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한옥구조에서 볼 수 없는 공간, 다락방이 눈에 띈다. “본래 ‘ㄷ’자 형태로 한옥을 지어 가운데에 중정을 둘까 생각했었는데, 주택 앞뒤로 정원을 두는 것이 미관상으로나 활용면에서나 더 낫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차선책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이 다락방이었죠. 방마다 배치된 창호 말고 다락방에서 거실로 비추는 햇빛이 얼마나 운치있는지 몰라요. 일직선으로 빛이 내부로 들어오는데 가만히 앉아 그 빛을 감상하는 일이 꽤나 매력적입니다.” 북미산 홍송으로 대들보를 상량하고, 전통한옥에서 볼 수 있는 완자살과 아자살 형태의 창호를 집안 곳곳에 배치해 전통미를 살렸다. 특히 단열과 건강을 위해 바닥에는 골조 프레임만 제외하고 전부 황토와 숯가루를 넣었고, 볏짚과 황토를 섞어 맞벽치기 방식으로 내부를 마감했다.
비염과 안구건조증을 앓던 정씨는 이곳에서 생활한 뒤로 건강이 좋아지고 있음을 체감해 가는 중이다. 집안 곳곳은 천연염색과 서각작품, 도자기와 고가구 등 정씨의 취향이 담뿍 배어난다. “1년간 직영으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집짓기란 게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변수도 많고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니까요. 하지만,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나만의 집을 위한 시간이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인내와 애착이 있다면 성공할 거에요. 많은 노력 끝에 원하던 집을 마련했으니 이제부터는 제가 좋아하는 야생화 가꾸기와 천연염색에 집중하며 전원생활을 만끽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