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12.연중 제23주간 목요일
1코린8,1ㄷ-7.11-13 루카6,27-38
“사랑은 아무나 하나?”
사랑의 평생공부
“주님, 당신은 나를 샅샅이 보고 아시나이다.
앉거나 서거나 매양 나를 아옵시고,
멀리서도 내 생각을 꿰뚫으시나이다.”(시편139,1-2)
교황님의 동향으로 시작하는 요즘 강론이 신납니다. 피곤하거나 지친 기색이 전혀 없는 88세 노령의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불가사의 신비입니다. “위대한 마음의 사람(a man of great heart)”이라 격찬을 받은 교황님에게 저는 “사랑의 거인(巨人;Giant)”이란 칭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주 4개국, 제45차 사목여정에 오른 교황님은 어제 9월11일 마지막 방문국인 싱가포르에 도착하여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홈페이지 소개된 동티모르에서의 기사 내용도 반가웠습니다.
“꿈은 현실화되었다(dream come true)!”
“자유는 타인들을 존경할 선택을 의미한다.”
“나는 동티모르 사람들의 얼굴에서 발견한 웃음들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젊은이들은 ‘생명, 희망 그리고 미래’를 생각나게 한다.”
“교황님의 동티모르 방문은 ‘믿음의 축제’였다.”
말그대로 “사랑의 거인”, 프란치스코 교황님입니다. 오늘 말씀 주제는 사랑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사랑이요 누구나 사랑에는 영원한 초보자입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문득 떠오른 제목입니다. 저절로 사랑이 아니라 사랑도 배워야 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2000년도 MBC의 인기드라마 제목이었고 노래도 있습니다. 이때 드라마의 인기 커플 배우는 결혼에 골인하여 현재까지 잘 살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졸업이 없는, 죽어야 졸업인 인생 “사랑의 학교”에서 평생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 사랑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입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 받은 사람입니다. 사랑하라 사람입니다. 평생 사랑 공부는 평생 하느님 공부입니다. 사랑을 통해 사랑이신 하느님을 닮아갈 때 참나의 실현이요 모두에게 주어진 평생과제는 오늘 복음의 다음 말씀으로 요약됩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하느님 아버지의 우리에 대한 기대 수준은 이처럼 높습니다. 자비로운 사람은 원수 사랑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끼리끼리 나누는 유유상종의 사랑은 누구나 합니다. 진짜 사랑은 인간 누구나에게 한결같은 존중과 배려, 연민의 아가페 사랑입니다. 단숨에 읽혀지는 설명이 필요없는 예수님의 확신에 넘친 오늘 사랑의 복음 말씀입니다. 아버지의 속마음이 그대로 예수님을 통해 표현되는 느낌입니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 해 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을 축복하며,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네 뺨을 때리는 자에게 다른 뺨을 내밀고, 네 겉옷을 가져가는 자는 솟옷도 가져가게 내버려 두어라. 달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주고, 네 것을 가져가는 이에게서 되찾으려고 하지 마라.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
이런 사랑은 비겁한 무저항이 아니라 적극적 저항의 사랑입니다. 악순환을 끊어버림으로 악을 무력화하는 길은 이런 하느님 다운 적극적 사랑뿐이겠습니다. 우리의 원수나 우리를 미워하는 자들, 학대하는 자들은 상처받은 사랑, 결핍된 사랑의 불행한 이들일 수도 있고, 또 우리가 도저히 알 수 없는 나름대로 까닭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주님의 명령대로 사랑할 뿐이며 주님은 이런 힘을 주십니다.
새삼 결코 값싼 사랑은 없음을 깨닫습니다. 말그대로 주님 “사랑의 전사”가 되어 온힘을 다해 용감히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요, 이렇게 불가능하다 싶은 사랑을 실천할 때 우리가 받을 상이 크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라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무엇보다 하느님이신 그분께서는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계속 구체적 사랑의 실천을 명령하십니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몰라서 심판이요 단죄이지, 우리가 정말 얼마나 하느님께 사랑받고 있는지, 또 우리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면 알수록 심판과 단죄는 멈출것이요 끊임없는 사랑의 용서와 나눔이 뒤를 이을 것입니다. 새삼 이런 사랑의 실천에 앞서, 온마음, 온정신, 온힘을 다해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께 기도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이래야 주님은 우리에게 샘솟은 사랑, 지칠줄 모르는 사랑의 열정을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바오로의 말씀이 더욱 사랑의 하느님을, 예수님을찾고 사랑하도록 우리를 고무합니다.
“지식은 교만하게 하고 사랑은 성장하게 합니다. 우리에게는 하느님 아버지는 한분이 계실 뿐입니다. 모든 것이 그분에게서 나왔고, 우리는 그분을 향하여 나아갑니다. 또 주님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이 계실 뿐입니다. 모든 것이 그분으로 말미암아 있고 우리도 그분으로 말미암아 존재합니다.”
사랑밖엔 길이, 사랑밖엔 답이 없습니다. 사랑해서 사람입니다. 사랑과 아름다움은 함께 갑니다. 사랑할수록 하느님을 닮아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사랑은 사람의 본질이며 존재이유입니다. 무지와 허무에 대한 답도 사랑뿐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존재이유인 하느님 아버지를, 예수 그리스도를 온힘으로 온마음으로 온정신으로 사랑하는 것이 우리 삶의 모두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런 우리에게 샘솟는 사랑, 지칠줄 모르는 사랑을 선물하실 것이니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주님, 저의 길이 굽었는지 살펴보시고,
영원의 길로 저를 이끄소서.”(시편139,24).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