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울산시청을 압수수색 하고 확보한 자료를 차량에 싣고 있다. 김생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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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 4일 전격적으로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당시 더불어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가 유리한 공약을 수립할 수 있도록 시청 일부 공무원들이 필요한 자료를 건넸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에서 나온 검사와 수사관 등 1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8시까지 10여 시간에 걸쳐 시청 정무 특보실, 교통기획과, 미래신사업과, 관광과, 총무과 등 5곳을 압수수색해 1박스 분량의 관련 자료를 수집ㆍ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서는 송 시장과 송병기 경제부시장 등이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나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공약들을 담당한 부서들로, 공공병원 설립과 원자력해체연구센터, 반구대암각화 물 문제, 신불산 케이블카 건립 등을 다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휴일인 토요일(4일)에 그것도 10여 시간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했음에도 1박스 분량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자 지역 법조계 일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통상 거물급 인사의 신병을 확보하기 전, 휴일에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번처럼 고작 1박스 분량의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휴일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검찰 수사의 동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수사 종료를 앞둔 요식행위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을 두고 지역 법조계의 시각은 둘로 나눠진다. 우선 검찰이 청와대와 송병기 부시장의 선거법 위반수사에서 공무원 개입 수사 쪽으로 선회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 놓고 있다. 앞서 검찰은 송 부시장의 선거법 위반에 대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따라 송 부시장의 신병 확보가 어려워져 시청 공무원의 선거 개입여부부터 들여다 본 뒤 증거를 확보하고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가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청와대 전 백원우 비서관, 당시 장환석 선입행정관, 송병기 부시장 등 상부를 제압한 뒤 송철호 시장을 소환하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었으나 송 부시장에 대한 신병 확보가 어려워 수사가 차질을 빚을 조짐이 보이자 역 추적 방식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검찰이 이날 정몽주 정무특보실과 공무원 부서를 집중 뒤진 것으로 전해지자 공무원 신병 확보說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에선 검찰이 앞서 지난달 20일 울산시청 공무원 일부를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발견했으나 이를 묵혀 두고 있었는데 송 부시장을 구속하는 `정공법`이 여의치 않자 이번에 `히든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번 주 대폭적인 검찰인사에 나설 것으로 전해져 다급해진 검찰이 그 이전에 최소한의 증거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수사가 특별한 결과 없이 용두사미로 끝날 경우 그 동안 여권이 주장해온 검찰 과잉 수사를 스스로 인정하는 형국이 되고 추 장관의 검찰인사가 그에 대한 문책인사로 정당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이 변죽 울리기를 통해 `봐 주기 수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도 나온다, 지역 법조계는 송병기 부시장 압수수색 당시는 물론이고 시청 공무원들을 소환조사할 때도 압수수색을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뒤진다는 건 앞뒤 순서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5일 검찰이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했다고 공식 발표하자 "그런 의혹이 있었다면 조사를 받고 돌아온 공무원들이 관련 자료를 그대로 뒀을 개연성이 매우 낮은데 왜 이제 와서 압수수색을 진행하느냐"는 것이다.
모 변호사는 "이번 압수수색이 증거확보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일단 필요한 절차를 밟은 뒤 앞서 청와대 하명 수사의 경우처럼 알맹이 없이 넘어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종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