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유석진은 고산현의 아전이다.
아버지 유천을이 악질을 얻어 날마다 증세가 더해 기절하니 (가운데 줄임)
어떤 사람이 ‘산 사람의 뼈를 피에 섞어 먹으면 낫는다.’라고 말하였다.
석진이 곧바로 왼손 무명지(약지)를 끊어 그 말대로 하여 바치니 병이 즉시 나았다.“
▲ 《삼강행실도》에 나온 ‘석진단지’ 부분
위는 《삼강행실도》에 나온 ‘석진단지’ 부분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위 내용을 그린 그림을 보면 윗부분은 아버지 고칠 약을 백방으로 찾던 유석진이
어떤 사람에게 병이 낫는다는 비법을 듣는 장면입니다.
그 아래 오른쪽에는 유석진이 자기 손가락을 자르는 모습이 그려 있고,
그 왼쪽에는 아버지에게 약을 먹이는 장면이 보입니다.
이 《삼강행실도》는 유교의 주요한 덕목인 삼강
곧 부자(父子), 군신(君臣), 부부(夫婦)의 행실을 훌륭하게 실천한
효자, 충신, 열녀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소개한 책입니다.
세종 때 처음 펴낸 책을 성종 때는 한글로 풀어 쓴 언해본도 나왔습니다.
《삼강행실도》가 널리 보급되면서
부모님의 병을 고치기 위해 자기 손가락을 자르는 일이 늘어났지요.
중종 때 펴낸 《삼강행실도》 언해본에서는 손가락을 자르는 사례가
효자 얘기 35건 가운데 유석진 것뿐이었는데
광해군 때 펴낸 것에는 효자 사례 705건 가운데 186건이나 되었습니다.
지금으로 본다면 있을 수 없는 손가락 자르는 행위는
가부장제 유교적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교과서였지요.
문제는 《삼강행실도》가 아들이 아버지를 위하고, 신하가 임금을 위하고,
아내가 남편을 위한 의무만을 강조했지,
그 반대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참고ㆍ사진 제공, 해냄에듀 《한컷한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