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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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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4월호의 시와 벚꽃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100 17.04.01 05:1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더딘 봄 벚꽃 만개 소식보다 먼저

우리’ 4월호가 배달되었다.

주요 목차와 시 몇 편을 옮겨,

줄기에 먼저 핀 벚꽃과 함께 올린다.

 

*권두 에세이 | 남유정

*신작시 25| 홍해리 박호영 권순자 정영숙 나병춘 노연화 정혜옥 박은우 손창기

     정순옥 류인명 이재부 한인철 김황흠 최병암 우정연 장유정 김일곤 김은옥 김윤아

     이문희 임영자 윤순호 나영애 박동민

*기획 연재 인물| 이인평

*신작 소시집 | 도경희

*테마 소시집 | 임채우

*번역시 읽기 | 고정애 백정국

*시 에세이 | 김승기

*한시한담 | 조영임

*2017三角山시화제 안내

   

 

 

새봄의 기도 - 박희진

 

이 봄엔 풀리게

내 뼛속에 얼었던 어둠까지

풀리게 하옵소서.

온 겨우내 검은 침묵으로

추위를 견디었던 나무엔 가지마다

초록의 눈을, 그리고 땅 속의

벌레들마저 눈 뜨게 하옵소서.

이제사 풀리는 하늘의 아지랑이,

골짜기마다 트이는 목청,

내 혈관을 꿰뚫고 흐르는

새 소리, 물 소리에

귀는 열리게 나팔꽃인 양,

그리고 죽음의 못물이던

이 눈엔 생기를, 가슴엔 사랑을

불 붙게 하옵소서.

     

 

심장에 쓰다 - 남유정

 

아픈 사람이라고 했다

 

왜 아픈지 한 번도 묻지는 않았다

따뜻한 밥을 뜬 그의 숟가락 위에

막 익기 직전의 푸른 갓김치 한 잎을 올려 주며

아픈 자리를 가만히 만지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만으로도 울컥했다

키 큰 나무 위 구름 지날 때

구름 자리에 파란 하늘이 드러나듯

이따금 그 사람이 보였다

 

세상에 없는 것을 사느라

세상에 없는 것을 드러내느라

어둠속에 서 있는 그를

 

아픈 사랑이라 불렀다

   

 

 

분홍 운동화 - 홍해리

     -치매행致梅行190

 

      “신발 분실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신발 분실 조심!-

                                            -주인 백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는 식당에서

신발을 분실하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정신을 놓은 아내가 아침 산책길에

어느 음식점에 들어갔다가

공사판 남자의 검정 운동화를 신고 나왔습니다

여덟 시간이 지나고 나서

경찰 순찰차를 타고 아내가 돌아왔을 때

발보다 큰 분홍 운동화를 신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운동화는 음식점에서 찾아오고

검정 운동화 값을 보상해 주었습니다

거대한 배 같은 검정 신발을 질질 끌고

집에 가셨을 분홍 운동화님을 생각하면

미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분홍 운동화님

혹시 이 글을 보시면 꼭 연락을 주십시오

신발을 되돌려 드리고

막걸리라도 한잔 대접해 올리겠습니다

세상에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하도 많아

너나없이 흔들리게 하기도 합니다

주인 잃은 운동화는 고이 보관하고 있습니다.

     

 

불찰 - 박호영

 

입동立冬 지나

집 앞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잎 하나

 

잎맥 사이 새겨진

무수한 비바람과 햇빛의 자취

 

내 곁에 있어도

미처 살피지 못했던

감잎의 일생一生.

      


새벽 거리에서 - 노연화

    -너무 무겁고도 너무나 가벼운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 골목

거동 침침한 노인이 파지를 줍는다

시시포스의 돌덩이를 밀어 올리듯

위태로운 리어카를 꽉 쥐고 밀고 간다

꼬부라진 허리로 힘겨운 삶을 지탱하며

땅이 꺼질세라 조심조심 굴러가는 바퀴

허리를 숙여야만 구할 수 있는 밥

묵묵히 재활용 더미를 수색한다

 

제 살 먹여 키운 새끼들 날개 달고 날아가고

열심히 걸었으나 제자리 쳇바퀴를 돌았을 뿐

일생을 소진해버린 낡은 괘종시계 같았다

헐거워진 관절은 닳아 삐걱거리고

노후는 오래된 의자처럼 남루하지만

아무도 눈길 주지 않아도 섭섭해 하지 않는다

오늘의 생존에 집중하느라 관심도 없다

 

어느 정치인이 꿀꺽 삼키고도 시치미 뚝 뗀

무거운 사과박스에 든 빳빳한 지폐

어느 기업인이 빼돌려 꿰찬 비밀 계좌는

 

노인은 상상도 못할 명왕성쯤의 거리

산더미 같은 박스 부피에 사기 당한 듯한

노동으로 얻은 천 원짜리 낙엽 몇 장

바람에 날려갈 듯 가벼운 주머니에

대리석보다 무겁게 접어 넣는다

      


속과 겉 - 류인명

    -나의 교정일지

 

강당 아래

모과나무 한 그루

 

가지마다

가을 하나씩 매달고 휘어져 있다

 

오고 가며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아이들이 부끄러워

 

, 여름

그 무성한 잎 뒤에 숨어

제 몸 가꾸더니

 

가을 햇살에

얼굴 내밀고 노랗게 익어가는

그윽한 향기

 

겉만 보고

못 생겼다고 사람들은

너를 외면하지만

 

너는 썩으면서도 향기를 내어주는

진국이구나.

     

 

삼월 경() - 이재부

 

지그시 눈을 감고 태몽 꾸는 3월이

대지를 더듬어 봄을 잉태하다

시샘에 놀랐는지 기우뚱거린다

 

양지를 먼저 찾자 봄을 심던 3월이

춘분을 지나고 입덧을 끝냈는지

짧아지는 밤에도 배고프다 한다

 

꽃들의 해산 소식에 철부지 3월이

눈과 치마폭이 남쪽으로 돌아가서

벌 나비 불러 모을 희망에 젖나 보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3월인데

환절기 옷을 벗다 눈 밖에 났는지

꽃샘 눈발이 3월을 휘젓는다.

   

 

 

하늘 닮은 강 - 한인철

 

댓잎에 대롱거리던 이슬방울

솔잎에 반짝거리던 이슬방울

 

떨어져 살았더라도

만남의 시류에

바람 불었다.

 

은방울 시절은

마음만 먹어도 바다인 것을

 

땅에서는 변신에 능통한

시냇물이어야

강물 되어 바다로 이름인 걸

 

꿈길에 들면 꽃물에 젖어

꿀물 머금고 벌을 만나서

유유히 흘러 사는 하늘 담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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