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학습과정안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학교 현장에서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형식적이고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여주기식 수업을 위한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고 생각한다. 교사의 수업 상상력을 제한하고 변수가 많은 수업 환경에서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수업 설계 자체가 무리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다만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다 보면 좋은 점을 간과해 버리기 쉬운 우를 범하기 쉽다.
교수학습과정안을 개발한다는 것은 곧 수업을 설계하는 절차적 과정을 구조적인 틀로 맞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절한 예 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물이라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음식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고 음식을 먹을 때에도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단계별로 먹어야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수업도 마찬가지다. 물론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교사의 열정과 수업에 대한 의지, 철학이 남달라 하는 점은 불변의 진리다.
수업 설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행동주의적 관점과 구성주의적 관점으로. 각 관점을 수업에 설계할 때 정확히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며 무모한 발상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수업 설계를 했더라도 수업 중에 변수가 생겨 불가피하게 변경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교사의 수업 설계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교수학습과정안 개발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앞으로 교사가 교육 전문가로서 발돋움하는 데 기초를 닦을 수 있는 책이라고 본다. 좋은 내용이라도 좋은 형식에 담아낼 때 빛을 더 발휘해 낼 수 있다. 교사의 탁월한 수업 설계도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 없다. 요즘 디지털 분야에서 선도하는 교사라는 칭호를 받으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젊은 선생님들에게도 이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한다. 단순히 수업 매체만 잘 다루는 교사가 아니라 수업 설계라는 그릇에 수업 내용을 잘 담아내기 위해 매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에 능숙할 뿐만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새로운 시선으로 수업을 바라보는 선생님들만의 철학을 견고히 세워가는 교사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이미 학교 관리자로 한 발짝 수업 현장에서는 떨어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넘게 수많은 시간을 교실에서 학생들과 실전 수업을 해 냈던 명실상부한 현장 교사였기에 수업에 대해 다시 공부하고 연구하는 일에 오히려 더 깊이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수업 경험이 없는 연구자가 아니라 수업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장단점을 보아왔기에 다양한 이론서와 연구물들을 읽어내는 일이 신기하게도 재미있어진다. 나 자신도 놀랍다. 아마도 경험이 만들어낸 결과이지 싶다.
수업 단계별 수업 모형을 토대로 하나하나 수업 설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 책을 통해 선생님들만의 수업 설계를 바라보는 눈이 길러지리라 본다. 실천을 통해 수업에 진심인 교사가 되리라 믿는다. 학교 관리자도 이제 학교 교육의 핵심 축인 수업 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업을 연구하는 선생님에게 힘을 실어 드리고 지원해야 한다. 선생님들과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컨설팅을 할 수 있도록 가지고 있는 능력을 퇴보시켜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변화되는 수업의 방향과 설계 방법에 대해 선생님들과 함께 연구해야 한다. 수업 성장 지원가로 존경받는 학교 관리자로 섰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