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패불감(狼狽不堪)
이리가 이리를 견뎌내지 못한다는 뜻으로, 난감한 처지에 있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곤란에 빠짐, 높은 신분에서 몰락함을 의미한다.
狼 : 이리 랑(犭/7)
狽 : 이리 패(犭/7)
不 : 아닐 불(一/3)
堪 : 견딜 감(土/9)
(유의어)
사면초가(四面楚歌)
진퇴무로(進退無路)
진퇴양난(進退兩難)
진퇴유곡(進退維谷)
생각했던 일이 제대로 되지 않고 실패로 돌아간다. 기대에 어긋나 매우 딱하게 된다. 이럴 때 일상에서 狼狽(낭패)란 말을 흔히 쓴다. 낭패스럽다, 낭패를 당했다 등으로 붙여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狼(낭)과 狽(패)가 모두 사나운 동물 이리의 이름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물론 실제로 있지 않고 전설상에서다.
낭은 앞다리가 길고, 패는 앞다리가 짧은 동물이다. 낭은 패가 없으면 서지 못하고, 패는 낭이 없으면 걷지 못하므로 반드시 함께 행동해야만 한다. 또한 낭은 성질이 흉포하지만 지모가 부족하고, 패는 순한 듯 하면서도 꾀주머니다. 이 둘이 틀어지면 되는 일이 없다.
살다보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난관에 부닥칠 때가 있다. 騎虎之勢(기호지세)와 같이 호랑이 등을 탔을 때나, 궁지에 몰려 오도 가도 못하는 進退維谷(진퇴유곡)의 처지다.
높은 지위에 있던 사람이 권력을 잃어 찾아오는 사람이 없이 문전이 휑할 때도 삶이 싫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낭과 패가 따로 되어 낭패스러움이 견딜 수 없을 정도(不堪)가 된 것이다.
이 말은 諸葛亮(제갈량)의 出師表(출사표)와 함께 중국의 서정문을 대표하는 陳情表(진정표)에서 유래했다.
이 글은 西晉(서진)의 학자 李密(이밀)의 작품이다. 그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4셰 때 어머니도 개가해 할머니 손에 자랐다. 할머니가 없었으면 이 세상 사람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정성을 다해 효도했다.
이런 이밀에게 진무제(晉武帝) 司馬炎(사마염)이 벼슬을 내렸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래도 무제의 요청이 끊이지 않자 받아들이지 못하는 처지를 글로 써서 올렸다.
할머니를 봉양해야 하는데 ‘관직을 받지 못하는 것 또한 폐하의 뜻을 어기는 것이 되니, 신의 처지는 정말로 낭패스럽습니다(臣之進退 實爲狼狽/ 신지진퇴 실위낭패)’라고 호소했다.
이런 간곡한 요청은 결국 받아들여져 무제는 이밀에게 할머니를 잘 봉양하도록 노비와 식량을 하사했다. 오갈 데 없이 난감한 처지에서 남을 설득시켜 난관을 뚫은 예다.
사람이 살아가는 길에 판단을 잘못하여 낭패를 당할 때 자신이 옳다며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어디에서 잘못이 있었는지 중간에 잘 점검하여 주위에 협조를 구하거나 방향을 틀 수 있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 狼(이리 랑/낭)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개사슴록변(犭=犬; 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良(량, 랑)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狼(랑)은 ①이리(늑대. 갯과의 포유 동물) ②짐승의 이름 ③별의 이름, 천랑성(天狼星: 시리우스) ④사납다, 거칠고 고약하다 ⑤어지럽다 ⑥허둥지둥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이리 패(狽)이다. 용례로는 여기저기 흩어져 어지러움을 낭자(狼藉), 이리처럼 욕심이 많고 도리에 어긋남을 낭려(狼戾), 옛날 전쟁 때 신호로 쓰던 불을 낭연(狼煙), 이리의 똥을 태워서 그 연기로 올리는 봉화를 낭봉(狼烽), 이리의 똥을 낭분(狼糞), 화포의 한 가지를 낭기(狼機), 족제비의 꼬리를 낭미(狼尾), 족제비를 낭서(狼鼠), 사납고 모짊을 낭완(狼頑), 멀리 떨어진 변방을 낭황(狼荒), 성미가 워낙 고약하여 쉽게 뉘우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낭질(狼疾), 이리와 같이 배부른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자꾸 욕심을 냄을 낭탐(狼貪), 성질이 이리처럼 거칠고 마구 덤벼들기를 잘 함을 낭항(狼抗), 계획하거나 기대한 일이 실패하거나 어긋나 딱하게 됨을 낭패(狼狽), 이리는 뒤를 잘 돌아본다는 뜻으로 경계하려고 또는 무서워서 뒤를 돌아봄을 낭고(狼顧), 이리의 마음이라는 뜻으로 인정도 없고 탐욕만을 가진 사람의 마음을 낭심(狼心), 난감한 처지에 있음을 낭패불감(狼狽不堪), 이리 새끼는 사람이 길들이려고 해도 본래의 야성 때문에 좀체로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낭자야심(狼子野心), 이리같이 탐내고 범처럼 노려봄을 이르는 말을 낭탐호시(狼貪虎視), 흉악한 무리들이 모략을 꾸미는 것을 이르는 말을 낭패위간(狼狽爲奸) 등에 쓰인다.
▶️ 狽(이리 패/낭패할 패)는 형성문자로 狈(패)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개사슴록변(犭=犬; 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貝(패)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狽(패)는 ①이리(늑대. 갯과의 포유 동물) ②낭패하다 ③허둥지둥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이리 랑/낭(狼)이다. 용례로는 계획하거나 기대한 일이 실패하거나 어긋나 딱하게 됨 또는 그러한 형편을 이르는 말을 낭패(狼狽), 하는 일마다 잘 되지 아니함을 도처낭패(到處狼狽), 난감한 처지에 있음을 낭패불감(狼狽不堪), 하는 일마다 모두 실패함이나 가는 곳마다 뜻밖의 화를 입음을 도처낭패(到處狼狽), 흉악한 무리들이 모략을 꾸미는 것을 이르는 말을 낭패위간(狼狽爲奸)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堪(견딜 감)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甚(심, 감)을 더한 글자이다. 봉긋하게 높은 흙의 뜻이 본뜻이었으나, 甚(심)의 음(音)이 壬(임)과 비슷하므로, 堪(감)을 참다, 견디다의 뜻으로 빌어 쓰게 되었다. 그래서 堪(감)은 ①견디다 ②참다, 참아내다 ③뛰어나다, 낫다 ④맡다 ⑤싣다 ⑥낮다 ⑦즐기다 ⑧하늘, 천도(天道)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이길 극(克), 이길 승(勝), 참을 인(忍), 견딜 내(耐)이다. 용례로는 일을 능히 맡아서 해냄을 감당(堪當), 참고 견딤을 감내(堪耐), 일을 잘 감당할 만한 능력 또는 재능이 있음을 감능(堪能), 견디어 내는 힘을 감력(堪力), 어떤 일이나 마음을 능히 견디어 이김을 감승(堪勝), 견디어 내어 버팀을 감지(堪支), 견디어 내기 어려움을 난감(難堪), 어떤 일을 감당할 만함을 가감(可堪), 견디어 내지 못함을 불감(不堪), 버티어 감당함을 지감(支堪), 난감한 처지에 있다는 말을 낭패불감(狼狽不堪), 어떤 일을 감당할만한 사람을 이르는 말을 가감지인(可堪之人), 어떤 일이든지 해낼 만하다는 말을 매사가감(每事可堪), 사람의 힘으로는 견디어 내기 힘든 정도의 형편을 이르는 말을 인소불감(人所不堪)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