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소녀 합창단, 폭격 속 연습… 참상 알리려 초청”
김태양 우크라지원대책위 총장
“강릉합창대회서 평화-희망 전해
산불 이재민 위한 공연 열기도”
우크라이나 보흐니크 소녀합창단이 올해 4월 산불 피해를 입은 강원 강릉 주민들을 위해 3일 건물 잔해 앞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불렀다. 김태양 목사 제공
음악으로 세계에 평화와 화합,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2023 강릉세계합창대회가 13일 막을 내린다. 34개국 320여 개 팀, 8000여 명이 참가해 음악으로 국가, 인종, 성별을 뛰어넘어 하나 되는 장을 펼친 이 대회는 ‘합창 올림픽’으로 불린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눈길을 끈 이들은 전쟁 중인데도 참가한 우크라이나의 보흐니크 소녀합창단. 이 합창단 단원 40명을 초청하는 데 산파 역할을 한 김태양 우크라이나지원공동대책위원회 사무총장(남양주참빛교회 목사·사진)은 10일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초청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지원공동대책위(위원장 이양구 전 주우크라이나 대사)는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지난해 3월 발족했으며 국내외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각종 생필품 지원 및 전후 재건 준비 운동을 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합창단은 어떻게 초청하게 된 건가.
“처음에는 국내에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우크라이나를 돕는 한국 및 일본 사람들로 연합 합창단을 만들려고 했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우크라이나를 돕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한 우크라이나 공동체에 있는 니콜라이라는 친구가 키이우에 좋은 합창단이 있는데 그들을 초청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바로 보흐니크 소녀합창단이었다. 1970년대에 창단돼 전 세계,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다.”
―초청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마침 강릉세계합창대회 조직위원회에서도 우크라이나 합창단을 초청하고 싶어 했는데, 전쟁 중이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조직위 승낙을 받고 1월부터 접촉했는데 4월까지는 결정해야 참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초청장과 항공권 발송, 경비 입금 등 우리 쪽에서 해야 할 일도 많았지만, 전쟁 중이라 합창단원들이 가족의 허락을 받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키이우에서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버스로 16시간을 이동해 이달 1일 한국에 왔는데, 폴란드에 입국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까지 혹시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마음을 졸였다.”
―단원들이 폭격 속에서도 연습했다고 들었다.
“연습 중에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건물 지하 대피소로 피했다가 해제되면 다시 모이기를 반복했다고 하더라. 폭격을 피해 3시간 넘게 대피소에 숨어 있던 적도 있고. 러시아군의 폭격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있어 시도때도 없이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는 데다 가족이 참전 중인 단원들은 가족 걱정으로 대부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했다. 일부 단원은 대회 개막식 폭죽 소리에 폭격을 떠올릴 만큼 일상이 무너진 상태다.”
―보흐니크 소녀합창단은 3일 올해 4월 발생한 강릉 산불 피해 지역에서 이재민들을 위한 공연도 열었다.
“대형 산불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주저앉은 건물과 잔해 앞에서 노래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합창단이 대회를 위해 준비한 60여 곡의 주제가 모두 ‘평화와 희망’이다. 힘들어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