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은 과연 어디일까?
어떤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한결같이 정동진역을 가장 먼저 손에 꼽을 것이다.
자타공인이 인정하는 바다와 맞닿은 역이라는 말. 유명세 때문에 이젠 전혀 낮설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전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으로 기네스북에도 등록되어 있을 정도다.
지금은 동해안에서 손꼽는 명소 중의 하나로 자리잡아 일출을 보기 위해 끊임없이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지만,
15년 전까지만 해도 정동진역은 비둘기호만 간간이 정차하고 무연탄을 주로 수송했던 간이역에 불과했다.
심지어는 '서민의 발'이었던 비둘기호마저 외면해 1996년에는 여객취급이 중지된 적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민수, 고현정 주연의 '모래시계'라는 드라마는 정동진역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고현정이 시골집에서 나와 열차를 기다리다가 열차가 도착하고 있을 무렵 경찰에 의해 열차를 타기 직전에 끌려가고,
감옥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재회를 했던 장면에서 수많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고,
덩달아 고현정이 끌려갈 수 밖에 없었던 비극의 장소, "바닷가의 조용한 간이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래시계 드라마가 끝나면서 서서히 정동진역은 사람들의 관심속에 잊혀져 갔고,
마침내 1996년에는 열차 운행이 중단될 정도의 참담한 비극을 맞는다.
그러나 바닷가 옆 아담한 간이역의 수려한 풍경을 그대로 묻혀두기엔 너무 아까웠는지,
1997년 정동진 해돋이 관광열차의 운행을 시작하였다.
모래시계에서 봤던 환상적인 풍경을 간직한 역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매력에 매료되어,
해돋이 관광열차는 공전의 히트를 치며 정동진역은 서서히 "역"이 아닌 "관광지"로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시골의 한적했던 간이역 정동진역에 정차하는 여객열차가 하나 둘 씩 부활하더니,
마침내 2002년에는 새마을호까지 모두 정차하는 큰 역으로 발돋움하고 말았다.
비록 영동선의 사람 수가 해마다 크게 줄어드는 바람에 서는 열차도 점점 줄고 새마을호도 폐지되긴 했지만,
이젠 정동진역은 영동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역으로 성장해 버렸다.
시원한 동해바다, 너른 모래사장과 한 몸이 되어 더없이 아름다운 정동진역.
앞으로도 사람들의 모든 스트레스를 파도에 쓸려내려가게 해줄, 철길에 멀리 흘려보내줄 곳으로 영원히 남아있기를 바란다.
"유명한 관광명소" 정동진역 앞은 너무나도 복잡하기만 하다.
끝없이 들어선 민박집과 음식점, 길게 늘어져 있는 택시들, 그 앞에서 수없이 사진을 찍어대는 관광객들.
예전의 한적한 간이역다운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난잡한 풍경이다.
하지만 폐역으로 외로이 죽어있는 것보다 명소로서 끊임없이 사람을 맞아주는게 정동진역에게는 훨씬 이득일 것이다.
"관광지" 정동진역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붙여놓은 안내판이 역 광장에 떡하니 붙여져 있다.
석탄합리화정책으로 인해 여객취급까지 중지할 정도로 몰락했지만,
여객취급을 중지한 지 불과 3년만에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최고의 명소로 발돋움한 정동진역.
아직도 그러한 운명을 정동진역 본인으로서는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만큼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성장한 관광지이기 때문이다.
'역'이 아닌 '관광명소'라는 특별한 메리트가 있어 정동진역은 그 자체로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얼핏 봐서는 평범한 가정집 같이 생긴 정동진 역사지만,
단층의 아담한 크기와 왼쪽의 굴뚝, 사각창틀이 오래된 유물이라는 것을 조심스레 대변해주고 있다.
아름다운 해돋이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인해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이후,
좁디좁은 정동진역 내부는 사람들을 역 방문객들을 전부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북적거린다.
맞이방 내부에 나의 흔적을 남겨보고 싶어도 역 안의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기 때문에 남기기가 힘들 정도다.
정동진의 일출은 굉장히 황홀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일출을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로 북적대는 것이다.
1998년에 찍은 사진을 정동진역의 모토로 액자에 걸어 전시해놓고, 심지어 판매까지 하고 있다.
바다와 가장 가깝게 붙어있는 역 답게 맞이방 안에서도 너른 동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런 특별한 풍경을 지니고 있는 정동진역은 열차시간표마저도 다른 역들과 남다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시간표는 그 생김새만으로도 정동진역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역이기에 시간표가 정신없이 메워져 있는데,
불과 12년 전에는 모든 열차가 통과하는 역이었다는 것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
'정동진에 왔으면 일출을 보라'.
아마도 정동진을 찾아오는 사람의 절반 이상을 해가 뜨는 장면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일 것이다.
다른 어떤 해수욕장보다도 접근성이 쉽고, 상징적인 의미도 크기 때문에,
정동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돋이장소로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낭만과 추억을 만들어준다.
일산역에서마저 없어져 버려 우리나라에서 정동진역과 문경선 딱 두 군데만 남아있는 완목신호기.
그나마도 문경선은 사실상 폐역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사실상 유일하게 정동진역에만 남아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정동진역 측에서는 아우라지 레일바이크를 선전하기 위해 전시해 놓은 것이겠지만,
어째서 나는 완목신호기에만 눈이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유명세를 타기 전,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기의 정동진 사진이 걸려있다.
꾸며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정동진이 지금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지금은 선크루즈 호텔이 들어서 특유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해안단구도 모두 자연 그대로다.
이렇게 황홀한 자연을 껴안고 있으니 어떻게 사람이 모여들지 않을 수 없겠는가.
다만 모여든 것 자체는 좋은데 원래의 절경이 너무 심하게 훼손된 것에 안타까움을 표할 뿐이다.
이름도 유명한 정동진 시비. 가치있는 역사적인 상징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이미 테러를 맞아버렸다.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시민의식에 한숨을 돌릴 뿐이다.
모래시계를 찍을때나 지금이나 아담한 소나무는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다.
거센 바닷바람과 싸움하느라 차마 자라지 못하고 그 상태 그대로 멈춰버린게 아닐까.
하지만 지금처럼 아담한 모습 덕분에 더욱더 정동진의 시원스런 풍경이 듬뿍 느껴지는 것 같다.
큰 돈을 들여가며 힘들게 정동진까지 찾아왔지만,
매정한 하늘은 원망스럽게도 구름이 덕지덕지 끼어 해돋이를 구경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구름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한 줄기 햇빛에 조심스레 위안을 삼을 뿐이다.
고풍스런 가로등 아래 정동진 팻말과 타는 곳 안내판...
기차역에 있는 시설물인데도 기차역의 물건같이 느껴지지 않고,
기차를 탈 수 있는 승강장인데도 기차승강장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원한 바다와 아름다운 소나무를 곁에 두고 있어서일까.
정동진의 시설물 하나하나가 다른 역들의 것들과는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전 역은 안인, 다음 역은 옥계.
그러나 지금은 강릉-영주 열차의 단축으로 두 역 모두 서는 열차가 없다.
만약 "모래시계"를 정동진에서 촬영하지 않았더라면 정동진역은 지금쯤 어떤 상황에 놓여있었을까.
비록 모습은 많이 망가졌어도 정동진역이 이렇게나마 남아있어 준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정동진에서 안인으로 향하는 길은 쭉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는 길이다.
영동선 선로가 바닷가에 붙어 있기에 굽어지지 않고 쭉쭉 뻗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끝없이 쭉쭉 뻗은 선로와 산, 바다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경으로 눈이 정화된다.
저 직선 선로를 따라 조금만 더 들어가면 예전에 96 잠수함 간첩침투사건 기념공원이 있다.
그 사건으로 인해 강릉 대부분 해안가 곳곳에 철조망이 쳐져 있는데,
동해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을 다 갉아먹는 듯한 기분이 들어 살짝 아쉽게 느껴진다.
혹시라도 잠수함이 들어올까 오늘도 어김없이 동해바다를 경비한다.
유명한 관광지 '정동진'도 엄밀히 말하면 군사지역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잠수함만 침투하지 않았다면 동해바다의 철조망도 없었을 것이고,
더욱더 화려한 동해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을텐데... 조금은 아쉽다.
누가 동해바다 아니랄까봐 영주 방면으로도 끝없는 직선의 향연이 펼쳐진다.
비록 정면을 썬크루즈호텔 해안단구가 가로막고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역 안에서 휘어지는 곡선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영동선에서 상당히 보기 드문 직선 구간의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열차가 올 시각이 되어도 사람들은 좀처럼 역 안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엄청난 절경을 자랑하는 정동진이지만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겨울바다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는다.
지리 시간에는 바다의 영향으로 해안가에 가까울수록 겨울이 따듯하다고 하는데,
적어도 체감온도와는 무관한 법칙일 뿐이다. 매서운 칼바람 때문에 오히려 내륙지역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엄청난 강추위를 피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역 안에 들어가 있어, 간이역다운 한적함과 평화로움이 이제서야 조금씩 다가온다.
비록 관광지로 변하면서 주변의 많은 것들이 바뀌어 버렸지만, 본래의 고요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완전히 잃지는 않은 것이다.
일출을 차마 못 본 수많은 사람들의 실망감을 밀어내고, 청량리행 열차가 조심스레 들어오고 있다.
아름다운 동해의 환상적인 일출을 구경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게 느껴지지만,
주변의 수려한 경치만으로도 전혀 후회없는 여행을 한 셈이다.
어딜 가도 보기 힘든 절경과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역 풍경을 내 가슴속에 깊이 묻어둔 채,
아쉬움보다는 뿌듯함을 더욱 많이 간직한 채 태백으로 가기 위해 열차에 몸을 싣는다.
1997년 해돋이관광열차 이후로 새롭게 관광명소로 떠오른 정동진.
다 죽어가던 역이 영동선의 일인자로 되살아났다는 엄청난 수혜를 입긴 했지만,
고기잡이와 석탄산업으로 근근히 생명줄을 이어가던 자그마한 어촌마을은 유흥업소로 가득한 동네로 변해버렸다.
정동진역이 유명관광지가 됨으로서 6시간이 넘게 걸리는 기차보다는 버스와 자가용으로 방문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뿐더러,
해돋이를 구경하자마자 서둘러 다른 코스로 제각기 이동하는 바람에 오후만 되어도 한산해진다고 한다.
때문에 다른 관광지보다 호객행위가 극성을 부리는 보기 좋지 않은 광경이 마구잡이로 펼쳐진다.
이제는 더이상 기차역의 모습이 아닌, 전형적인 관광지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정동진역.
물론 교통도 편리해지고 유명세도 떨치게 되어 유래가 없는 전성기를 맞이하긴 했지만,
때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치이고 치여 본 모습을 잃어버리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 때문인지 모래시계 촬영을 하던 시절의 운치있는 간이역 풍경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정동진역 본인도 이러한 분주함 속에서 때로는 예전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진정한 기차역의 본질은 무엇인지 깊은 고민을 하기도 할 것이다.
첫댓글 전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이라는 건 잘못된 설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맞지만 전세계적으로는 맞지 않죠. 이웃 일본에만 가도 정동진보다 더 가까운 역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죠.......
물론 일본에도 정동진처럼 바닷가와 딱 붙어있는 역은 많겠지만, 여러 인터넷 자료를 보면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세계 기네스에 등재되어 있다는 자료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정동진을 이제까지 나름대로 좀 가보긴 했지만(99년에 간게 처음이고 열차로만 16번이고 버스 혹은 승용차까지 합하면 30번 정도 되겠네요) 갈때마다 느낌이 다르더군요. 시원한 바다를 볼때마다 가슴이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새벽에 열차에서 내리면 바닷가의 차가운바람이 맞아주는데 그때마다 오늘 날씨가 좋아서 일출을 꼭 봐야할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제까지 정동진 일출은 역 구내 사진처럼 수평선에 이글거리는 건 아직 본적이 없어서 진짜 아쉽습니다. 정동진을 최근에 간게 저번주였는데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 해도 못보고 구름만 보고 왔습니다. 그날 오후부터는 눈이 엄청나게 왔었죠.
맑은 날씨가 많아야 일출도 자주 구경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ㅎㅎ
철조망은 잠수함 사건 이전부터 있지 않았나요? 우리 나라 해안의 상당 지역은 철조망이 아주 예전부터 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지금은 경관과 생계 활동을 위해 그래도 많이 없앤 편이라고 하던데요.
해안가의 철조망은 원래 주로 북한과의 접경지대에 있었습니다. 동해안쪽도 처음부터 강릉에까지 철조망을 설치하지는 않았습니다. 잠수함 침투사건 때문에 경비 태세가 강화되고 강릉의 거의 모든 해안에까지 철조망이 설치된 것이죠..;;
반대로 말하면 정동진을 제외한 대부분의 역들은 관광지이길 바랄뿐이죠...ㅋㅋ "우리역은 기차역이 아닌 관광지이고 싶다~"
반대로 생각하니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네요. 하긴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는 철도역이라는 점에서는 자랑스러운 일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