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09) - 제주도 걷기에 나서며
춘분 전날(3월 20일)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 김승자 씨, 걷기행사로 친분이 있는데 3월 23입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국제걷기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19일에 한국에 와서 익산의 친구 집을 들러 광주로 온 것이다. 이틀간 머무르며 빛고을노인건강타운, YMCA 장마당, 무등산 자락 등을 돌아보며 즐거운 표정이어서 고맙다. 주변의 친지들과 나눈 교분도 유익하였다는 소감.
춘분 다음날(3월 22일) 손님, 아내와 함께 2주간의 걷기행사에 참여하러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 입구의 활짝 핀 진달래가 봄이 왔음을 알린다. 오후 2시 45분 비행기가 30분 지연 출발이라는데 이를 메꿔주듯 2시부터 공항라운지에서 심폐소생술에 관한 응급처치 교육이 펼쳐진다. 주관은 전남대학교병원의 베테랑 응급의료진, 공항직원들이 모의 훈련에 참여하여 실제상황을 연기하는 교육내용이 알차다. 전날 수십 년 이어온 민방위 훈련을 방송으로 전해들은 것보다 훨씬 실효가 있어 보인다.
교육현장에서 메모한 내용을 소개한다.
‘1. 응급상황에서 사람이 쓰러지면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어깨를 두드리며 의식을 확인한다. 동시에 주변 사람에게 119 신고를 당부하고 시설 등에 상시 비치한 자동제세동기(심장이 떠는 것을 제거하는 심장충격기계)를 가져오게 한다.
2. 어깨를 두드리며 얼굴에서 가슴, 배 부위로 내려가며 숨을 쉬는지 확인한다. 10명 중 4명은 숨을 쉬는 것 같으나 사실은 비정상(심장호흡정지) 상황이다. 그때 목 부위에서 명치 쪽으로 손목 안쪽을 깍지 끼어 분당 100회~120회 속도로 5~10여 회 꽉 꽉 누른다.
3. 호흡이 중단 되었더라도 심장 부위에 산소가 남아 있으므로 압박 누르기를 하면 심장 주변 체내의 산소가 전신으로 전파되어 몇 분을 버틸 수 있다. 그 사이에 119 신고를 받은 구급차가 도착하여 후속 조치를 하면 소생가능성이 높아진다.’
3시 20분경에 광주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나주평야, 월출산, 완도 해상을 날아 4시 5분 경 제주공항에 무사히 착륙하였다. 가내에서 내려다 본 월출산의 암벽이 날카롭고 청산도, 보길도 주변의 다도해가 옥구슬 같다. 완도해역을 벗어나니 한라산의 설경이 눈부시고 구름 속에 무지개 빛깔로 스치는 비행기의 그림자가 환상이다.
기내에서 바라본 한라산 설경
제주를 찾기는1년 만, 올 때마다 육지와는 다른 남녘의 정취가 이국적이다. 첫날 숙소는 제주 시내의 아파트형 오피스텔, 걷기에 참여하는 다른 일행들이 먼저 도착하여 뒤따라 온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다. 솜씨를 발휘하여 차린 저녁 식탁이 풍성하고 풍광 아름다운 제주에서의 일정이 평안하기를 기원한 후 나누는 담소가 즐겁다.
밤사이 안녕이라는데 아침에 일어나 접한 톱뉴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소식, 1년 새 전직 대통령 두 명의 구속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사가 착잡하다. 법질서 수호의 상징이어야 할 대통령과 그 주변의 불법행위를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할는지. 춘분 지나서도 봄 같지 않은 쌀쌀한 날씨지만 누가 계절을 이기랴, 온 땅에 평화와 번영의 봄소식 널리 번져라.
걷기행사는 금요일(3월 23일)의 전야제로 막을 연다. 이에 맞춰 일본, 러시아, 중국, 한국의 참가자들이 제주공항을 통하여 속속 찾아든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후 오후 1시, 이들과 합류하여 행사장인 서귀포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였다. 오후 2시 반에 공항을 출발한 버스는 50여분 후 숙소인 서귀포 M 스테이 호텔에 도착한다.
여장을 풀고 오후 5시에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대회 20주년 기념식수'를 위해 숙소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70리 시공원으로 향하였다. 오후 5시 40분, 국내외 걷기대회 참가자들이 함께 한 가운데 이상순 서귀포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삽을 들어 붉은 열매가 열린다는 멋나무 뿌리에 흙을 뿌리며 20년 이어온 국제걷기가 더 깊이 뿌리내리기를 염원하였다.
서귀포 70리 시공원의 기념식수 현장
이어진 행사는 M 스테이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국제친선의 밤, 200여명의 참가자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20년을 무사히 치른 서귀포국제대회의 지속적인 발전과 도약을 다짐하였다. 서귀포는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한반도 최남단, 참가자 모두 새봄을 맞아 상큼한 유채꽃 향기와 더불어 심신의 활력을 돋우고 의미 있는 삶으로의 성찰을 다지는 뜻깊은 만찬이었다.
이번 걷기행사는 서귀포시와 한국체육진흥회가 주관하는 주말의 제20회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와 3월 26일부터 4월 5일까지 한국, 일본, 러시아 3국이 참여하는 한국체육진흥회 주관의 2018 제주도 일주 WALK, 참가자 모두 심신의 건강을 챙기고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소중한 발걸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의 유래와 정신을 담은 선상규 한국체육진흥회장의 메시지를 덧붙인다.
‘서귀포유채꽃국제걷기대회를 시작한지 20년이 되는 지금까지, 아무런 사고 없이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서귀포 시민 여러분과 이상순 시장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하여 멀리서 참석하신 IVV 콜안토니오 회장을 비롯한 일본, 중국, 러시아 대표께도 감사드린다.
지난날을 회고해보면 20년 전 걷기운동의 불모지였던 이곳 제주도에 걷기운동을 보급하여 지상낙원의 건강도시 곧 인간도크를 만들고자 관계자들을 만나 노크를 하였으나 무반응이었으며,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집밖에 나가면 걷는데 걷기가 무슨 운동이냐고 비아냥거리며 냉소를 금치 못하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그때 우리들에게 희망과 꿈과 이곳에 걷기운동의 첫발을 내딛게 하여주신 분들이 계신다. 바로 당시 서귀포 시장이셨던 강상주 님, 부봉하 제1회 서귀포유채꽃국제걷기대회 집행위원장이다. 그분들은 대회를 성공시키려면 유명 연예인들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 현재 올레길 7,8코스가 된 길에 데크를 설치하는 등 아낌없는 조언과 지원을 해주셨다. 그때 한국최고의 인기가수 등 많은 연예인을 초청했던 일이 기억난다.
이제 서귀포를 비롯하여 제주도는 걷기운동의 심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걷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걷기를 통하여 정신적 성숙과 사색을 즐기며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찾아야 한다. 이제 서귀포는 일상에 지쳐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안식처가 되고 인간도크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걸으면서 자신을 찾는 자연의 치유병원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이곳 서귀포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걸으면서 이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여러분도 이에 동참하기 바라며 서귀포유채꽃국제걷기대회를 통하여 맺은 인연이 마음 속 깊이 간직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