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기반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화성시 동탄 신도시를 찾았다. 공사장과는 달리 지난 7월 초 분양 당시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던 시범단지 모델하우스는 대부분 문을 닫아 인적이 뜸했다. 모델하우스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흙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만이 부산하게 오가고 있었다.
동탄 신도시 입구에 몰려 있는 50여곳의 중개업소들도 개점휴업 상태였다. 장사가 되지 않기 때문인지 창문에‘세놓음’이라고 적혀 있는 종이를 붙여놓은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눈에 띄었다.
신도시 입구 오른쪽에 최근 중개업소 사무실 용도로 지은 건물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텅텅 비어있었다. 한 중개업자는 “동탄 특수를 겨냥하고 두 달 전 이곳으로 옮겼지만 아직 한 건의 거래도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명의변경 가능한 30평형대 호가 최고 3000만원 시범단지 아파트 가운데 최고 2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월드를 비롯한 삼성ㆍ포스코ㆍ롯데등 4개사 분양권은 35평형 로열층 기준으로 2500만∼3000만원 정도 웃돈이 붙어 있다. 입지가 다소 떨어지는 한화ㆍ금강ㆍ현대산업ㆍ삼부 등은 1000만∼1500만원 선이다. 동탄 신도시는 투기과열지구에 속해 입주 때 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다.
이런 데도 분양권 시세가 형성되는 것은 이민ㆍ타지역 전출 등 명의 변경사유에 해당되는 매물이 간혹 나와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중개업자는 “계약 후 지금까지 이런 합법적인 전매가능 매물이 5∼6건 거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중개업소 장부엔 월드건설 7층 35평형 분양권이 웃돈 3000만원이 붙은 채 매물로 나와 있었다. 한 중개업자는 “이민을 가기 위해 내놓은 매물“이라며 ”경기가 침체한 탓인지 아직 열흘째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의이전이 불가능한 매물도 간혹 나오고 있으나 매수세가 없다. 한 중개업자는 ”이런 매물은 합법적으로 전매가 가능한 매물의 50% 정도로 싼 데도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는 지 사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포스코의 펜트하우스 54평형(12가구)은 1억원을 줄 테니 잡아달라는 수요자가 나타났으나 팔겠다는 사람이 없어 아직 거래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중개업자는 “곧 1단계 아파트들이 분양을 시작해 사람들이 몰려도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임대료 낼 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먹잇감’이 없다 보니 일부 중개업자들은 미계약분을 매입해 한 가구 한 가구씩 실수요자에게 웃돈을 얹어 분양회사의 도움으로 되파는 ‘원장정리’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개업자는 “이런 원장정리는 4∼5개 중개업자들이 비밀리에 작업을 하고 있어 잘 노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도시내 이주자ㆍ협의택지 값 약세 신도시내 주택을 갖고 있다가 수용된 원주민에게 주어지는 이주자택지 웃돈 호가는 5억5000만원 선이다. 보상에 응한 토지소유자에게 주어지는 협의택지 웃돈은 이보다 낮은 5000만∼8000만원 선이다.
이처럼 이주자 택지 웃돈 호가가 높은 것은 이주자택지 분양가가 평당 270만원으로 협의택지(평당 470만원)보다 낮기 때문이다. 한 중개업자는 ”올 2월만해도 이주자택지는 7억원, 협의택지는 1억3000만원을 호가했는데 거품이 제법 빠진 셈“이라며 ”명의이전이 아예 되지 않는 협의택지 웃돈은 4000만원에 나와도 거래가 없다”고 말했다.
신도시 인근 땅도 거래가 끊겼다. 매물은 지난해 말보다 20∼30% 오른 수준에서 나온다. 동탄 신도시 공인(031-377-0083)민일성 사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임야나 농지를 사기 위해선 주소를 옮기고 6∼12개월 거주해야 하는 데다 거래할 만한 땅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1억∼2억원의 적은 자금으로 땅을 사달라는 수요자들이 대기하고 있으나 건축물이 붙은 대지를 제외하곤 땅 분할이 되지 않아 거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중개업자는 ”땅을 사려면 최소한 3억∼4억원은 가져야 한다“며 “거래허가가 까다로워 땅을 사려고 왔다가 되돌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 투자해도 될까 이주자 택지와 협의택지는 장기적으로 볼 때 투자할 만하다고 중개업자들은 말한다. 한 중개업자는 “웃돈을 포함한 이주자택지와 협의택지 값이 평당 600만∼950만원으로 분당신도시 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들 택지(65∼130평)를 분양받아 3층 점포 겸용 주택을 지어 1층에 상가를 들이고 나머지 층에 직접 거주할 수 있다. 한 중개업자는 “근린공원 앞 협의택지나 삼성전자 공장 쪽(한화ㆍ금강아파트 앞)의 이주자택지가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들 점포겸용 주택이 들어선 지역이 먹자골목으로 자리를 잡아야 채산성이 있을 것”이라며 “중앙공원 쪽에 대규모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데 과연 수지가 맞을까 의문”이라는 반응도 보였다.
동탄 신도시 후광 효과를 노리고 땅을 사려면 신도시에서 가까운 동탄면 영천리ㆍ중리 일대(1순위)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중개업자들은 귀띔한다.
이곳은 관리지역 논밭은 대로변 기준으로 평당 150만∼350만원, 이면도로는 150만원 선이다. 농림지역은 이보다 싼 평당 40만∼50만원 선이다. 그 다음(2순위)으로 신천리ㆍ목리ㆍ신리 관리지역 논밭(평당 50만∼150만원)도 투자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세상(031-378-4424) 황용규 사장은 “동탄ㆍ판교 신도시 보상금이 풀리면서 값이 많이 올라 땅을 사더라도 5년 이상 묻어둔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