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전후로 뭐랄까 마치 황금기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좋은 작품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해당 작품의 주제가들도 정말 명곡의 향연이었지요. 하지만 1995년이 끝날 무렵, 사람들 입에선 단 한 작품이 언급됩니다. 그 작품, 바다 건너 한국에 오타쿠 문화를 본격적으로 태동시켰고(그 이전에도 있었지만 본격적인 부흥기의 시작점), 일본문화 개봉 당시 필두에 있던 작품이었으며 단순히 작품을 넘어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이른바 '사회현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입니다. 이 작품이 왜 대단한지는 나중에 지면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군요.(극장판 마지막 작품이 개봉된 상황이므로 몇 달 뒤에나 하겠네요)
당시 애니메이션 어워드에서 레이어스나 건담 W 등을 누르고 주제가상 1위를 받은 것이 에반게리온 오프닝인 '잔혹한 천사의 테제'입니다. '잔혹한 천사와 같이 소년이여 신화가 되라'라는 시작 구절은 모든 작품이 마무리 된 2021년이 되어 완성됩니다.
엔딩곡인 Fly me to the Moon은 일전에 올린바 있으니 짧게 넘어가지요.
TV판이 뭔가 알 수 없는 결말을 내버렸고 이야기는 극장판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개봉된 극장판은.... 말그대로 충격의 도가니. 이데온과 발디오스 엔딩 쇼크의 간접 체험이랄까요. 그와중에 극장판에서 나온 곡들 또한 명곡입니다. 순서대로 혼의 루프란, Thanatos -If I Can't Be Yours-, Komm, süßer Tod 입니다. 각각 영혼의 재생, 타나토스는 죽음의 신,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라는 의미로 작품을 대놓고 암시하고 있지요. (그리고 깨져가는 신지 멘탈, 시청자 멘탈)
오프닝이 정말 아름다웠던, 좋은 스토리와 연출, '코' 빼고는 다 가졌던 작품 천공의 에스카플로네입니다. 한국 버젼 곡들도 정말 곡이 잘나와서 함께 올려봅니다.(특히 극장판 한국버젼 노래는 정말 훌륭합니다.) TV판 오프닝곡은 '약속은 필요없어', 극장판은 SORA라는 곡이지요. OST는 역시 칸노 요코 답다랄까요.
좋은 주제로 접근했지만 여러가지 실패할만 요소의 총집체였던 아쉬운 작품, 기동신세기 건담X입니다. 90년대 건담들이 대부분 시청률이나 평가가 저조했지만(가장 우주세기와 직비교 당하던 시절이라) 이작품은 심지어 조기종영이었지요. 뭐 저는 꽤 좋아합니다. 1기는 Dreams, 2기는 Resolution라는 곡이고 두 곡다 슈로대에 자주 사용되었지요.
개그물인줄 알았지만 개그물의 탈을 쓴 오타쿠들의 잔혹동화, 기동전함 나데시코입니다. 오프닝인 You Get the Burning도 상당히 좋은 곡이지요. 작품을 보면 어느정도 무책임 함장 테일러의 느낌도 나지만 전체 이야기 틀 속에 오타쿠 문화 비틀기가 인상적이지요. 제가 아는 범위에선 오타쿠 문화 비틀기는 이 작품이 거의 시초격입니다.
밀덕으로서 부푼 기대감을 안고 봤지만 우주세기 외전들의 고질병을 넘지 못하고 어이 터지는 결말부로 흘러간 MS 08소대입니다. 주제가와 삽입곡들이 정말 좋았고 밀리터리 묘사도 좋았지만. 뭐랄까 역시 일본 답게 디테일에서 많은걸 놓치는게 아쉽군요. 오프닝인 폭풍 속에서 빛나줘는 역시 저 비오는 날 식판 씬이 인상적이지요. 보면서 부러웠습니다. 우주세기는 야전에서 식판으로 먹는구나. 우린 반합에 밥비닐이었는데ㅠ 엔딩곡인 10years After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넘버입니다. 극장판 엔딩곡인 영원의 문도 참 좋은 곡이에요.
신기동전기 건담W는 TV판과 다르게 OVA는 주제가 잘 살아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야기 구성도 좋았고, 제가 아는게 맞다면 건담 W의 인기는 이 OVA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아닐 수도 있습니다.) 투믹스 답게 OVA와 OVA를 토대로 만든 극장판 모두 곡이 좋은데 극장판 주제가인 Last Impression 보다 OVA에서 나온 White Reflection을 더 좋아합니다.(투믹스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오프닝 영상이 상당히 후방주의인데 가사는 더더욱 후방주의였던 브레인파워드 Op In My Dream입니다. 제가 아는 애니송 중에 최고난이도 곡이네요. 브레인파워드는 토미노 요시유키의 색이 제법 강하게 있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학살은 없지만 다른 부분에서 많이 드러나지요. 이 작품의 어떤 상징성은 창궁의 파프너에서도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걸 다루게 될지는....
제가 꼽는 OST의 최고봉은 이 카우보이 비밥입니다. 이 작품 안에서 명곡 넘버만 해도 어마어마하지요. 하지만 여기선 오프닝 엔딩 위주로 다루기로 했으니까. 이 작품은 입 아프게 말했으니 짧게 끝내지요. 하다못해 투니버스 오리지널 엔딩곡인 Alone도 한국 애니송 역사에 빛날 명곡입니다.
사실 저는 남캐만 바글대는게 싫어서 뭔가 뜨거운 것과 잘 안맞아서인지 겟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진 겟타로보 세계 최후의 날이 OST들은 명곡들이 많지요. Heats가 워낙 유명하지만 저는 1기op인 '지금이 바로 그 때다'도 좋아합니다.(뭔가 합창 버젼으로 편곡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그리고 잘 안알려졌지만 엔딩곡인 '약속의 언덕' 듣기 편하고 좋지요.(작품과 조금 이질적이지만)
턴에이는 여러 차례 언급해왔고 이 엔딩곡도 언급했지요. 다시 들어도 정말정말 좋은 곡입니다. 작품을 전체적으로 잘 감싸 안으며 결말로 인도해가는 느낌이라 참 좋습니다.
다음번엔 2000년대 이후 작품들 주제가와 한국 애니메이션 주제가들 중에 명곡을 찾아보지요.(칼럼도 먼저 한 편올리고)
첫댓글 언제쯤 우리가 턴에이의 결말처럼, 적과 내가 손잡고 동화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러기에는 사람이 너무 악한 존재인가 의심도 듭니다. 하지만 건전한 공동체의 꿈을 꾸게 되는 가장 큰 계기가 턴에이가 되어주었기에, 이클립스님께는 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4월에는 슈퍼로봇대전 신작 정보가 나올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보고 있으니까... 우리 조금만 더 이 시간을 함께 견뎌내 갑시다! 다음 글 미리 추천 걸어드립니다! (쓰지도 않으셨는데!!!)
좋은 곡들이 많네요 ^^ 그러고보니 90년대 작품 중에 용자왕 가오가이거가 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