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인덕션 레이디’로 불려요. 미국, 일본, 중국, 캐나다, 라틴 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 68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해외 바이어들은 작고 아담한 까만 눈의 한국 여자가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펼쳐 나가는 모습을 보고 놀라워하죠.”
약사 출신인 허진숙(46) 주식회사 디포인덕션 부사장은 전기 인덕션을 통해 주방의 혁신을 불러일으키겠다고 단언했다. 사업의 ‘사’자도 모르던 그녀가 지금의 회사를 키워낸 것은 기술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 부사장은 “인덕션(전기레인지)은 가스레인지와 다르게 레인지 표면을 달구지 않고 내부 물질이 냄비의 철 성분과 전자기 반응해 음식만 가열한다”며 “직접적인 불꽃이 없기 때문에 화재, 화상의 위험이 없고 가스를 사용하지 않아 유해가스도 배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전기인덕션은 가스렌지 없이 모든 요리를 할 수 있는 선진국형 사업 아이템이다”며 “가스를 사용하는 조리기구보다 최대 70%까지 에너지를 절약해 고정운영비를 낮춰준다”고 말했다.
허 부사장에 따르면 음식점에서 인덕션을 1년 동안 사용할 시 LPG보다 71%, LNG보다 31% 절감된다. 또한 배기시설을 별도로 갖추지 않아도 돼 청소상의 불편함과 후드 내부의 위생문제도 해결된다.
무엇보다 뜨거운 불꽃 없이 냄비 속 음식물만 가열하기 때문에 주방온도를 낮춰주며, 음식점 주방의 고질적인 근무환경을 개선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허 부사장은 “주방인력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어 일의 능률을 높여주고 이는 고객서비스와 만족에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말했다.
“과거 전기는 화력이 약해서 주방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그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힘들었죠. 처음에는 법적으로 가스를 사용할 수 없는 곳을 공략했습니다. 일단 써보면 다시 가스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조금씩 입소문을 탔어요.”
개발 과정에서 온도를 설정하고 유지시키는 기술력도 접목했다. 한 삼계탕집의 경우 한번에 100마리의 닭을 넣고 끓여도 될 정도의 화력을 자랑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고.
순수 국내 기술의 전기 인덕션을 개발한 이는 허 부사장의 남편 권용재 사장이었다. 권 사장은 고려대학교 전기과를 졸업하고 30여년간 대기업에서 전력전기제어 관련 업무를 했다. 그는 전기 인덕션을 개발해 1997년부터 일본에 가정용 인덕션 기술을 수출, 시장성을 예감하고 2003년 상업용 인덕션 생산에 들어갔다.
허 부사장이 권 사장의 사업에 뛰어든 건 기술을 시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면서였다. 맞춤형 상담 전문 약사로 활동을 하던 그녀는 엔지니어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허 부사장은 “요리 관련 종사자, 해외 바이어를 만나 대화하며 주방에서 흔히 생기는 문제점들과 그들의 니즈 알게 됐다”며 “고객과의 접점을 찾아 문제점을 해결하고, 주방뿐 아니라 에너지 절약과 환경까지 생각하는 기업으로 남편과 함께 키워보겠다고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디포인덕션은 2009년 5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국내 최초로 ‘한국친환경전기주방연구소’ 개설을 정식 인가받고 운영 중이다. 국내외 인증 및 특허는 45개 이상.
국내에서 디포인덕션을 사용하는 곳은 그랜드힐튼호텔, 노보텔, 리츠칼튼, JW메리어트, W호텔, 롯데호텔, 신라호텔, 인터콘티넨탈호텔, 조선호텔 등 유명 호텔과 웨딩홀, 뷔페, 리조트 80여곳과 프랜차이즈 본죽, 불고기브라더스, VIPS, 대도식당, 청춘구락부, 타누키돈부리, 현대옥, 스쿨푸드, 스쿨스토어, 셰프의 육개장 등 100여 브랜드의 가맹점들에서 자체적으로 사용 중이다. 최근에는 학교 급식장, 조리실습장, 기업체(삼성그룹, 네이버 구내식당), 병원, 놀이공원(에버랜드),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도 설치했다.
허 부사장은 “지난해 연매출 24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37억원을 달성할 예정이다”며 “해외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해 내년에는 매출 신장 2배를 목표로 한다”고 비전을 밝혔다.
[매경닷컴 김윤경 기자]