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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7년 자수과에서 출발한 한국 현대자수의 계보…제17회전, 60여 년 작품 한자리에서 조망 |
[미술여행=윤장섭 기자/사진=류재림 편집위원]한국 현대자수의 흐름을 이야기할 때 이화여자대학교 자수과와 그 동문 작가들의 활동은 빼놓기 어렵다. 그 가운데 현수회(現繡會)는 이화여대 자수과와 현재의 섬유예술과 출신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통 자수를 현대 조형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해 온 동문들의 모임이다. 현수회는 1989년 창립해 1992년 '제1회 전시'를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작품전을 이어왔다.
사진: 현대 자수의 조형적 표현 이화아트센터 전시장에 18일 오프닝 행사(사진: 류재림 편집위원)
사진: 현수회(現繡會) 이효범 회장이 제17회 현수회전 ‘현대 자수의 조형적 표현’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수회의 역사적 뿌리는 1947년 설립된 이화여대 자수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자수과는 해방 이후 미술대학 안에서 전문적인 자수교육을 실시한 중요한 교육기관이었다. 이후 1980년대 초 자수과가 섬유예술과로 개편되면서 자수는 직조·염색 등 다른 섬유매체와 결합하고, 평면 공예의 범위를 넘어 보다 폭넓은 조형예술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전통자수의 보존보다 ‘현대 자수의 확장’에 무게
현수회의 핵심적인 조직 목적은 단순히 전통자수 기법을 보존하는 데 있지 않다. 실과 바늘이라는 전통적 매체를 기반으로 하되 새로운 재료와 조형언어를 받아들이면서 자수를 독립된 현대미술의 표현수단으로 확장하는 것에 더 가깝다.
사진: 현대 자수의 조형적 표현 이화아트센터 전시 안은선 작가 숨, 우림산수 겹의 호흡 흐름의 결
2011년 주일한국문화원이 현수회를 소개한 기록에서도 회원 작가들은 전통자수를 바탕으로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활용해 입체적·회화적·추상적 표현을 모색하는 작가들로 설명된다. 당시 작품에는 견사와 면사뿐 아니라 금사·은사·금속 장신구 등이 사용됐으며 전통 매듭과 자수를 결합한 작업도 소개됐다. 주한프랑스문화원 초대전을 시작으로 미국·일본·홍콩 등 해외에서도 작품전을 열며 한국 현대자수를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성격은 현재 현수회가 내세우는 방향과도 이어진다. 현수회는 자수를 과거의 장식공예가 아니라 시대의 경험과 작가의 사유를 담아낼 수 있는 현대 조형언어로 보고 있다. 결국 현수회의 존재 목적은 전통의 기술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의 자수를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수회는 창단 초기 회화적 자수를 지향하다 이후 추상성과 재료성으로 작품들의 변화가 시작됐다.
사진; 현대 자수의 조형적 표현 이화아트센터 전시 배성은 작가 lnner momentum,2026
현수회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려면 이화여대 자수과 출신 1세대 작가들의 작품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기 이화 자수에서는 꽃과 새, 동물, 자연풍경 등을 회화처럼 정교하게 재현하는 사실적 표현이 두드러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에서 근대자수를 공부한 선구자들의 영향으로 사실주의 또는 인상주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회화적 자수'가 초기 자수과 교육과 작품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1950년대 후반부터 1960~70년대로 들어서면서 변화가 뚜렷해졌다. 대표적인 1세대 작가 김인숙은 구상적인 자연 표현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형태를 단순화하고 추상미술의 조형언어를 받아들였다. 다양한 굵기와 질감의 실을 엮고 겹치고 매듭지으면서 실 자체의 물질성과 점·선·면의 리듬을 작품의 주제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추상화 경향은 김인숙뿐 아니라 당시 이화여대 자수과 출신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국립현대미술관의 분석이다.
따라서 현수회 초기 작품의 성격 역시 전통자수의 숙련된 기법을 기반으로 자연과 생명 이미지를 다루면서 회화성·추상성·재료실험을 확대해 나가는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설치와 오브제에 이르는 현수회 작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진; 현대 자수의 조형적 표현 이화아트센터 전시 배성은 작가 lnner momentum,2026
사진: 현대 자수의 조형적 표현 이화아트센터 전시 안은선 작가 숨, 우림산수
프랑스에서 미국·일본·홍콩까지…해외교류 이어온 현수회
현수회의 전체 전시연혁을 회차별로 정리한 공식 온라인 아카이브를 확인할 수 없지만, 그동안 여러 기관의 전시 자료를 종합하면 현수회는 1992년 제1회 전시를 개최한 이후 주한프랑스문화원의 초대전과 미국, 일본, 홍콩 등에서 작품전을 개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1년에는 일본 도쿄 주일한국문화원 갤러리 MI에서 현수회전이 개최됐다.
흥미로운 것은 전시 횟수를 둘러싼 기록상의 차이다. 국가유산진흥원이 국가무형유산 매듭장 유영기의 활동을 정리한 자료에는 유영기가 1993~2018년 현대자수회(현수회) 국내외 회원전에 총 20회 참여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현수회는 이번 2026년 정기전을 ‘제17회 현수회전’으로 언론에 홍보하고 있다. <미술여행>은 유영기 작가와 현수회의 전시 횟수가 서로 다른 것은 해외초대전이나 별도의 회원전, 정기 현수회전의 집계 방식이 서로 달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 현수회가 이번 전시회를 ‘제17회’로 알리고 있다는 것은 현수회가 개최한 모든 국내외 전시의 총횟수가 17회라는 것,
사진: 현대 자수의 조형적 표현 이화아트센터 전시 윤혜정 작가 풍경 1,2 2024 (1)
사진: 현대 자수의 조형적 표현 이화아트센터 전시 이상미 작가 겹쳐사는 사람들
현수회가 1989년에 창립을 했다면 40여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속에 회원들 역시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쩐 일인지 회원의 숫자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대략 3~40여 회원이 현수회 멤버로 보인다. 더 구체적인 자료도 확인이 어렵다. 현재 공개된 자료도 현수회의 세부 회칙이나 가입심사 기준, 연회비, 추천 절차 등 공식적인 회원 자격 규정에 대해 알 수 없다.
다만 주일한국문화원과 2026년 전시자료가 공통적으로 현수회를 이화여대 섬유예술과 또는 그 전신인 자수과 출신 작가들의 모임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문 작가를 기반으로 한 전문 창작단체의 성격이 명확하다. 이번 제17회전에도 기존 회원과 함께 새로운 회원들이 참가하고 있어 세대교체와 신입 회원 영입이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이화여대 제17회 현수회 작품전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총 32명이다.
사진: 현대 자수의 조형적 표현 이화아트센터 전시 이상미 작가3
따라서 현 단계에서 확인 가능한 회원 자격은 ‘이화여대 자수·섬유예술의 계보를 공유하면서 지속적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라는 범위까지이며, 세부적인 가입조건은 현수회 내부 회칙 확인이 필요하다.
김인숙, 현수회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역대 회장 가운데 공개된 신뢰도 높은 자료를 통해 재임기간까지 명확히 확인되는 인물은 김인숙(1926~2020)이다.
사진: 김인숙,천하대장군, 1949,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김인숙은 이화여대 자수과 초기 졸업생으로 1958년 제7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받았고, 1960~80년대 이화여대 자수과와 성신여대에서 후학을 가르쳤다. 전통적·사실적 자수에서 추상적이고 조형적인 자수로 옮겨가는 한국 현대자수의 변화를 작품으로 보여준 대표적 작가다. 공개 기록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03년까지 현수회 회장을 맡았다.
다만 김인숙 이후의 전체 역대 회장 명단과 각 회장의 정확한 재임기간을 정리한 공식 자료는 온라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확인되지 않은 인물을 임의로 역대 회장 명단에 포함시키기보다는 향후 현수회 전시도록과 내부 연혁자료를 통해 보완하는 것이 타당하다.
사진: 현대 자수의 조형적 표현 이화아트센터 전시 이효범 작가
현수회 창립 시점 역시 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다. 2026년 현수회 전시자료는 1989년 창립·1992년 제1회전을 제시하지만, 주일한국문화원은 1992년 결성으로 설명하며 국립현대미술관 자료에는 김인숙이 1995년 자수과 출신을 중심으로 현수회를 조직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 차이는 창립 준비, 공식 조직화, 전시활동 개시 등의 시점을 각각 다르게 기록했을 가능성이 있어 향후 정식 아카이브 구축 과정에서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제17회전, ‘작품전’이면서 동시에 현대자수 아카이브
현재 이화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17회 현수회전 ‘현대 자수의 조형적 표현’은 현수회의 방향성이 어디까지 확장됐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전시는 8월 18일부터 22일까지 열리며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32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사진; 현대 자수의 조형적 표현 이화아트센터 전시 장영란 작가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단순한 최신작 중심의 회원전이 아니라는 점이다. 1960년대 작품부터 2026년의 신작까지 함께 배치해 한국 현대자수의 변화를 하나의 시간축에서 보여준다. 평면자수에 머물지 않고 입체, 설치, 오브제 등 여러 조형방식이 등장하며 전통적인 실과 바늘 역시 다른 재료와 결합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는 ‘기록’이다. 1960~80년대 한국 현대자수의 형성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작가들의 작품 상당수가 사라졌거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작가의 타계 이후 관련 자료까지 흩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전시가 출발했다. 이에 따라 선구세대의 작품과 현재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끊어질 수 있는 현대자수의 계보를 다시 연결하려는 성격을 갖는다.
사진: 현대 자수의 조형적 표현 이화아트센터 전시 주선경 작가 Reflection-show,2009
사진: 현대 자수의 조형적 표현 이화아트센터 전시 진윤미 작가 나와 마주하다2,3
그런 의미에서 제17회 현수회전은 단순한 동문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940~50년대 회화적 자수, 1960~70년대 추상과 재료실험, 이후 섬유예술과의 융합, 그리고 오늘날 설치와 오브제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자수의 변화를 한자리에서 확인하는 일종의 세대 간 아카이브이기 때문이다.
제17회 현수회전 개막식에 참석한 회원과 관람객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 류재림 편집위원)
실과 바늘은 현수회의 출발점이지만 더 이상 작품의 경계를 결정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손의 기술이 동시대 작가의 개념과 결합해 평면과 공간을 넘나들고, 개인적 기억과 시간, 사회와 삶의 흔적을 담는 매체로 확장되고 있다. 30여 년을 이어온 현수회의 의미 역시 여기에 있다. 전통자수를 박제해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수라는 오래된 언어가 지금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를 매 세대 다시 묻는 것, 그것이 현재 현수회가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정체성이다. (Chat GPT 자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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