음식 체험·전통 생활 체험 등이 가능한 관광숙박 자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고령 주민에게는 새로운 소득과 사회적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관광객에게는 호텔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지역의 실제 생활문화를 체험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안전·위생·소방·예약관리·요금체계 등 기본적인 관리기준을 마련하고, 고령 주민이 직접 운영하기 어려운 부분은 지자체나 지역관광조직이 예약·홍보·외국어 안내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관광객에게는 새로운 체험을, 지역 주민에게는 소득과 활력을, 빈집과 저활용 주택에는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지역형 관광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K-컬처’ 다음은 ‘K-생활문화’
한국 관광이 K-팝과 K-드라마를 넘어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이제는 한국인의 일상과 전통 생활 자체를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추석은 그 출발점으로 적합하다.
송편을 빚고, 차를 마시고, 한복을 입고, 한옥에서 자고, 궁궐을 걷고, 사찰의 숲길을 걷고, 전통시장에서 명절 음식을 맛보는 경험은 다른 나라의 관광상품으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한국 고유의 콘텐츠다.
에버랜드의 높은 검색량은 한국 관광객이 여전히 놀이와 체험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민속촌과 전주한옥마을, 궁궐과 왕릉, 그리고 템플스테이의 성장세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전통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을 관광객이 직접 살아보게 만드는 일이다.
한가위를 단순한 연휴가 아니라 한국의 역사·음식·건축·자연·생활문화를 한꺼번에 경험하는 ‘K-헤리티지 관광주간’으로 발전시킨다면 명절 관광은 지역경제와 국가 유산의 가치를 동시에 키우는 새로운 관광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국 전통 관광의 경쟁력은 얼마나 오래된 것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전통을 오늘의 관광객이 얼마나 생생하게 경험하도록 만들어 주느냐에 달려 있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서정원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