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약사의 경우,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야간에도 병동에서, 응급실에서 끊임없이 날아오는 처방을 처리해야 한다. 토요일 격주 근무는 기본이고,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일요일 당직도 서며, 일부 병원에서는 주간 근무 약사가 야간 당직까지 서기도 한다.
대외적 환경 변화와 더불어 이러한 악조건들을 보건대 약사의 직업적 전망이 흐린 것일까? 오히려 그 반대다. 질병의 치료에 관심을 뒀던 과거와는 달리, 식생활 개선과 의약품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어 긴 노후를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은 질병의 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홍성광 약사는 "사회적인 관심의 변화가 '케어(care)'에서 '큐어(cure)'로 바뀌고 고령화 사회가 됨에 따라 건강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 발맞추어 약사의 직능이나 영역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보면 "건강 전문가로서 약사의 전망은 밝다"라고 말한다.
"미래의 약사를 무척 불투명하거나 불안정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약사들이 스스로 자신의 모습이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한 의약품 전문가가 아닌 국민 건강 도우미로서 거듭날 수 있기에 미래가 밝다고 단언할 수 있다." ― 홍성광, 서울 동오약국 약국장◇ "약사 하길 잘했다"고 느낄 때'약사 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역시 보건·의료인으로서 제 역할을 해내며 보람을 느낄 때다. 40년 가까이 개국약사 생활을 하고 있는 김태욱 약사는 "늦은 나이까지 지역 주민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자력으로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은 개국약사에게만 주어진 축복"이라고 말한다.
서울시 약무직 공무원으로 보건소와 시립병원에서 장기간 근무해 온 강성심 약사는 "어려운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돕는 것도 좋을 텐데, 돕는 것 자체를 업무로 한다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이 크다고 말한다.
약사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 늘픔약사회에서 활동하는 장보현 약사는 “현재는 약사가 자영업자이다 보니 매출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면서 “일하는 모두가 주인인 약국”을 꿈꾸며 ‘공동체 약국’ 늘픔약국을 열었다.
"늘픔약국 1호점은 그러한 우리의 지향을 담은 '실험실'이었다. (...)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다른 '구조'가 있다. 우선 약사들은 서로가 정한 월급을 받는다. 나머지 수익은 약국에 재투자하거나 지역 활동에 쓰고, 쪽방 봉사 활동의 의약품 공급에 쓰인다." ― 장보현, 늘픔약국 약사많은 약사들이 복약 지도나 일반약 판매뿐 아니라 환자의 건강 상담, 나아가 인생 상담까지도 해 주는 '동네 사랑방 같은 약국'을 자처하고 있다.
"따뜻한 마음으로 약국을 찾는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약사가 참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나는 약사로 살아간다는 것이 감사할 때가 많다.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소중한 가치인 건강에 대해 상담해 주고 그와 관련한 정보를 서로 나눈다는 것은 더없이 소중한 일이다. 그래서 언뜻 보면 좁은 공간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만이 존재할 것 같은 약국에서도 오늘은 무슨 일이 있을까 기대하는 것이다." ―이재관, 부천 자연약국 약국장급변하는 사회에서도 약사들이 약사로 계속 남아 있는 이유는 이처럼 약사 본연의 업무에서 오는 보람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는 약사로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이 있으며 그 경계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약사로서 기본을 지키겠다고 다짐해 본다." ― 곽현설, 제주 한라약국 약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