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6
정한모
어머니는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그 동그란 광택(光澤)의 씨를
아들들의 가슴에
심어 주신다.
씨앗은
아들들의 가슴속에서
벅찬 자랑
젖어드는 그리움
때로는 저린 아픔으로 자라나
드디어 눈이 부신
진주가 된다.
태양이 된다.
검은 손이여
암흑이 광명을 몰아내듯이
눈부신 태양을
빛을 잃은 진주로
진주로 다시 씨린 눈물로
눈물을 아예 맹물로 만들려는
검은 손이여 사라져라.
어머니는
오늘도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시집 『새벽』, 1975)
[작품해설]
이 시는 어머니의 사랑을 통해 시인의 휴머니즘 정신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시인에게 어머니는 ‘검은 손’ · ‘암흑’ · ‘어둠’과 같은 어둠과 절망의 이미지에 대힙하는 존재로 ‘진주’ · ‘태양’ · ‘광명’ 등의 밝음과 행복의 이미지를 표상한다.
시인은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고귀한 희생과 사랑을 ‘눈물’과 ‘광택의 씨’로표현하고 있으며, 그것을 자양분으로 해서 성장한 자식의 아름다운 모습을 ‘진주’ · ‘태양’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검은 손’은 힘겨운 삶을 사시면서도 오직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시는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을 무화(無化)시키려는 어떤 부정적 힘 또는 방해물의 이미지이다. 그러므로 어머니의 사랑을 관조적으로 노래하는 다른 연들과는 달리, 4연에서는 그것과의 대결 의지를 ‘사라져라’라는 명령형으로 표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맹물’ ⤑ ‘눈물’ ⤑ ‘진주’ ⤑ ‘태양’ ⤑ ‘광명’으로 확산되는 이미지 전개 방법을 통해 불안하고 어두운 시대의 고난을 극복하게 하는 매개물로서 어머니를 예찬하고 있는 이 시는 가장 보편적인 소재를 빌어 매우 평이한 시어로써 참다운 인간적 가치를 추구하는 시인의 시 세계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작가소개]
정한모(鄭漢摸)
일모(一茅)
1923년 충청남도 부여 출생
서울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45년 『백맥』에 시 「귀향시편」 발표하여 등단
1972년 제4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1973년 『현대시론』 발간
1983년 시선집 『나비의 여행』 발간
1975년 서울대학교 교수
1978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1984년 한국문화예술원장
1988년 문화공보부장관
1991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1991년 사망
시집 : 『카오스의 사족(蛇足)』(1958), 『여백을 위한 서정(抒情)』(1959), 『아가의 방』(1970), 『새벽』(1975), 『사랑시편』(1983), 『아가의 방 별사(別詞)』(1983), 『원점에 서서』(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