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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3/6-
다음 날은 날씨가 좋아졌다. 그래서 파고파고에서 이렇게 할 일 없는 나날을 두 주일이나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나까, 맥페일 내외는 되로록 조금이라도 시간을 유효하게 보내려고 마음먹었다.
그들은 부두에 내려가서 짐 속에서 책을 몇 권 꺼내왔다.
맥페일 의사는 해군병윈의 주임 군의관을 찾아가서 같이 병상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총독 관사에다 명함을 놓고 왔다.
도중에서 미스 톰슨을 만났다.
의사가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니까 여자도 크고 힘찬 목소리로 "안녕하셨어요, 선생님."하고 인사를 받았다.
그녀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흰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굽이 높고 반짝반짝 빛나는 흰 장화, 그 위에서 비어져나와 있는 굵직한 다리, 그러한 것들이 이런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매우 색다르게 보였다.
"별로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이군요, 정말." 맥페일 부인이 말했다.
"너무 천해서 보기 싫군요."
그들이 돌아와 보니까 그녀는 베란다에서 상인의 검은 피부의 아이와 놀고 있었다.
"말이라도 좀 걸어주지." 의사 맥페일이 아내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녀는 여기서 혼자뿐인데, 상대를 안해 준다면 가엾지 않아."
맥페일 부인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으나 그녀는 언제나 남편이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는 여자였다.
"우리들은 한 집에 묵고 있군요." 하고 약간 쑥스럽게 말했다.
"정말 따분하군요. 이런 손바닥만한 거리에 갇혀 있다니." 미스 톰슨이 대답했다.
"그렇지만 전 방을 얻었다는 것만 해도 다행인 셈이죠. 토인집에 묵어야 했다면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해요.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사람도 있긴있대요. 왜 호텔도 하나쯤 없는지 모르겠어요."
그들은 두서너 마디 말을 주고받았다.
미스 톰슨은 큰 목소리로 수다스럽게 이야기거리라면 얼마든지 있다는 식으로 나왔으나, 맥페일 부인은 이야기거리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조금 있다가 할 수 없이 말했다.
"그럼, 전 이층에 할 일이 좀 있어서."
밤에 그들이 하이 티를 마시고 있으니까 데이빗슨씨가 불쑥 나타나서 말했다.
"저 아래층 여자가 선원을 둘씩이나 끌어들여서 같이 있군요. 그녀가 어떻게 하여 그들을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군요."
"그런 것쯤 저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을 거예요." 데이빗슨 부인이 대답했다.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하루를 넘긴 다음이라 모두 지쳐 있었다.
"이 모양으로 두 주일이나 지나면 우리는 종래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어." 의사 맥페일이 말했다.
"유일한 방법은 하루의 시간을 여러 가지 활동에 할당하는 것일텐데." 하고 데이빗슨 선교사가 대답했다.
"우선 나 같으면 비가 내리건 개이건 간에, 이러이러한 시간은 공부, 이러이러한 시간은 운동 -장마철에 있어서는 비 같은 것에 구애를 받아서는 안 되니까요- 또 이러이러한 시간은 오락이라는 식으로 할당하겠어요."
의사 맥페일은 의아스럽게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데이빗슨의 일과 계획은 그를 압박하는 무엇이 있었다.
그들은 또 햄버거 스테이크를 먹고 있었다.
요리사는 아마 이 요리 하나밖에는 모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래층에서는 또 축음기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데이빗슨은 그것을 들었을 때 신경질적이 되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톰슨의 손님들이 합창하고 있는 것은 누구든지 잘 알고 있는 노래였는데, 이윽고 쉰 듯한 그녀의 큰 목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그들은 소리지르고 웃고 야단법석이었다.
이층의 네 사람은 이야기를 계속하려고 하면서도 자기들도 모르게 술잔 부딪치는 소리며 의자 삐걱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사람들이 더 불어난 것이 틀림없었다.
미스 톰슨이 파티를 열고 있는 것이다.
"정말 무엇 때문에 저런 사람들을 끌어들일까요?" 선교사와 남편 맥페일이 무엇인가 의학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맥페일 부인이 불쑥 이런 말을 했다.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이것만으로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때때로 데이빗슨의 얼굴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도, 그들이 과학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계속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하여 의사가 플랜더즈 전선에서의 체험을 약간 싱겁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 데이빗슨은 갑자기 일어서서 무언가 큰소리로 외쳤다.
"아니 웬일이세요. 알프레드?" 데이빗슨 부인이 불렀다.
"틀림없다. 전혀 생각이 안 났었어. 그녀는 율레이에서 온 여자야."
"설마."
"저 여자는 호놀룰루에서 타고 온 거야. 절대로 틀림없어. 그리고 그녀는 이런 곳까지 와서 장사를 하려는 거야. 바로 여기서."
마지막 말은 화가 나서 내뱉었다.
"율레이가 무엇이에요?" 맥페일 부인이 물었다.
그는 험악한 눈길을 그녀에게 돌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호놀룰루의 암입니다. 홍등가말입니다. 우리들 문명의 오점이었습니다."
율레이는 호놀룰루의 교외에 있었다.
항구 옆의 캄캄한 골목을 몇 군데 지나서 아슬아슬한 다리를 건너면 바퀴자국이며 구멍투성이인 쓸쓸한 큰길로 빠지는데 조금 가면 갑자기 환한 곳에 이르게 된다.
길 양쪽에 자동차 주차장이 있고, 밝고 저속하게 꾸며진 술집들이 늘어서 있다.
집집마다 일제히 자동 피아노가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고 이발소도 담뱃집도 있다.
큰길에서 좌우로 좁은 골목을 들어가면 큰길이 율레이를 두 지역으로 나누고 있는데, 그곳이 바로 한복판이다.
조촐하게 녹색으로 깨끗이 칠한 방갈로가 몇 줄씩이나 이어져 있고, 그 사이를 넓고 곧은 골목이 뻗어 있다. 마치 전원도시와 같이 펼쳐 있다.
가지런히 늘어서서 특별히 깨끗하게 정돈된 것이 오히려 일종의 냉소적인 공포감을 주었다. 엽색행각이란게 그렇게 질서있고 조직화된 것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골목에는 군데군데에 가로등도 서 있었으나 방갈로의 열려진 창문으로 흘러나오는 불빛이 없다면 오히려 어두운 거리였을 것이다.
남자들은 창가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바느질을 하면서 지나가는 사내들을 별로 거들떠보지도 않는 여자들을 바라보면서 지나다녔다.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숱한 국적의 남자들이 있었다. 정박중인 배의 선원, 포함에서 내린 술취한 사병, 섬에 주둔하는 연대에서 나온 백인병사와 흑인병사 등 미군인도 있고 두서너 명씩 몰려 다니는 일본인도 있고 하와이인, 긴 옷을 입은 중국인, 우스운 모자를 쓴 필리핀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묵묵히 마치 무엇인가에 짓눌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욕정도 서글픈 것이다.
"그것은 태평양의 가장 소문난 치욕적인 망신거리였습니다. " 데이빗슨은 격앙된 어조로 크게 말했다.
"선교사들이 몇 해 전부터 맹렬한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였는데도 이제야 가까스로 지방신문이 취급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경찰은 손을 안댑니다. 그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아십니까? 악습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일정한 장소에 모아서 단속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녀석들이 뒷구멍으로 돈을 얻어먹고 있는 겁니다. 뇌물을 말입니다. 술집 주인들로부터, 깡패들로부터, 또한 그 여자들로부터도 돈을 얻어먹는 거지요. 그러나 끝내는 녀석들도 가만히 내버려둘 수가 없게 되었답니다."
"나도 호놀룰루에서 산 신문에서 그것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의사 맥페일이 말햇다.
"율레이는 우리들이 도착한 그날, 그 죄악과 치욕과 함께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처벌을 받았습니다. 저 여자가 누군지 왜 당장에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아무래도 알 수 없군요."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기억이 나요."하고 맥페일 부인이 말했다. "저 여자는 배가 떠나기 겨우 조금 전에 올라탔어요. 그때도 퍽 아슬아슬한 짓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일이 기억나요."
"그녀가 어떻게 여기 올 생각을 했을까!" 데이빗슨은 분개하면서 소리질렀다.
"나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어."
그는 문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떻게 하실려고요?" 맥페일이 물었다.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나는 단연코 그 짓을 못하게 하겠소. 나는 이 집이 그런... 그런...."
부인들의 귀를 거슬리지 않을 만한 말을 찾는 듯했다.
그의 눈은 빛을 내고 핏기없는 얼굴은 흥분 때문에 창백해져 있었다.
"아래층에는 사내들이 서너 명이나 있는 모양인데요." 의사가 말했다.
"지금 당장 간다는 것은 좀 무모하지 않을까요?"
선교사는 경멸하듯 그의 얼굴을 한 번 훑어보고 말없이 방을 나가버렸다.
"당신은 그분을 잘 모르실 거예요. 일단 자기의 의무라고 생각하면 일신상의 위험 따위로 그만둘 사람은 아니라는 걸 말예요." 하고 그의 아내가 말했다.
그래도 그녀는 걱정이 되는지, 두 주먹을 꽉 쥐고 불거진 광대뼈 언저리가 약간 상기되면서 아래층의 동정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귀를 기울였다.
그가 쿵쿵거리면서 나무 층계를 뛰어내려가서 문을 거칠게 여는 소리가 들렸다.
데이빗슨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무언가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음악이 그쳤다. 축음기를 마룻바닥에 내동댕이친 것 같았다.
그러자 다시 데이빗슨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며 이어서 미스 톰슨의 크고 날카로운 목소리와 대여섯 명의 남자들이 크게 소리지르고 있는 듯한 어수선한 소란이 있었다.
데이빗슨 부인은 약간 숨을 몰아쉬면서 한층 더 단단히 두 주먹을 쥐었다.
의사 맥페일은 불안한 듯이 그녀와 그의 아내를 번갈아 보았다.
그는 내려가고 싶지 않았으나 그들은 자기가 내려가 보기를 바라지나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다시 갑자기 싸움이라도 시작된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아까보다 더 뚜렷하게 들렸다.
데이빗슨이 방 밖으로 내 쫓겼는지도 모르겠다.
문이 닫혔다.
한순간 조용해 졌다고 생각되자 이윽고 다시 층계를 올라오는 데이빗슨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잠깐 가보고 오겠어요." 데이빗슨 부인은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서 나갔다.
"필요하시다면 절 불러주세요." 맥페일 부인은 말했다.
그러고 그녀가 나가버리자, "다치지 않았다면 좋겠는데요." 하고 중얼거렸다.
"남의 일 따위야 어떻게 되건 내버려두면 될 텐데." 의사 맥페일이 말했다.
두 사람은 잠깐 묵묵히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보란 듯이 축음기 소리가 다시 울려퍼지는 것에 놀랐으며 목쉰 소리가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추잡한 가사를 큰 소리로 외쳐대고 있었다.
다음 날 데이빗슨 부인은 매우 피곤한 듯 창백해져 있었다.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으나 마치 갑자기 나이를 먹고 말라비틀어진 것처럼 보였다.
남편은 밤새 한잠도 자지 못했다고 맥페일 부인에게 말했다.
그는 밤새도록 매우 흥분되어 있었으며 다섯 시가 되자 일어나서 어디론가 나가 버렸다는 것이다.
맥주잔이 그에게 날아와서 옷이 더럽혀지고 냄새도 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스 톰슨 이야기를 할 때면 그녀의 눈은 차갑고 음산한 불꽃이 일었다.
"그 여자는 데이빗슨을 모욕한 날을 뼈아프게 후회하게 될 거예요." 하고 말했다.
"데이빗슨은 놀랄 만큼 친절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고민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그를 찾아와서 위안을 받지 못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그러나 죄악에 대해선 절대로 용서하지 않으며 정의의 분노가 폭발했을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예요."
"그렇지만 어떻게 하시겠다고 해요?" 맥페일 부인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러나 저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저 여자를 위하여 두둔해 주지는 않을 거예요."
맥페일 부인은 등골이 오싹했다.
이 자그마한 여자의 마치 승리에 도취한 듯한 자신에 찬 태도에는 확실히 무언가 무서운 것이 있었다.
그날 아침, 그들은 외출을 하려고 나란히 계단을 내려왔다.
미스 톰슨의 방문이 열려 있고, 때묻은 실내의를 입고 식탁용 남비에서 무엇인가 요리를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셨어요?" 하고 그녀가 말을 붙였다.
"데이빗슨씨는 오늘 아침 좀 어떠세요?"
그들은 멸시하듯, 마치 그런 여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말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 순간, 그녀가 갑자기 비웃기라도 하듯이 커다란 소리로 웃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피가 얼굴로 확 몰리는 것을 느꼈다.
데이빗슨 부인은 홱 돌아섰다.
"나한테 감히 말을 걸지 말아요." 그녀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욕할 테면 해보아요. 내가 당장 여기서 내쫓아버릴 테니까."
"어머나, 제가 뭐 데이빗슨씨와 교제라도 하자고 그러던가요?"
"모르는 척 하세요." 맥페일 부인이 서둘러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들은 그 여자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데까지 걸어갔다.
"정말 뻔뻔스럽군." 데이빗슨 부인은 내뱉듯이 말했다.
화가 나서 가슴이 무너져버리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그들은 부두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그녀를 또 다시 만났다.
한껏 치장을 하고 있었다.
천하고 요란스러운 꽃을 단 크고 흰 모자부터가 사람을 놀리는 것 같았다.
옆을 지나갈 때에 그녀는 즐거운 듯 말을 건냈으나 그들의 얼굴이 갑자기 차가운 얼음 같은 표정이 되자 가까이 서 있던 두 사람의 미국인 선원이 씽긋 웃었다.
그들이 집에 들어서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몸치장이 엉망이 되겠군." 데이빗슨 부인이 심한 냉소를 띠면서 말했다.
점심을 반쯤 먹었을 무렵에 데이빗슨이 돌아왔다.
그는 비에 흠뻑 젖어 있었으나 갈아입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우울한 듯 묵묵히 앉아 있을 뿐, 식사도 겨우 하는 시늉만 내고는 비스듬히 쏟아지는 빗발을 응시하고 있었다.
데이빗슨 부인이 두 번이나 그녀와 마주쳤다는 이야기를 해도 그는 한 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점점 더 험악해진 표정만이 그가 듣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호온씨에게 말해서 이 집에서 내쫓아버리게 하면 어떨까요?" 데이빗슨 부인이 말했다.
"저런 여자한테 모욕을 받다니, 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달리 갈 테도 없지 않습니까?" 맥페일이 말했다.
"그녀는 토인 집에 가 있으면 되지 않아요?"
"그렇지만 이런 날씨라서 토인 집도 좀 견디기 힘들 거요."
"나는 몇 년 동안이나 토인들의 오두막에서 살아본 일이 있어요." 하고 데이빗슨이 말했다.
원주민 소녀가 그들이 매일 과자 대신으로 먹는 바나나 튀김을 가져오자 데이빗슨은 그녀에게 몸을 돌렸다.
"저, 미스 톰슨한테 가서 언제 만나는게 좋겠냐고 물어봐요."
소녀는 수줍은 듯이 끄덕이고는 나갔다.
"그 여자를 만나서 어떻게 할 작정이예요. 알프레드?" 하고 그의 아내가 물었다.
"그녀가 어떤 여자인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틀림없이 당신을 모욕 할 거예요."
"모욕할 테면 해보라지. 침을 뱉는다 해도 좋아. 그 여자에게도 역시 불멸의 영혼은 있을 것이니 그것을 구원하기 위하여 나는 할 수 있는 한의 일을 하지 않으면 안돼."
데이빗슨 부인의 귀에는 아직도 그 창녀의 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여자는 별 수 없을 거에요."
"신의 은총을 받기에 그렇다는 말이오?" 그의 눈은 갑자기 빛을 내고 목소리는 조용하고 부드러워졌다.
"결코 그렇지 않아. 지옥의 밑바닥보다도 더 깊은 죄가 있는 죄인이라 할지라도 주 예수 그리스도는 사랑의 손을 뻗치는 거라오."
소녀가 회답을 가지고 돌아왔다.
"미스 톰슨이 안부를 전해 달라고 했어요. 데이빗슨씨께서 영업시간에만 오시지 않는다면 자기는 언제든지 좋다고 했어요."
일동은 돌처럼 묵묵히 듣고 있었다.
의사 맥페일은 입가에까지 떠올라온 미소를 황급히 지워버렸다.
그는 자기가 미스 톰슨의 두꺼운 낯짝에 오히려 재미있어 하는 것을 알면 아내가 틀림없이 화를 낼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묵묵히 식사를 마쳤다.
그러자 여자들은 일어서서 각각 뜨개질을 시작했으며, 맥페일 부인은 그 싸움이 시작돤 이래 몇 장인지도 모를 목도리를 또 한 장 짜고 있었고, 의사는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데이빗슨만은 의자에 기댄 채 말없이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일어서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을 나갔다.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그가 문을 노크하자 "들어오세요." 하는 미스 톰슨의 도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